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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애정하는 건 평양냉면인데요. 그러나 오해 마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평양냉면만이 '냉면의 왕도'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분식집 냉면이나 함흥 냉면도 “맛나요. 촵촵”하면서 아주 잘 먹습니다. 다만 비율 면에서 평양냉면이 압도적으로 높을 뿐이죠. 저는 '모든 냉면은 인간 앞에서 평등하다'고 믿습니다.
우선 본격적으로 썰을 풀기 전에 최근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워한 분의 음악 한곡 듣고 가겠습니다. 누구냐구요? 레드벨벳의 아이린입니다. 이유는 대충 아시겠죠? 참고로 이 곡 '빨간맛'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팝 노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상을 타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 잘 만들어진 곡이에요. 물론 저는 '피카부'를 더 좋아하긴 합니다만.
가수 백지영도 빼놓을 수 없죠. 원조 평양냉면을 그렇게 맛있게 먹다니, 못 먹어본 입장에서 그건 반칙입니다. 그런데 먹기 전에 '옥류관 직원이 양념장, 식초, 겨자를 듬뿍 더해줬던 영상' 혹시 보셨나요?
이 영상이 남쪽 평양냉면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는데요. 그 이유는 밑에 적겠습니다. 그나저나 북한 관객들도 백지영의 가창력에 찬사를 보냈다고 하네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옥류관 평양냉면 사진 때문에 남한의 '평양냉면 부심' 부리던 사람들이 꽤나 머쓱해졌다고 합니다. "식초, 겨자 절대 뿌리지 말고 먹어야 그것이 제대로 먹는 것이다" 던 사람들.
평양에선 평양냉면에 다 뿌려 먹던데요?
또, "면은 무조건 메밀이 80퍼센트 이상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 북한 오리지널 평양냉면의 메밀 비율은 40퍼센트라고 합니다. 나머지 60퍼센트는 감자 전분이구요. 게다가 간장도 좀 뿌려서 먹는다고 하네요. 이걸 어쩌나요?
이제 쓸데없는 부심 좀 제발 접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냥 각자 먹고 싶은 스타일대로 즐기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왜 자꾸 평양냉면에서도 '순수주의'를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난 브루노 마스 관련 글에서 <순수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했었죠? 평양냉면 순수주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링크 걸어둘 테니 한번 읽어보세요.
여튼, 갑자기 평양냉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으니, 노래로 달래봐야겠네요. 아티스트 이름이 좀 독특합니다. 씨없는 수박 김대중의 '300/30'. 이 곡이 왜 평양냉면과 관련 있는지는 노래를 들어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들어보셨나요? 블루스를 기조로 한 이 곡에서 씨없는 수박 김대중은 월셋방을 전전하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비참한 현실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노래합니다.
노래 속 주인공은 신월동, 녹번동, 이태원 등으로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는데, 아뿔싸 300에 30으로 구할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비행기 바퀴가 잡힐 것만 같은 옥탑이거나, 방공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지하 단칸방 뿐인 거죠.
그 와중에 씨없는 수박 김대중은 각 단락의 마지막에 “평양냉면 먹고 싶네”라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집어넣어 듣는 이들을 슬며시 웃음 짓게 합니다. 이게 바로 이 곡이 지닌 매력의 본질이 아닐까 싶은데요.
희극과 비극의 경계에 서서, 찬가와 비가 사이의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위치하면서 인상적인 페이소스를 퍼올리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인생이라는 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까 "모든 냉면은 인간 앞에서 평등하다"고 말씀드렸죠? 다음 곡이 이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가요? '냉면'하면 떠오르는 최고 히트곡, 바로 명카드라이브의 '냉면' 아닌가요? 그런데 이 곡에서 노래하는 냉면은 아마도 '분식집 냉면'에 가까울 텐데요.
강병철과 삼태기의 ‘냉면’이라는 곡도 마찬가지죠.
“물냉면에 불냉면에 비빔냉면 회냉면….. 맛좋은 냉면이 여기있소/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오”라는 노랫말을 한번 보세요. 이 곡에서의 냉면 역시 남한의 평양냉면과는 거리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평양냉면 못 지 않게 맛있을 거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번 주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곧 여름입니다. 엄청 덥겠죠?
그 어떤 냉면이든 맛있게 드시면서
무더운 여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