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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무비

자고있는 여배우에게 쥐떼를 떨어뜨린 영화감독

실감나게 하겠다며 배우들을 속이고 촬영한 논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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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각본에 없던 즉흥적이고 황당한 요구로 배우들을 위험에 빠트린 사례가 적지 않았다. 즉흥 연기에 대한 주문은 촬영장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 장면이 배우와 합의없이 진행되어 인권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근래 미투운동이 전개되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촬영 현장의 여러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은 배우들과 사전동의 없이 위험하고 민감한 장면(스턴트 액션, 베드신, 공포)을 감행한 다섯 편의 문제적 영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여배우에게 쥐떼를 떨어뜨린 감독과 스태프들 <충녀> (1972)

출처CJ엔터테인먼트 블로그

한국 영화계의 기인이라 불리며 만드는 작품마다 심상치 않은 반응과 논란을 일으켜던 김기영 감독. 그의 영화는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한 번씩 등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1972년 영화 <충녀>는 기괴한 설정과 뒷이야기로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70년대 김기영 감독의 뮤즈였던 당시의 윤여정

문제의 장면은 윤여정이 연기한 주인공 명자가 잠을 자던 사이 수많은 쥐 떼의 공격을 받고 몸이 분해되는 악몽을 겪게 되는 장면이었다. 김기영 감독은 보다 실감나는 공포연기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이같은 설정을 윤여정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말로 "오늘은 침대에 눕는 장면만 찍을 거야" 라고 말하며 안심시킨 후, 그녀가 잠자듯이 누워있자 스태프들에게 신호를 보내 천장에서 살아 있는 하얀 쥐들을 쏟아붓게 했다. 당연히 윤여정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고, 이 장면은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영화 <충녀>에서

시간이 흘러 김기영 감독이 고인이 된 후 열린 회고전에서 윤여정은 <충녀> 촬영 때의 이 에피소드를 이제는 지나간 이야기라며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현장에 있던 젊은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참조자료 : 윤여정 “김기영 감독 이후 영화 그만두려 했죠” (한겨레 2008년 6월 22일 기사)

2. "진짜 죽을뻔 했잖아!" 배우를 향해 진짜 화살을 발사한 <거미집의 성> (1957)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7번째 작품이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일본 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사극 <거미집의 성>. 영화속 주인공인 와시즈 타케토리를 맥베스로 설정해 전국 시대 당시의 분위기로 각색했다. 와시즈를 연기한 이는 일본의 명배우 미후네 토시로로 그는 구로사와 아키라가 주문한 대로 원작 '맥베스'의 설정과 심리 상태에 충실한 연기를 펼치며 극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원작 소설 속 맥베스의 최후와 달리 <거미집의 성>은 와시즈의 마지막을 부하들의 배신과 그들이 쏜 화살에 의해 처절하게 죽어가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 장면이 광기가 가득한 장면이 되길 바랬고, 조금은 위험하다 싶은 꾀를 내게 된다. 촬영 당일, 구로사와 감독은 미후네 토시로에게 최후를 맞는 장면에 대한 리허설을 여러 번 진행하며 그가 반드시 정확한 동선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계속 반복되는 리허설에 미후네 토시로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감독을 믿고 시키는 대로 연기를 했다. 그리고 문제의 실제 촬영이 시작되자, 난데없이 수십 개의 진짜 화살이 미후네의 옆쪽을 향해 날라오기 시작했다. 예고도 없이 발사된 화살에 놀란 그는 공포에 질린 채 감독을 바라보았다.


구로사와는 당황하지 말고 리허설 대로 연기를 펼치라고 주문했다. 공포에 질린 미후네 토시로는 와시즈의 최후를 당연히 실감(?) 나게 연기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촬영 전날 전문 궁사와 그의 제자들을 불러 미후네 토시로의 바로 옆쪽을 향해 수십 개의 화살을 발사할 것을 계획했고, 화살에 공기압축기를 설치해 화살들이 완벽하게 세트에 박힐 수 있도록 설치까지 하기에 이른다. 물론 이 사실을 주인공 미후네 토시로는 전혀 몰랐다. 그의 진짜 공포에 질린 모습이 담겨야 감독이 의도한 처참한 최후가 강렬하게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구로사와가 의도한 대로 와시즈의 최후는 '맥베스'의 마지막과 버금가는 명장면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구로사와 아키라는 완벽한 촬영에 흡족한 듯 연신 미소를 지었으나, 실제 화살이 자신의 근처를 향해 날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후네 토시로는 분노에 휩싸이며 감독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스태프들이 연신 말렸으나, 분이 식히지 않자 나중에 산탄총을 들고 구로사와의 집까지 쳐들어가는 난동을 부리게 된다. 그가 느낀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미후네 토시로는 영화 촬영 후 공식 석상에서 "구로사와를 바주카포로 쏴 죽여버리겠다"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문제의 <거미집의 성> 화살 장면

3. 단역 배우들이 있는 세트장을 예고없이 불태워 버린 감독 <타워링> (1974)

CG기술이 거의 없던 30년전 작품임에도 "경이롭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실감 넘치는 고층 빌딩 화재 장면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난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타워링>. 이 영화는 촬영 당시 화제 장면 재현을 위해 세트장과 배경이 되는 공간을 실제로 불태워 화제가 되었는데, 이 장면의 위험 천만한 뒷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사실감 넘치는 화제 장면을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배우들도 실제 같은 공포를 느껴야 한다는 원칙하에 존 길러민과 어윈 알렌 감독은 주연이 아닌 단역 배우들만 등장하는 장면에서 예고도 없이 세트장에 불을 지르기로 계획한다.


문제의 촬영 당일, 민간인 역할을 한 배우들은 난데없는 세트장 화제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촬영장을 탈출했고, 소방관 역할을 맡은 단역들은 소방호스만 든 채 당황해 어쩔줄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제아무리 영화를 위해 훈련을 받았다지만 예고 없이 일어난 화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인건 당연했다. 만족스러운 장면은 얻어냈을 지 몰라도, 사람 목숨을 함부로 대한 그들의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짓이였다고 회자된다.

4. 예고없이 배우를 추락시킨 <다이하드> (1988)

안전장치가 된 상태서 촬영된 장면이었지만, 당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너무나 소름끼치는 순간으로 논란이 된 장면이다. 존 맥클레인 (브루스 윌리스)에 의해 7m 높이의 세트에서 추락하는 한스 그루버(알란 릭맨)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 형식으로 촬영한 이 장면은 알란 릭맨의 공포에 휩싸인 리얼한 표정 연기로 '악당이 영화속에서 최후를 맞는 명장면'으로 지금도 손꼽히고 있다.


당시 연출을 맡은 존 맥티어난 감독은 실감 나는 표정 연기를 포착하기 위해 알란 릭맨을 제외한 주변의 스턴트맨과 스태프들에게 미리 짜고 신호에 맞춰 알란 릭맨을 추락시키기로 했다. 영화 속 알란 릭맨의 표정은 연기가 아닌 실제 추락에 의한 공포였던 셈이다. 물론 세트 아래는 당연히 에어백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알란 릭맨의 의상에도 안전장비가 되어 있었기에 그리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전에 전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배우에게 실제 공포감을 느끼게 한 것은 옳지 않은 행위였다.

<다이하드> 문제의 한스 그루버 최후 장면

5. 미성년 여배우 강간 촬영장면을 그대로 담은 '개념 無' 감독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1972)

<마지막 황제><몽상가들>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72년 작품이자 농도 높은 베드신과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담은 명작으로 언급되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이 영화는 2016년 한 매체가 영화 속 베드신이 여배우와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실제 강간이었다고 고발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명작이 수치스러운 작품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영화 초반 등장한 폴과 잔느가 아파트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하게 되는 장면으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해당 성폭행 장면은 마리아 슈나이더의 동의없이 말론 브란도와 내가 상의해 추가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그녀가 여배우가 아닌 여성으로서 느끼는 수치심을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그 부분에 대해 동의 없이 진행했다." 라고 말했다. 문제의 장면에 논란에 대해 베르톨루치 감독은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가 진짜 분노와 수치심을 느끼기를 원했다. 그때 이후로 슈나이더는 평생 나를 증오했다."라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19살의 나이로 전도유망한 배우였던 마리아 슈나이더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아 약물 중독과 자살 시도 등 불우한 인생을 살다가 2011년 58세를 일기로 사망한다. 그녀는 2007년 데일리 메일과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의 강간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말론 브란도는 나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각본에 없는 장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매니저와 변호사를 불렀다."라고 말하며 당시 두 사람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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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MDB,한국영상자료원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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