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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리뷰 :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미스테리하게 전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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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2019]

감독:이수진

출연: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줄거리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그날 밤 사고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최련화, 부남과 함께 있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그녀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 될 진실이 숨겨져 있는데…

<우상>의 도입부는 매우 신선했다. 캐릭터와 사건의 발단이 지금까지의 한국 스릴러 영화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사건을 저지른 아들에게 단호하게 자수를 권고하는 구명회의 모습에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시선을 보내던 관객은 피해자의 아버지인 유중식의 말 한 마디로 예상치 못한 미스테리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같이 있던 여자아이는 어디 있냐?"


살인사건이 실종, 은폐 사건으로 전환되면서 <우상>은 흥미로운 미스터리물의 결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누군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궁금증과 실종되었던 여성 최련화가 왜 도망치려 했는지, 그리고 그녀를 쫓는 이는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순도 높은 긴장감을 형성한다. 양심적이었던 인물들이 사건의 전개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합리한 방법을 동원하고, 모든 인물이 각자의 목표와 이상을 이루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서 이 영화의 제목 '우상'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게 한다.


전작 <한공주>를 통해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닌 소녀의 심리를 냉철하면서도 감수성 있게 묘사하며 밀도 높은 연출력을 보여준 이수진 감독은 <우상>에서 여러 상징적인 장면과 디테일한 설정으로 깊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본인이 추구하는 작가적 성향을 한층 더 깊이 녹여내려는 야심 찬 시도가 엿보였다. 그의 이러한 야심에 동조하듯 이 영화의 주축인 세 배우는 '미쳤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열연을 펼친다. 특히 역할을 위해 눈썹까지 밀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힘든 스타일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천우희의 열정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극 중 세 주인공 모두 자신들의 우상에 매몰되어 파국적인 상황을 맞이하는 것처럼 이수진 감독 역시 자신의 우상에 스스로 묻히고 마는 아이러니에 빠진 것 같다. 시사회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반응은 "대체 이야기가 뭐야?" 였다. 2시간 24분의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동안 다수의 관객이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영화는 앞에서 언급한 예상치 못한 첫 반전까지는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가 이리저리 흘러가며 초점이 흐려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첫 번째 문제는 이 영화가 대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한(?)것이 문제라고 생각될 정도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이상한 상황... 이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바로 너무나 고난이도의 실감나는 어투의 대사 탓이다.


대표적으로 천우희의 연변 사투리는 소리는 정말 잘 들린다. 뛰어난 연기자 답게 딕션(diction)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너무 리얼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바람에 자막이 따로 필요할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다. 배우가 캐릭터를 잘 연구하고 지역의 언어,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열연한 것은 높이 사지만 적어도 말의 내용을 일반 관객도 이 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독이 각본을 손봤어야 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라 해도 과한 몰입을 적절히 조절하고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감독의 임무다.

두 번째는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난해한 편집에 있다. <우상>은 현재 벌어지는 사건과 그다음 사건이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종종 생략되거나 축약되어 버린다. 주요 캐릭터가 왜 그 장소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어, 관객은 오로지 추측으로 그 흐름을 이해해야 하며,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이야기와 사건으로 넘어가 혼란을 가중시킨다.


스릴러 장르의 특성을 차치하고 서라도 영화란 최소한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을 가져야 한다. <우상>은 이상하리만치 이야기를 난해한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상징성을 담기위해 선택한 지나치게 복잡한 묘사 방식과 과감한 생략은 영화 초중반의 긴박한 흐름을 놓아 버려 관객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런 방식이 결과적으로 감독이 의도한 바를 잘 나타낸 것일 수 있겠지만, 일반 관객과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작품으로 다가올 수 있다. <곡성>이 미스터리의 구조안에 감독이 의도한 요소를 부분마다 정교하게 설치하고 관객의 몰입을 지속적으로 얻어냈 던 것과 달리 <우상>은 그 구조가 부실한 상태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상징적 메시지만을 전달하느라 너무도 어려운 영화를 만들고 말았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배우들의 열연과 인상적인 미장센, 입체적인 의미를 지닌 메시지를 해석하는 관점에서 보면 작가주의 성향의 작품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상>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르적 뼈대와 이야기 전개방식을 조금만 더 관객의 입장에서 구축하였다면 이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가 크게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상>은 3월 2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사진=CGV 아트하우스,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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