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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플라, 다들 아시죠? 간단하게, '커버 전문'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입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리메이크'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만 해외에서는 '커버'라고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제이플라는 실제로 영국 쪽 레이블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죠.
일단 노래 한곡 들어보고 갈까요? 에드 시런(Ed Sheeran) 원곡의 'Shape of You'입니다.
제이플라의 활동 기반은 유튜브입니다.
인기가 정말 상상초월인데요. '월드 유튜브 Top 100' 아티스트 차트에서 무려 26위(물론 우리의 BTS는 10위입니다만)에 올랐습니다.
국내로 한정하자면, 제이플라의 구독자수는 열손가락 안에 드는데요, 800만명이 넘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죠? 무엇보다 창작이 아닌 '커버'만으로 이런 숫자를 달성해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과거였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죠.
우선, 음악 역사에 있어 '커버'는 언제나 '오리지널'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거죠. 원본보다 복사본이 나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원본보다 복사본이 더 훌륭했던 경우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죠. 이 곡, 휘트니 휴스턴 원곡이 아닙니다. 돌리 파튼(Dolly Parton)이라는 가수가 먼저 발표했는데요. 결국 역사에 남은 건 휘트니 휴스턴의 커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케이스는 이 외에도 상당히 많습니다. 궁금하시다면, 밑의 글을 참조해주세요.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 건 "플랫폼'이 무엇이냐"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 당장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들어가보세요. 비단 제이플라뿐만이 아닙니다. 케이-팝 관련해서만도, 수많은 해외 가수(혹은 가수 지망생)들이 '커버'한 영상이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튜브에 업로드한 커버 영상으로 주목을 받은 뒤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경우도 꽤 많죠.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아카펠라 전문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입니다. 특히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명곡들을 메들리로 소화한 'Daft Punk'와 고티에(Gotye)의 히트곡 'Somebody That I Used To Know'를 다시 부른 영상 등이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참, 이 곡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하나도 빠짐없이 인간의 목소리로 낸 것들입니다. 악기를 썼는데 왜 아카펠라 그룹이냐고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어 적어둡니다.
다시 제이플라로 돌아와볼까요. 이 독특한 타입의 가수를 통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현상들이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100% 창작'에만 얽매이는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창작곡은 쏟아져 나오겠죠. 그러나 이미 수많은 대중들이 창작곡과 커버곡을 두고 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대중음악의 역사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신시사이저와 샘플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곡들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결합하는가'가 음악 만들기에 있어 새로운 핵심 요소로 부각된 건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여러 장르들 중에서도 힙합과 EDM이 이런 흐름을 주도해왔죠.
커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버곡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낮게 보는 시대는 끝났다는 거죠.
원곡을 창의적으로만 재해석한다면, 현시대의 젊은 대중들은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이플라는 이런 현상을 상징하는 가수라고 할 수 있겠구요.
결국, 유튜브라는 플랫폼 위에서 창작과 재해석의 경계는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제이플라를 보세요. 이미 창작 뮤지션들만큼이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요. 어쩌면 이런 흐름은 '싱어 송라이터'와 '록 밴드'로 대표되는 '창작'이라는 행위가 50년 이상 구축해온 신화의 종말을 예고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구요? 네. 제가 뭐 예언가도 아니고, 틀릴 수도 있겠죠. 그러나 창작이라는 행위에 우리가 부여해왔던 독점적인 권위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