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1boon

어릴 때는 누구나 이 세계가 보이지 않는 공정한 법칙에 의해 돌아가는 줄로 믿는다. 악은 언젠가 선한 우리 편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결국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노력하면 분명히 잘 될 거라고? 취업이 안 되는 건 그러니까,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 아닌, 나의 노오~력이 부족해서라고? 차라리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이 밑에 덧글 단 분들 중 선착순 10명에게 백만 원씩 쏜다고 공약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불공평한 사례는 또 있다. 이른바 '재능'이라고 불리는 그 무엇이다. 그런데 이 '재능'이라는 단어는 참 애매모호하다. "네가 재능이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돼." 사람들은 쉽게 말하는데, 자기의 재능이 뭔지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소개할 배우들은 참 복도 많다. 어떤 기회를 거머쥐었든, 배우로서의 재능도 마음껏 뽐내왔는데, 여기에 더해 노래도 음악으로도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1.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

'가수가 된 배우들'. 그 첫 번째는 바로 세계적인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리더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전 부인,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다.

2011년 그래미 시상식을 잊지 못한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멤버로 'Crazy'라는 히트곡을 남긴 씨로 그린(Cee Lo Green)과 함께 무대에 오른 기네스 팰트로는 씨로 그린이 만든 'Forget You'를 함께 열창하며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드라마 글리(Glee)의 팬이라면 알고 있다시피, 이 곡은 기네스 팰트로가 글리에 특별 출연해 출연진과 함께 불렀던 곡. 이 외에도 기네스 팰트로는 영화 <듀엣(Duets)>(2000)에서 'Cruisin''과 'Bette Davis Eyes'를, <컨트리 스트롱(Country Strong)>에서는 주제곡 'Country Strong'과 'Me and Tennessee'를 특유의 가녀린 음색으로 소화해내 찬사를 일궈냈다. 

이 곡들을 듣다 보면, 정확한 음정과 뛰어난 가사 전달력이 기네스 팰트로의 장점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기네스 팰트로 최고의 가창은 매튜 모리슨(Matthew Morrison)과 함께 부른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아닐까 싶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2. 제이미 폭스(Jamie Foxx)

<장고: 분노의 추격자>(2012)의 주연 제이미 폭스는 무엇보다 영화 <레이(Ray)>(2004)를 통해 음악 팬들과 친숙한 배우다. 그러나 <레이> 이전부터 제이미 폭스는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1994년 발표한 정규 1집 <Peep This>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속된 말로 '완전' 망했고, <레이> 이전에 인기를 모은 곡이라고는 2003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트위스타(Twista)의 곡 'Slow Jamz'에서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이 고작이다. 

가수로서 제이미 폭스의 전성기가 찾아온 건, <레이> 개봉 1년 후인 2005년부터였다. 리드 아티스트로 공개한 곡들 중 'Unpredictable'(2005)과 'Blame It'(2009)은 각각 빌보드 싱글 차트 8위와 2위까지 올랐고, 저스틴 팀벌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함께 한 'Winner'(2010)도 28위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바로 배우뿐 아닌 '가수' 제이미 폭스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3.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세계 최고의 섹시 미녀를 꼽을 때 늘 빠지지 않는 스칼렛 요한슨도 뮤지션로서의 욕심이 장난이 아닌 분이다. 그는 2008년 데뷔작 <Anywhere I Lay My Head>를 발표하면서 나쁘지 않은 반응과 평가 속에 가수로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특히 이 음반에는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톰 웨이츠(Tom Waits)라는 거물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하긴, 스칼렛 요한슨이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나.) 어쨌든, 앨범을 들어보면 스칼렛 요한슨이 '노래를 잘' 하는 수준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러니까, 곡조보다는 '무드'에 초점을 맞춘 앨범인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 톰 웨이츠 외에 예예예스(Yeah Yeah Yeahs), 티브이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 등, 인디 신의 강자들이 대거 참여한 <Anywhere I Lay My Head>는 'Song for Jo' 1곡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곡들이 탐 웨이츠 리메이크 곡으로 채워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1년 뒤인 2009년, 스칼렛 요한슨은 인디 뮤지션 피트 욘(Pete Yorn)과 함께 2집 <Break Up>을 발표하면서 독특한 음악 취향을 다시금 표출했던 바 있다. 첫 싱글은 피트 욘(Pete Yorn)과 듀엣으로 함께 한 'Relator'. 

혹시 영화 <그녀(Her)>(2014)를 봤는가? 이 영화 속 인공지능의 목소리 연기가 바로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한다고 상상해보라. 당장 음악을 듣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4. 주이 드샤넬(Zooey Deschanel)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매력 터졌던 여주인공 ‘썸머’를 영화를 본 팬이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바로 그 역할을 맡은 주이 드샤넬은 뮤지션으로도 제법 알려진 배우다. 사실 그는 2003년부터 이런저런 출연작들을 통해 인상적인 노래 실력을 들려준 바 있다. 그러나 한 두곡 부르고 마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급기야 남성 뮤지션 엠 워드(M. Ward)와 함께 그 이름도 단순한 쉬 앤 힘(She & Him)을 결성해 2008년 데뷔작 <Volume 1>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1집은 빌보드 차트 71위에 그쳤지만, 쉬앤힘의 인기는 그 이후부터 폭발해 <Volume 2>는 6위, 크리스마스 앨범인 <A Very She & Him Christmas>는 12위를 기록했다. 주이 드샤넬의 이미지처럼, 소박하면서도 예쁜 포크 음악을 추구한 것이 대중의 기호와 맞아떨어진 결과였을 것이다. 쉬 앤 힘은 2014년 팝의 명곡들을 커버한 앨범 <Classics>를 발표하기도 했다. 

5. 잭 블랙(Jack Black)

<스쿨 오브 록>,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같은 영화들에서 ‘지존급’ 코믹 연기를 보여준 잭 블랙은 실제로 매우 뛰어난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다. 특히 그는 <스쿨 오브 록>에서 들려준 연주와 록의 신(God Of Rock)에게 바치는 기도를 통해 자신이 록에 살고 록에 죽는 인물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밴드 터네이셔스 디(Tenacious D) 역시 마찬가지다. 시종일관 로큰롤을 외치는 이 밴드는 또한 잭 블랙의 캐릭터처럼 ‘코미디 록’을 지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고 그 음악적 수준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잭 블랙, 정말 음악 잘한다. <스쿨 오브 록>의 주제가 ‘School Of Rock’, ‘쿵푸 팬터’에서 부른 ‘Kung Fu Fighting’이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들려준 ‘Let’s Get It’(원곡은 마빈 게이(Marvin Gaye))을 들어보라. 깜놀하게 될 것이다. 이 형,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