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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송이 제일 끌릴 때는 계절의 한복판이 아니라 시작할 즈음이다. 우리는 어쩌면 계절송으로 날씨의 변화를 기념하려는지도 모른다. 가을의 시작을 맞아 어울리는 곡들을 골랐다. 가사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에 초점을 뒀다. 식상한 리스트가 되지 않기 위해 신곡을 아울렀다. 

가을엔 차분해지고 싶다. 종일 그럴 수야 없지만 잠깐이라도 정적에 취해보고 싶다. 발라드가 인기인 건 그 때문 아닐까. 센티함과 편안함에 초점을 두고 두 곡을 골랐다. ‘Lisa’는 모델 겸 방송인 장윤주의 신곡이다. 딸 리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한다. 어쿠스틱 악기들의 그윽한 음색이 아름답다. 작곡은 장윤주가, 편곡은 보드카레인의 주윤하가 맡았다. ‘바람이 불면’은 소녀시대 윤아의 솔로 곡이다. SM 스테이션 시즌 2 23번째 곡으로 발표됐다. 소녀시대와는 다른, 쓸쓸한 싱어송라이터 느낌의 윤아다. 작사도 직접 했다. 공기 속으로 스밀 것 같은 보컬 사운드가 몽롱하고 따뜻하다.

재즈 싱어송라이터 그레고리 포터가 10월 27일에 냇 킹 콜 트리뷰트 앨범 <Nat King Cole & Me>를 발표한다. 아름다운 보컬 재즈를 구사하는 그에게 냇 킹 콜은 존경하는 롤 모델이자 우상이라고 한다. 런던 스튜디오 오케스트라, 6회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편곡자 빈스 멘도자 등 다양한 베테랑들이 도움을 줬다. ‘Mona Lisa’, ‘L-O-V-E’, ‘Quizas, Quizas, Quizas’, ‘Nature Boy’ 등 냇 킹 콜을 대표하는 곡들이 빠짐없이 수록될 거라 한다. ’Smile’은 선공개 싱글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Strangers In The Night’은 ‘Smile’을 들으며 떠오른 곡이다. 흠잡기 힘든 명곡이지만 시나트라 본인은 “쓰레기”라며 싫어했다고 한다. 그의 평가와 상관없이 11년 만의 빌보드 1위를 기록했다.  

가을엔 몽롱함이 끌린다. 리버브나 딜레이 같은 공간계 이펙터가 선사하는 질감이 어느 때보다도 효과적으로 먹혀든다. 몽롱한 공간감이 좋은 두 곡을 골랐다. 혁오의 ‘Simon’은 ‘Tomboy’가 수록된 얼마 전 화제작 <23> 수록곡이다. 흔히 '사이키델릭하다'고 표현하는 꿈같은 공간감이 핵심이다. 글렌 체크의 신곡 ‘Long Strange Days Pt.1’도 뿌연 톤이 특징이다. 한때 경쾌한 디스코를 들려주던 팀이 고개를 떨군 무거운 음악을 발표해 변신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감수성 짙은 포크 록도 가을과 잘 어울린다. 컨트리 기타의 아련함을 머금은 곡이라면 더 좋다. 버팔로 스프링필드는 거장 닐 영이 소속됐던 1960년대 록 그룹이다.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한 조이 만가노 전기 영화 <조이>에서 할머니의 죽음 장면에 삽입되기도 했다. 눈물샘 자극하는 후반부 스트링 합주는 특히 감동적이다. ‘Younger Now’는 한때 뮤직비디오에서 쇠사슬을 핥았던 마일리 사이러스가 (‘Wrecking Ball’) 그윽하고 따뜻한 컨트리 록으로 돌아선 곡이다. 어린 시절 사진을 커버로 사용한 것을 보며 그녀의 아버지가 컨트리 뮤지션 빌리 레이 사이러스라는 사실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일렉트로닉 음악 중에도 가을에 어울리는 곡이 많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계열에 많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란, 넓은 공간감과 몽롱한 사운드, 감성적인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구성을 쓰는 댄스 장르다. 에릭 프리즈는 이 계열에서 가장 인기 많은 디제이 중 하나다. 아직 한국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Opus’가 마음에 든다면 ‘2Night’, ‘Pjanoo’ 같은 과거 명곡들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데드마우스는 하드하고 거친 EDM 계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프로그레시브 계열도 잘 만든다. ‘I Remember’는 특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