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또다시 불거진 리복, 부활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11. 1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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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리복 클래식
전소미의 2017년 리복 화보

[브랜드 스토리] 리복(Reebok) 매각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달 말 외신들은 독일의 한 매거진 기사를 인용해 아디다스가 내년 3월까지 리복을 매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디다스는 2006년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업계 1위인 나이키를 따라잡겠다는 것을 목표로 38억 달러에 리복을 인수했다.

한때 나이키를 넘어섰던 저력을 바탕으로 리복은 재도약을 꿈꿨다. 80년대 트렌드를 빨리 읽고 여성용 에어로빅화를 출시해 에어로빅 붐과 함께 고속 성장했던 것처럼 피트니스 전문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 크로스핏 공식 후원을 맡고 해당 분야 특화 제품을 내놓는 등 나이키, 아디다스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부활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아디다스가 기록한 리복의 장부가액은 9억 9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리복의 매출이 떨어진 것은 물론, 아디다스 상황도 좋지 않아 이번엔 진짜 결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나도 왕년엔 잘 나갔어"
러닝화로 시작해 여성용 에어로빅화로 승승장구

'스파이크 러닝화'의 발명으로 시작된 리복의 역사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스파이크 러닝화'에서 시작됐다. 영국 볼튼의 육상 선수였던 조셉 윌리엄 포스터는 할아버지 발명품에서 영감을 얻어 스파이크 박힌 신발을 개발했다. 크리켓화에 스파이크가 달린 것을 보고, 이를 개조해 '포스터 러닝 펌프'라는 스파이크 러닝화를 개발했다.


출처: GRAILED
조셉 윌리엄 포스터의 스파이크 러닝화

러닝화는 점차 영국의 육상 선수 대회에 공급이 되기 시작했고, 좋은 성과를 얻으며 뛰어난 기술을 입증했다. 포스터는 5년 뒤, 그의 이름을 딴 'J. W. Foster'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점차 러닝화의 기능을 보완하고 발 사이즈 측정 방법도 체계화해 나갔다. 당시 올림픽 대표 육상 선수 팀에 신발을 공급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를 통해 그의 신발은 더욱 유명해졌다. 주인공으로 알려진 해롤드 에이브라함스(Harold Abrahams)와 에릭 리들(Eric Liddell) 선수가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각각 100m와 400m 금메달을 따내면서 스파이크 러닝화의 명성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후 포스터의 손자인 조 포스터와 제프리 포스터는 1958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빨리 달린다는 영양의 이름을 따 '리복(Reebok)'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출처: Simon & Schuster, Manchester Evening News
세계 최초 여성 전용 기능화 출시
'에어로빅화'

두 사람은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제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폴 파이어 먼(Paul Fireman)을 만나 그에게 북미 판매권을 내어주면서 미국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 조깅이 유행하던 시기라 러닝에 특화된 리복 신발은 금세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에어로빅화는 리복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80년대 당시 미국에서는 에어로빅 붐이 일었다. 리복은 에어로빅과 같은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여성 소비자가 늘었다는 트렌드와 니즈를 빠르게 읽었다. 그렇게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신발 중 하나이자, 최초의 여성 전용 에어로빅 화인 '프리스타일'이 출시됐다. 당시에는 여성을 위해 고안된 실용화가 없어서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다.

다음 해에 리복은 매출 128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4년 후에는 매출이 14억 달러로 늘었다. 한때는 아디다스와 나이키를 추월하며 스포츠 패션계의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프리스타일'의 성공을 바탕으로 파이어 먼 은 84년 영국 리복 본사를 인수했다.


리복은 신발 제품 이외에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트레이닝 진행 강사까지 모집했다. 1989년엔 스텝 리복 운동 프로그램을, 2000년대에는 리복 코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피트니스 전문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했다.

이후 크로스핏, 요가,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용품 및 의류 사업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특히 크로스핏 경기의 독점 타이틀 스폰서로서 각종 크로스핏 대회들을 10년간 후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명 가수들이나 구찌, 네이버 라인프렌즈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이어가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NBA 후원 마케팅 & 시그니처
'펌프 퓨리' 통해 인기

리복은 최초로 NBA, NFL, NHL과 리그 전체 의류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후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이키 조던 시리즈의 농구화를 이기기엔 아직 무리였다. 리복은 또 다른 NBA 스타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의 스폰서가 되어 나이키 조던에 대항했다. 이후에도 다른 농구 스타들을 후원하며 운동선수와의 콜라보를 선보였다.

시그니처 신발인 공기 주입 방식을 이용한 '펌프(Pump)' 기술이 들어간 농구화를 개발해 출시 이후 18개월 만에 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펌프화는 신발 내부에 공기주머니가 있어 발과 신발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 더 좋은 착용감을 주는 기능성 농구화다. '디 브라운 선수'가 1991년 NBA 슬램 덩크 콘서트에서 '더 펌프(The Pump)'를 착용한 이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신발 끈을 없앤 '인스타 펌프 퓨리'까지 시리즈로 출시해 스포츠용 기능화 뿐만 아니라 패션화로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출처: 지니소울

에어로빅 붐 끝난 뒤 쇠락기 맞은 리복,
아디다스 인수 그 이후는

2000년대 미국에서 에어로빅 붐이 사그라들며 리복은 쇠락기를 맞았다. NBA 계약과 함께 농구스타 마케팅을 선보였으나, 에어 조던(Air Jordan), 에어 맥스(Air Max)로 당시 큰 성공을 거둔 나이키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2006년, 아디다스에 인수되었다. 리복은 크로스핏이나 장애물 경주 스파르탄 레이스 등의 스포츠 영역까지 확장하며 피트니스 브랜드로 완전히 방향을 전환했다. 유명 브랜드나 가수와의 콜라보도 활발히 진행하며 다시 성장세를 맞이하는 듯 보였으나, 올해 초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재도약에 실패했다.

아디다스가 인수한 이후부터 2016년까지 리복의 매출은 10년간 10.6% 감소했다. 아디다스 CEO인 카스페르 로스테드(Kasper Rorsted)는 아디다스에 합류한 이후로 리복을 매각하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계속해서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실적이 저조한 리복 매장을 폐쇄하고, 일부는 라이선스 계약을 만료해 비용을 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리복이 피트니스 브랜드로서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2020년까지 마진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리복 매각에 대한 많은 의혹들을 잠재웠다.

레트로 마케팅, 명품 브랜드와의 콜라보로
"반짝 흑자 전환"

실제로 로스테드는 높은 마진 달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왕좌의 게임 배우인 나탈리 엠마누엘,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등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뽑기도 했다. 웹사이트를 새롭게 개편하는 등의 여러 지원과 투자를 통해 2018년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2017년 말, 레트로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리복의 클래식한 아이템들이 다시 인기를 끌기도 했다. 과거의 브랜드 로고와 디자인을 앞세운 협업 제품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발렌시아가, 구찌, 베트멍 등 명품 패션 브랜드가 리복의 시그니처 상품인 퓨리와의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리복의 브랜드 가치는 다시 회복되는 듯 보였다.

리복, 아디다스도 피해 가지 못한 코로나19

2020년, 예상치 못한 복병이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아디다스의 매출은 35% 감소했는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리복은 매출이 42%나 감소한 것이다.

독일의 매니저 매거진의 보도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로스테드가 리복을 약 24억 달러에 매각하기를 바랐지만, 현 상황에서 그 액수 이하로 만족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디다스의 리복 매각 보도 이후 아디다스 주가는 3.2% 급등하기도 했다.

리복 매각 보도 이후 아디다스의 공식 입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반스, 노스페이스, 팀버랜드 등을 보유한 미국 의류기업 VF 그룹과 중국 대표 스포츠 의류기업 안타 스포츠가 리복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비즈 박은애 정예지 | 디자인 홍지수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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