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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결국,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Summersonic Festival) 간 것 외에는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 일 때문에 정신은 없고, 정신이 없는 만큼 수입은 느는 것 같은데, 통장 잔고는 도무지 오를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이거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어쨌든, 이대로는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 해외여행은 물론 연수까지 다녀와서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나는 그 유명한 뉴욕 한번 못 가봤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악 평론가라는 인간이 ‘대중음악의 최전선’ 뉴욕도 못 가봤다니 말이다.
뉴욕
그래서 2009년 제이 지(Jay-Z와) 알리샤 키스(Alicia Keys)가 부른 ‘Empire State Of Mind’가 발표되자마자 완전히 꽂혔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팝송에는 ‘뉴욕 찬가’가 많은 걸까. 못 가본 사람의 입장에서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뉴욕이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뉴욕에 대한 곡들이 그토록 많은 건지, 언젠가 이 두 눈으로 꼭 확인하고야 말리라.
이집트 & 아프리카
그리고 이집트. 여러분은 어떤가. 죽기 전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왠지 봐야할 것만 같은, 이상한 사명감 같은 게 있지 않나? 언젠가 이집트에 간다면, 뱅글스(Bangles)의 ‘Walk Like An Egyptian’이 배경음악으로 적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대중음악의 고향’인 아프리카는? 남아공 월드컵 인기곡이었던 케이난(K'Naan)의 ‘Wavin' Flag’와 록 밴드 토토(Toto)의 ‘Africa’를 들으며 세렝게티 초원을 질주하는 나의 모습을 오늘도 상상해본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쿠바 & 브라질
쿠바와 브라질도 빼놓을 수 없다. 쿠바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쿠반 뮤직, 브라질은 축구와 리우 카니발 때문에 언제나 내 ‘위시 리스트’의 맨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Club)의 ‘Chan Chan’과 리 릿나워(Lee Ritenour, 인터뷰를 해본 결과, ‘리 리트너’가 아니다.)의 ‘Rio Funk’를 좀 들어줘야 할 거 같다.
모나코
갑자기 20대 후반이 되서야 갔던 최초의 해외여행이 생각난다. 2000년에 제대해서 2001년에 복학했고 2003년 가을에 졸업해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2004년 1월. 28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국이 아닌 땅을 밟아본 역사적인 모멘트를 아직도 기억한다.
출장 덕분에 갔던 프랑스의 드골 공항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외국인 특유의 암내를 처음 맡아봤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니스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깐느에 도착했다. 감개가 무량했다. 골목골목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감동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아름다워 보였다.
그 후로 프랑스만 두 번을 더 갔고, 니스, 마르세유, 파리, 모나코 같은 도시와 나라들을 출장 중 짬을 내서 여행했다.
그 중 압권은 단연 모나코였다. 하긴, 첫 번째 해외여행(실제로는 출장)에서 딱 하루만 허락되었던 자유시간에 갔던 곳이니 맘에 안 들 수가 없었을 것이다. 모나코 역에 도착하자마자 학창 시절 배운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이 바로 느껴졌다. 겨울에도 이토록 따스할 수가 있다니.
해변에 펼쳐진 범선들과 끼룩끼룩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바라보며 장 프랑스와 모리스(Jean Francois Maurice)의 ‘Monaco’를 들어줬다. 적어도 나에게는, 퍼펙트한 매치였다.
스위스
이후 내가 간 해외여행은 거의 매년 방문하는 일본을 제외하면 스위스 몽트뢰가 유일했다. 얼마 전 <비긴 어게인> 팀이 공연했던 바로 그 곳에 나 역시 2번이나 가서 수많은 라이브를 보고,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동상 옆에서 사진도 찍었다.
몽트뢰와 레만 호수는 생전 프레디 머큐리가 '모두를 위한 천국'이라 불렀던 곳. 또,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라는 명곡이 바로 이곳의 화재 사건 덕에 탄생된 것으로 유명하다.
인생은 짧고, 가고 싶은 곳은 많다. 내년에는 부디 비행기 타고 10시간 넘는 나라에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해본다. 이륙하기 전, 겁쟁이인 나에게 청심환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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