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로 랄플로렌과 휠라 어글리슈즈, 왜 갑자기 다시 유행할까?

조회수 2020. 11. 2. 1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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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랄뽕'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왼쪽 가슴에 로고가 박힌 피케 셔츠, 옥스퍼드 셔츠 등 1990년대 중후반을 강타한 '폴로 랄프로렌 룩'을 다시 입는다는 뜻이다. 인스타그램에 랄뽕을 검색하면 12만 건이 넘는 게시글이 나온다. 패션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랄뽕룩 입는 법을 공유하는 게 유행이다. 레트로와 뉴트로는 MZ세대의 무시간성이 가져온 특징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다시 뜰지 모른다.

청바지나 면바지에 단정한 셔츠 차림, 니트 스웨터에 면 스커트 등 옛날 청춘 드라마 속 전형적인 모범생처럼 느껴지는 말쑥한 옷차림이다. 젊은 세대들의 인기를 반영하듯 폴로 랄프로렌은 최근 1020의 주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도 입점했다. 유사한 브랜드인 타미힐피거, 빈폴 등도 덩달아 인기다.

출처: 무신사TV
무신사TV에 올라온 폴로 랄프로렌 출근룩

자라, H&M,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는 트렌드 시간 여행을 즐긴다. 과거의 어느 시대로 돌아가 '대유행' 혹은 '몰개성'이라 불리던 한 시점의 코드를 소환한다. 당시 국민의 50~90%가 알던 브랜드와 문화, 콘텐츠는 MZ세대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로 조명된다.

현재는 모든 유행의 주기가 짧고, 소비하는 콘텐츠도 빠르게 휘발한다. 요즘 세대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옛 시절의 헤리티지에 집착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가 디지털 피로감을 탈출할 수 있는 통로는 과거의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그것을 재해석하는 데 능한 이들에게 오래된 것은 매력적인 요리 재료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인터넷에서 봤거나 부모 세대로부터 들은 것들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찾아 나선다.

마찬가지로 MZ세대가 찾아다니는 곳들은 오래된 곳이다. 기성세대의 발길이 끊어진 허름한 골목길, 낡디낡은 노포 등 이들은 삼촌과 이모들이 20대를 보내던 시기를 탐닉하며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게 을지로를 '힙지로'로 만들고, 30년 전 유행했던 운동화를 다시 신으며, 유튜브에서 '온라인 탑골공원' 영상을 찾아본다. LP판이 다시 팔리기 시작하고, 동묘 앞 중고 시장은 마스크를 낀 채 낡은 옷 숲을 뒤지는 10~20대로 넘쳐난다.

출처: 비욘세 인스타그램

휠라의 부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전성기를 지나 2000년대 초반 파산 위기까지 겪었던 휠라는, 과거를 끌고 와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동시에 나름의 유연한 확장을 했다. 그 생각이 MZ세대에 닿아 부활했다. 기존 명품들이 자사 로고를 감추는 '로고리스'에 빠져있을 때, 휠라는 오히려 정 반대의 맥시멀리즘으로 달려갔다. 미국 톱 모델 켄달 제너가 한 패션쇼에서 휠라 로고가 크게 적힌 티셔츠를 입었고, 비욘세가 휠라 옷을 입은 사진이 SNS에 퍼지며 젊은 세대가 반응을 했다.

'어글리 슈즈'라고 불리는 1990년대 감성과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휠라의 '디스럽터2'는 20년만에 재출시돼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10대에게 휠라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익숙하지 않은 낯선 브랜드였고, 그들이 보여주는 레트로 감성은 색다른 상품을 찾던 MZ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제 운동화 편집샵에서 1020세대가 휠라 운동화를 집어드는 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인터비즈 서정윤 정리
inter-bi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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