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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크리스마스(Christmas)에 차트 1위는 가문의 영광일세.

영화 '러브 액추얼리' 슬슬 또 방송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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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먼저 특정 영화의 한 장면을 복기해본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여기저기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러브 액츄얼리>다. 


이 옴니버스 명작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빌리 맥(Billy Mack)은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퇴물에 불과한 노가수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 그가 ‘Love Is All Around’를 (누가 봐도 대충) 리메이크해 발표한 ‘Christmas Is All Aound’가 영국 차트 1위 후보에 오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정상을 거머쥔 그는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옷을 훌러덩 벗고 섹시한 여성들과 함께 축하 무대를 갖는다. 일단 'Love Is All Around'의 원곡과 이 원곡을 커버한 가장 유명한 리메이크, 그리고 빌리 맥의 'Christmas Is All Around'부터 듣고 가자.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비틀즈는 진리

그 놈의 지겨운 <러브 액츄얼리> 얘기 또 하는 거야? 이렇게 불평을 늘어놓으실 분들, 잠깐만 기다려달라. 위의 단락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러브 액츄얼리'가 아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과 ‘영국 차트 1위’다.


역사적으로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노래가 무엇일지를 놓고 내기 비슷한 게임을 하는 게 일종의 전통이었다. 따라서 당연히, 1위에 오른 싱글을 사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 그들만의 자연스러운 풍습처럼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게 바로 축구계에서도 유명한 '박싱 데이'의 기원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크리스마스 시즌 1위에 목마른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그 오랜 전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다는 ‘가문의 영광’이 뒤따르고, 수많은 팬들이 싱글을 구입하기에 상업적 부도 보너스로 축적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내본다. 영국 차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 1위곡을 가장 많이 배출한 뮤지션(혹은 밴드)는? 정답은 과연 비틀즈(The Beatles)다. 명성에 걸맞게 지금까지 4곡의 노래를 정상에 올려놨다. 또한 1963년과 1967년에는 1위와 2위곡이 모두 비틀즈의 노래였으니,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비틀즈는 진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1위에 오른 4곡을 밑에 소개한다.


엑스 팩터 출신 스타 가수들의 활약

최근으로 눈을 돌려보면,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엑스 팩터>의 선전이 가장 눈에 띈다. 2005년 ‘That's My Goal'로 1위를 거머쥔 쉐인 워드(Shayne Ward)를 시작으로 'A Moment Like This'로 꼭대기에 안착한 레오나 루이스(Leona Lewis)‘When You Believe’의 레온 잭슨(Leon Jackson) 등을 거쳐 ‘Hallelujah’로 넘버원에 핫 샷 데뷔한 알렉산드라 버크(Alexandra Burke) 등이 모두 <엑스 팩터>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케이스들이다.


그렇다면 바로 작년인 2017년에는? 클린 밴디트(Clean Bandit)의 'Rockabye'가 크리스마스 주간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미혼모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작곡된 것이기도 하다.


1952년부터 2016년까지 크리스마스 주간 영국 차트 1위곡은 밑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더 이상 엑스 팩터 출신에 1위를 뺏길 수 없다

워낙 크리스마스 차트 1위가 중요하다 보니,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위의 링크를 잘 보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위곡을 모조리 <엑스 팩터> 출신 가수들이 독점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09년 아주 재밌는 현상이 발생했다. 록 밴드 레이지 어갠스트 더 머쉰(Rage Against The Machine)이 1992년 발표한 곡 ‘Killing In The Name’이 뜬금없이 영국 싱글 차트 1위로 솟아올랐던 것이다.


이는 <엑스 팩터>에 반대하는 ‘안티 팬들’이 "더 이상 <엑스 팩터> 출신 가수들 따위에게 크리스마스 1위 자리를 뺏길 순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운동을 전개한 결과였다. 최종 후보로 제목도 의미심장한 ‘Killing In The Name’이 낙찰되어 이 운동에 동참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곡의 싱글을 구입하거나 다운로딩을 했던 것이다. 물론 <엑스 팩터>의 설립자이자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은 이를 두고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며 코웃음을 쳤다고는 하지만.


비틀즈의 뒤를 잇는 스파이스 걸스

이 외에 1990년대에는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가 총 3곡의 크리스마스 1위곡을 올려 비틀즈의 뒤를 잇는 기록을 세웠고, 퀸(Queen)의 명곡 'Bohemian Rhapsody'는 1991년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죽음에 영향 받아 크리스마스 시즌에 정상을 밟기도 했다.


어쨌든, 크리스마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17년 영국 차트 크리스마스 1위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그러나 그 이전에 일단 나와 여러분부터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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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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