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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아델(Adele)만 007 주제가 부른 게 아니다.

어쨌든 거참 아델 목소리 듣기 참 좋은 날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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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 음악 인생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순간이다. 내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던 분들과 같은 반열에 설 수 있어 영광이다.

<007 스펙터>(2015)의 주제가 ‘Writing’s on the Wall’을 부른 샘 스미스(Sam Smith)는 위와 같은 소감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던 바 있다. 이 언급만 봐도 우리는 007 시리즈의 주제가를 부른다는 게 가수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음악듣기는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007 시리즈의 주제가를 부른다는 건 두 가지를 동시에 인정받는 것이라고 본다. 첫째가 ‘인기’, 다른 하나는 ‘동시대성’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인기 좀 있는 가수나 뮤지션은 말 그대로 널려있다. 대충 세어만 봐도 수백 명은 족히 넘을 듯한데, 이들 중 아무에게나 007 주제가를 부를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고려되는 요소가 바로 ‘동시대성’이다. 과연 그 인기 가수가 지금 세대의 어떤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남성 버전 아델(Adele)’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샘 스미스는 근 몇 년 동안 공감을 얻고 있는 팝-소울 음악의 최전선에 위치한 뮤지션으로 분류된다. 게다가 아델과 마찬가지로, 그래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는 메리트도 지니고 있었다.

출처hellomagazine

007 주제가는 따라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인기’ 가수/뮤지션/밴드들이 자웅을 겨뤘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를 지닌다. 게다가 그들은 공히 각 시대의 트렌드를 충실하게 반영하는 음악들을 들려줬다. 샘 스미스 역시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바로 전 작품인 아델의 ‘Skyfall’이 워낙에 거대한 찬사를 받았던 까닭이다.


007 시리즈 주제가의 역사에는 ‘Skyfall’ 외에도 명곡들이 부지기수다. 그 중 몇 곡만 추려서 소개해본다. 마티니 한잔 하면서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단, 젓지 말고 흔들어서. 일단 아델 목소리부터 듣고 가자.

음악듣기는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A View to a Kill / Duran Duran (1985) - 14탄 <뷰 투 어 킬>

서론에서 설명했듯이, 007 시리즈의 주제가는 언제나 당대의 유행을 선도하는 뮤지션이나 밴드들에게 자주 맡겨졌다. 이 곡을 노래한 듀란 듀란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곡이 공개된 1985년은 키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뉴웨이브 사운드가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던 시기. 그 중에서도 돋보였던 존재가 둘이 있었으니, 하나가 바로 영국의 듀란 듀란이었고, 다른 하나는 역시나 007 주제가 ‘The Living Daylights’를 부른 노르웨이 밴드 아하(A-Ha)였다.


따라서 두 곡 모두 비슷한 지향점을 지니고 있지만, 아무래도 더 큰 무게감이 쏠리는 쪽은 듀란 듀란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6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박력과 스케일의 공존이다. 또한 당시 듀란 듀란의 엄청난 인기를 반영하듯, 차트 성적에 있어서도 단연 발군임을 과시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모든 007 주제가 중 ‘유일무이한’ 빌보드 1위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Live and Let Die / Paul McCartney & Wings (1973) - 8탄 <죽느냐 사느냐>

이 곡을 논하려면 아무래도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공연의 절정에서 이 곡을 노래하고 연주하며 객석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는데, 라이브로 감상하니 그 리듬감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실 폴 매카트니는 007 주제가를 부를 생각이 많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끈질긴 구애에 못 이겨 그가 내놓은 조건은 단 하나였다. 이 곡이 무조건 오프닝 장면에 쓰여야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프로듀서였던 해리 살츠먼(Harry Saltzman)과 폴 매카트니 사이에 있었던 관계가 큰 작용을 했다. 해리 살츠먼은 과거 비틀스(The Beatles)의 영화 <A Hard Day’s Night>(1964)을 프로듀스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비틀스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거절을 했던 것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한 해리 살츠먼은 폴 매카트니에게 오케이 사인을 전달했고, 결국 007 주제가뿐만 아니라 폴 매카트니 솔로 디스코그라피를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건스 앤 로지스가 헤비메탈 스타일로 커버한 버전도 이후 큰 인기를 모았으며 007 시리즈의 음악적인 페르소나인 존 배리(John Barry)가 참여하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You Only Live Twice / Nancy Sinatra (1967) - 5탄 <007 두 번 산다>

낸시 시나트라의 목소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존재한다. 영화 <킬 빌>에 삽입된 ‘Bang Bang’이 증명했듯이, 그의 보이스를 듣고 있노라면 뭔가 불길한 전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곡 역시 마찬가지다. 낸시 시나트라는 이 곡에서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인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007 주제가의 역사에 있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 하나를 길어 올렸다. 뭐랄까. 목소리만으로도 팜므 파탈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오프닝만으로도 듣는 이를 단번에 집중하게 하는 이 곡은 콜드플레이(Coldplay), 뷰욕(Bjork),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등에 의해 커버되면서 높은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인정받았던 바 있다.

You Know My Name / Chris Cornell (2006) - 21탄 <카지노 로열>

내가 제일 좋아하는 007 시리즈 주제가다. 이제는 고인이 된 록 보컬리스트 크리스 코넬이 불렀는데, 오프닝을 듣자마자 전율에 휩싸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크리스 코넬은 '목소리 가오빨'로는 세계 1위다. 진짜 멋진 목소리의 소유자. 이런 그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니, 다시금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사운드와 함께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를 이 곡을 통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James Bond Theme / John Barry Orchestra (1962) - 1탄 <닥터 노>

저 유명한 제임스 본드의 공식 주제가. 1962년 본드 시리즈의 첫 작품인 <Dr. No>에 처음 사용되면서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 이후 무려 70명 이상의 뮤지션이 이 곡을 커버했다. 영화 음악 역사에 있어 최초로 '빅 밴드 스타일'을 도입한 혁신성을 인정받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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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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