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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탄소년단이 화제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봤나? 정말이지 그건 '급'이 다른 함성이었다. 그들은 시상식에서도 맨 앞줄에 앉아 대우 자체가 달라졌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여하튼, 그 날의 주인공들 중 한명으로 방탄소년단을 꼽는 건 '국뽕'이 아닌 '팩트'다. 우선 이 날 들려줬던 신곡 'Fake Love'부터 듣고 가자.
그런데 말입니다.
불만 하나 제기해보겠다. 작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때도 느꼈지만, 왜 그렇게 카메라를 잡는 것인지, 이유는 하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카메라맨들이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다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저렇듯 다이나믹한 퍼포먼스에 저렇게 단순하고 느릿한 카메라 워킹이라니, 그럴 거면 차라리 한국 가요 순위 프로그램 쪽에 외주를 맡기라고 부탁하고 싶다. 뭐,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때 불렀던 노래 하나 듣고 계속 얘기해보겠다. 'DNA'다.
이제 방탄소년단의 신보 <LOVE YOURSELF 轉 'Tear'>에 대해 말해볼 차례다. 나는 이 음반이 의심의 여지 없이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몇 번 되풀이해 감상해본 결과, 첫 싱글 'Fake Love'보다 '더' 좋은 곡이 최소 3곡은 있지 않나 싶다.
솔직히 'Fake Love'는 ‘Fake Love’를 반복해 외치는 짧은 구절로 승부하는, 일종의 댄스-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특출난 구석보다는 싱얼롱 할 수 있는 후렴구가 돋보이는 곡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게 바로 이 곡이 첫 싱글로 선정된 이유일 수 있다는 거다. 즉, 가열찬 '싱얼롱'이 가능하다는 것. 이 점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먼저 ‘134340’을 첫 손으로 꼽고 싶다. 적어도 창조적인 곡 전개라는 측면에서 이 곡은 앨범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변칙적으로 진행되는 몽환적인 톤의 기타 플레이와 사운드의 빈틈을 절묘하게 메워주는 플루트 샘플링이 특히 돋보이는 곡이다. 이 두 요소를 중심으로 해서 감상해보길 권한다.
다음으로는 저 유명한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가 참여한 '전하지 못한 진심'이다. 꿈결 같은 사운드 디자인에 설득력 높은 멜로디를 더해 ‘이것이 최신’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는 곡이다. 전체적으로는 앨런 워커(Alan Walker)를 연상케 하는데, 그보다는 멜로디가 좀 더 선명하다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는 '낙원'이다. 이 곡은 내가 꼽는 앨범의 베스트이기도 하다. 이 곡을 최대한 집중해서 감상해보라. 멜로디가 아닌 ‘비트’에 귀 기울여보면,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된 곡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근 1년 간 내가 들었던 아이돌 곡들 중 비트로만 따지자면 레드 벨벳의 ‘피카부’와 함께 이 곡이 최고다.
아직도 아이돌 음악을 듣지도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뭐, 별 수 있나. 내가 충고할 수 있는 건, 제대로 들어보고 얘기하라는 것밖에는 없다.
물론,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대한민국 입시 제도와 다를 바 없는 무한 경쟁 속에서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부조리할 수밖에 없다. "부조리란 인생에서 의미를 찾으며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좌절시키는 세계의 비합리성을 뜻한다." 내가 아니고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라는 작가가 한 말이다. 이 점에 대한 비판은 내가 <에스콰이어> 2018년 1월호에 긴 글로 기고한 적이 있다. 은행 갈 일 있으면 한번 보기 바란다.
어쨌든, 방탄소년단의 경우, '피 땀 눈물'을 비롯한 여러 곡에 대한 인문학적 분석이 실려있다. 아래, 내가 책에 대해 쓴 추천사를 붙여둔다.
생생한 현장의 열기와 반응이 담긴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방탄소년단'
무대 영상을 아래에 걸어놓으니
여러분들도 진한 '국뽕'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