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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도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플래티넘 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책 몇 권을 주문했다. 그대여. 플래티넘이 골드로 하락했을 때의 좌절감을 느껴본 적 있는가. 이 좌절감을 다시는 맛보지 않기 위해 나는 습관처럼 책을 주문하고 내 방에 쌓아놓는다. 기필코, 올 가을에는 (전부는 힘들겠지만) 못 읽은 책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읽어볼 생각이다. 명색이 작가인데,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나.
책을 읽을 때 보통 음악을 틀어놓지 않는다. 이상하게 독서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음악을 틀고 책을 읽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곤 할 때가 있다. 이 때, 나에게는 가장 큰 대원칙이 있다. 가요는 되도록 피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자꾸 가사가 들려서 집중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되도록이면 팝송, 영어가 아닌 경우라면 더욱 좋다. 아이슬란드로 한정한 이유는 별거 없고, 내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서다. 여기에 그 리스트를 공개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독서할 때 가요는 쥐약이다. 가사가 직접적으로 들리기에 집중력을 흐트리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팝송, 그 중에서도 언어를 명료하게 발음하지 않는 팝송을 강추한다. 듣는 이를 포근히 감싸안는 듯한 멜로디를 갖고 있으면 더욱 좋다. 온전하게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덕분이다. 바로 이 곡, 아이슬란드 출신 뮤지션 아우스게일의 ‘In Harmony’가 그렇다.
전반부가 신비롭다면, 후반부는 웅장하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꼭 이렇겠지.
노르웨이 출신의 이 밴드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멤버 얼랜드 오여(Erlend Øye)다. 그가 프로듀스를 맡은 칵마다파카의 음악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그것을 꼭 빼닮았다. 책 읽는 분위기를 절대 해치지 않고 그 속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듯한 음악이라고 할까. 자연스레 기괴한 밴드 이름과는 완전 정반대라 할 정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예쁘고, 참 착하게 들리는 어쿠스틱 팝이다.
켄트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한 스웨덴 출신 스타 밴드. 보통 ‘Socker’(Sugar, 설탕)이 대표곡으로 손꼽힌다. 이 곡 외에도 그들의 노래에는 대개 달콤한 멜로디가 심어져 있는데, 스웨덴어이기에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도리가 없다.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강력한 이유다. 같은 이유로, 스웨덴어 전공자에게는 비추한다.
곡 제목은 영어로 하면 'Glass Apples'라고 한다.
제목 그대로다. 편안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 곡이기에 독서할 때 이보다 괜찮은 선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뮤는 덴마크 출신 밴드. 한국에서도 꽤 팬을 보유하고 있다. Mew라는 이름처럼 독서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에게 더욱 제격이다. 나의 경우, ‘Am I Wry? No’라는 곡을 가장 좋아하지만, 비트가 센 편이라 선택하지 않았다.
참고로 이 곡은 러닝 타임이 거의 9분 가까이 된다. 독서 중간에 귀찮게 곡 바꾸지 말고, 이 곡만 계속 돌려 들어도 무방하다.
핀란드는 세계적인 메탈 강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자일리톨과 메탈만 득실대는 건 아니다. 부드러운 밴드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캣츠 온 파이어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노스탤지어를 은은하게 자극하는 득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다. 가을 밤, 책을 읽다 이 곡이 나오면 잠시 고개를 들고 창문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