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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수놓고 있습니다. 아이유는 2014년 <꽃갈피>를 통해서도 리메이크 히트곡을 여럿 배출한 경력을 갖고 있죠. 그래선지 요즘 다시 ‘리메이크’가 가요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독 리메이크를 통해 생명이 연장된 가요 고전들의 사례를 모았습니다.

‘가을 아침’은 양희은의 1991년 <양희은 1991>에 수록된 곡입니다. 사실 이 앨범에서 더 알려진 곡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입니다. 발표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가을 아침'이 아이유의 리메이크를 통해 26년 만에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원곡은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20대 초반 유학 떠나기 전 만들었습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음악 장르가 다양화됐고 트렌디해졌는데 오래 전에 만든 것이 우연히 신선하게 다가온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노영심의 1995년 버전이 유명하지만 원래는 여진이 1979년에 발표한 곡입니다. 여진이 가수가 아닌 음악 교사의 길을 택하는 바람에 옛 세대에게만 익숙했지만 노영심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알려졌습니다. 노영심 버전도 좋지만 성악과 출신 여진의 놀라운 가창력 역시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도 중고등학생 때 시인과촌장이란 그룹의 이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조성모의 리메이크 이후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라는 가사를 누구나 알게 됐습니다. 시인과촌장은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싱어송라이터 하덕규의 듀오입니다. 동화처럼 맑고 아름다운 감성을 전달해 마니아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시나무’가 수록된 1988년작 <숲>도 좋지만 ‘고양이’, ‘사랑일기’ 등 친숙한 곡들이 수록된 1986년작 <푸른돛> 또한 명반입니다. 

1980년대 생에게 이문세는 ‘조조할인’으로 기억되는 가수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이문세 리메이크 바람이 불며 전성기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문세 리메이크 열풍의 기폭제가 바로 이수영의 ‘광화문 연가’입니다. ‘꿈에’ (원곡 조덕배), ‘그때 그사람’ (원곡 심수봉), ‘잃어버린 우산’ (원곡 우순실) 등 가요 고전을 리메이크한 앨범 <Classic>의 타이틀곡이었습니다. 

혜은이는 ‘진짜 진짜 좋아해’, ‘제3 한강교’, ‘당신만을 사랑해' 같은 숱한 히트곡을 가진 원조 국민 여동생이었습니다. 시대가 흐르며 음악계 중심에서 멀어졌다가 2001년에 핑클이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리메이크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10대 팬들의 우상이던 핑클이 혜은이 리메이크를 내놓았을 때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신구세대가 같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며 훈훈한 기사들이 나왔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 세대에게 산울림은 너무도 먼 존재일 것입니다. 리더 김창완을 연기자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죠. 아이유의 ‘너의 의미’가 아니었다면 산울림의 매력이 지금 세대에게 전해지기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원곡은 1984년 10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무려 30년 된 노래가 차트에서 롱런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좋은 음악을 발굴해 생명을 연장하는 리메이크의 장점이 잘 발휘된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