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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배경음악을 깔아야한다면, 마땅히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오해받기 싫어요)가 간택되어야 할 것이다. 영화 [놈놈놈]과 [킬 빌]에 나왔던 바로 그 곡 말이다. 한국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가끔씩 우리는 팝송의 가사를 분위기에 맞춰 지레짐작하고는 한다.
그러나 명심하기를.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소리를 듣는 행위'이고, 이런 이유로 만약 당신이 어떤 음악의 가사를 마음에 들어한다면, 당신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 음악이 지닌 소리에 친숙함을 느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가사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애청(애창)되어야 비로소 명곡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연주곡에도 명곡이 있지만 그 숫자가 훨씬 적다는 사실 등에서 우리는 가사가 지닌 힘을 알 수 있다. 즉, '좋은 곡'을 만드는 건 소리이지만, '명곡'을 만드는 건 결국 가사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이번 주에는 내용을 오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팝송 5곡을 골라봤다. 이 외에도 곡해 받고 있는 팝송은 그야말로 부지기수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노래들로 골라봤음을 미리 밝혀둔다. 모두 히트곡이자 명곡이란 얘기다.

콜드플레이 역사상 최초의 빌보드 차트 1위곡. 스페인어인 “Viva la vida”를 영어로 번역하면 “Long live life!”(인생 만세!), 또는 “The life lives.”(인생은 계속된다)가 된다. 여기에 웅장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곡 전개가 맞물려 이 노래를 ‘인생 찬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곡은 리더인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멕시코의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그림에 적혀있는 ‘Viva La Vida’라는 문구에 크게 감명 받아 작곡을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프리다 칼로가 남편의 외도와 육체적 고통 등의 고된 세월 속에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인생 찬가’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사 내용은 그와는 조금 다르게 ‘한 때는 세계를 호령했으나 이제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 왕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도 멤버들은 이 곡을 소개하며 ‘절대 권력자의 몰락’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던 바 있다. 따라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는 ‘인생만세’라는 제목을 통해 도리어 그것의 비극성과 무상함을 드러내고 있는, 양면성의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월 이후 한국 사회에 더없이 어울리는 곡일 수도 있겠고.

혹시 이 노래를 우아함의 상징이었던 여배우 고(故) 그레이스 켈리를 향한 트리뷰트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완벽한 착각이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미카가 그레이스 켈리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이런 곡을 만들었을까’라며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기실 이 노래는 미카가 열 받아서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뷔하기 전, 자신이 만든 창작곡들을 들고 자신 있게 음반사에 찾아간 미카. 그러나 음반사의 간부들은 미카의 음악을 지적질하면서 “이런 스타일로는 안 된다. 외모도 조금...”, 망발을 일삼았다고 전해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미카는 결국 분노를 동력 삼아 음악에 쏟아부었고, 이 곡 ‘Grace Kelly’를 작곡했다. 가사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아니, 그럼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그레이스 켈리처럼 예쁘장하게라도 생겨야한다는 거야?”

‘세계 최고의 밴드’로 불리는 유투(U2)의 대표곡이자 1987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한 노래. 국내에서는 [무한도전] 레슬링 편에 쓰이면서 다시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낭만적인 선율과 제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러브 송’으로 알고 있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과는 전혀 무관한 노래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첫 번째 넘버원 송이 다름 아닌 신(God)에 대한 노래였다는 사실이 놀랍다”라고 얘기했던 베이스 아담 클레이튼(Adam Clayton)의 언급처럼, 이 곡은 기실 성경에 기초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사 중에서는 “I can't live with or without you”라는 주제문장이 결정적이다. “당신이 있든 없든, 나는 살 수가 없다.” 즉, 신에 의지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는 싶지만, 신이 있든 없든 감정의 격랑 속에서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본적 한계에 대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로맨틱한 기타 선율이 흐르면서 아름다운 하모니가 그 위를 장식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낭만적인 캘리포니아 찬가’로 받아들인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 곡의 정체는 그와는 완벽하게 정반대다. 적시해서 말하자면, 'Hotel California'는 철저히 비판적인 시선으로 써내려간 성찰의 서사시다. 그리고 그것은 드러머이자 보컬을 담당한 돈 헨리(Don Henley)가 말했듯 “캘리포니아의 순수와 영광의 상실에 관한 것”인 동시에 “캘리포니아를 미국의 소우주로 축약해 아메리칸 드림의 퇴색을 드러낸 고발장”이기도 했다. 간단하게 ‘캘리포니아는 더 이상 당신이 알던 천국이 아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디 가서 이 곡을 들으며 "캬, 캘리포니아에 언제 한번 가봐야하는데"라며 감탄하는 우를 범하진 말자.

상큼하다. ‘Sun’은 물론이고 ‘Joy’, ‘Friend’ 등의 단어들이 계속 들리는데 그 누가 이 노래를 ‘긍정송’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 노래는 심히 ‘비극적’이다. 타이틀만 봐서는 봄날의 설렘을 나타낸 곡으로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는 한 남자가 삶을 마감하며 과거를 절절히 회상하며 후회하는 가사가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 “안녕, 내 친구여. 하늘에서 새들이 지저귀는데 이런 날 죽긴 참 힘드네”라는 노랫말이 결정적. 또한 이 곡의 오리지널은 ‘Le moribond’라는 제목의 샹송인데, 다름 아닌 '죽음을 앞둔 남자'란 뜻을 지니고 있다.
영어 버전으로는 남성 가수 테리 잭스(Terry Jacks)가 1974년에 발표해 차트 1위에 오른 것이 최초이지만, 좀 더 친근한 웨스트라이프(Westlife)의 리메이크로 골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