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1boon

실리카겔은 멤버 구성이 독특합니다. 보통 외부 서포트로 참여하는 VJ(영상 담당)를 정규 멤버로 두고 있습니다. 음악과 영상 모두 중요시한다는 뜻이겠죠. 결성 계기도 2013년 평창 비엔날레에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새 앨범은 스킷과 리믹스를 제외한 전곡이 뮤직비디오를 갖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록과 전자 음악을 섞었습니다. 신시사이저가 짙게 쓰이기 때문에 다른 록 그룹들과 사운드 면에서 확연히 차이납니다. 그런 독특함이 실리카겔을 튀는 밴드로 만들었습니다. 보컬 김한주는 신시사이저를 12개나 갖고 있는 전자 음악 마니아라고 합니다. 

이름 실리카겔은 방습제로 쓰이는 그 실리카겔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름을 뭘로 정할지 고민하다 주변에 눈에 띄는 걸 골랐다고 합니다. 멜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 적 있습니다. "실리카겔이라는 팀 명은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름을 정하려고 서로 한참 동안 궁리하다가 건재(드럼)가 '으으.. 지금부터 30초 안에 밴드 명을 정해, 그러지 못하면 우리 모두 죽는 거야!'라면서 껌통을 경모(베이스)에게 던졌고, 거기서 떨어져 나온 실리카겔이 곧 팀 명으로 정해졌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캐릭터도 재밌습니다. 실리카겔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죠. 대표적으로 '두개의 달'은 드럼과 베이스의 펑키한 그루브 위로 괴상한 전설의 서사시를 나레이션으로 늘어놓습니다. 데뷔 EP 제목은 <새삼스레 들이켜본 무중력 사슴의 다섯가지 시각>이고요. 새 앨범 수록곡 '뚝방길' 뮤직비디오는 멤버 최용희가 게임 캐릭터로 분해 이상한 모험을 합니다. 힙스터 테스트에 언급된 이유엔 이런 신기한 캐릭터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새 앨범은 모든 곡이 하루의 특정 시간대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낮잠'은 오후 2시, '뚝방길'은 아침 8시, '불한당'은 자정, 'Neo Soul'은 밤 9시, '그런내'는 해질녘이라고 합니다. (VJ를 제외한) 연주 멤버 각각 한 곡씩 맡아 작곡했습니다. 거창한 컨셉보다는 멤버 개성이 고루 드러나도록 안배한 것이 이번 앨범의 컨셉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멤버들의 군입대로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잠시 활동을 쉰다고 합니다. 제대 후 또 어떤 기발함을 선보일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