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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이후 혁오의 인지도는 대폭 상승했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물론이고 음원 차트 상위권에 상당 기간 머무르면서 최신 음악과 담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알 정도로 인기의 규모가 팽창했다.
팽창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사운드의 덩치와 스케일이다. 새 앨범 <23>의 사운드는 전작 <22>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웅장해졌다. 리버브를 가득 사용해 과거의 소극장 같던 공간감을 돔 수준으로 부풀렸다. ‘이렇게 과하게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있는 힘껏 리버브 노브를 돌렸다. 스케일만 커진 게 아니라 앨범 전체에 몽롱함이 감돌아 여운 짙은 호소력과 사이키델리아도 짙어졌다. 전에도 'Hooka' 같은 곡이 있었지만 이번엔 앨범 전반으로 확대됐다.
덩치가 커진 건 사운드만이 아니다. 기타 연주도 헤비해졌다. 피드백 노이즈로 시작해 시종일관 하드 록 기타를 불사르는 ‘Wanli万里’를 들으면 ‘와리가리’에서 심플하고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던 혁오가 어디 갔나 싶다. 지독하게 묵직한 서브 베이스로 시작해 하이라이트에서 와장창 쏟아내는 ‘Burning youth’는 심지어 앨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1번 트랙이다.
사운드 컨셉과 기타 연주까지 확 달라지면서 <23>은 마치 다른 밴드의 음악을 듣는 느낌을 준다. 오혁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정말 누구인가 싶었을 것이다.
<23>는 그러나 단순히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진화했다. 장르 스펙트럼도 넓어졌고 곡도 더 세련되어졌다. 예를 들어, ‘Jesus lives in a motel room’은 교회 성가처럼 시작하다가 서부극 같은 록으로 전환된다. 예측불허의 재기발랄함을 갖췄다. ‘Simon’의 별빛 같은 기타는 지금껏 발표된 혁오의 음악들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Tokyo Inn’, ‘가죽자켓’ 같은 그루비하게 달리는 곡들도 예전보다 더 신난다. 혁오가 에너지 넘치는 곡을 이렇게 잘 만드는지 미처 몰랐다.
전에 없이 록 본능을 불사른 앨범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팝 트랙들이 수록된 앨범이기도 하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TOMBOY’는 특히 탁월하다. ‘소녀’를 통해 발라드에도 강하다는 걸 증명한 오혁은 ‘TOMBOY’에서 발라드 전문 작곡가들도 쉽게 만들지 못하는 가슴 저미는 멜로디를 써냈다. 가사 없이 ‘아아아’를 외치는 하이라이트는 중독성도 높아서 한동안 반복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이 명확한 가사는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강조되어 들리는 ‘젊은 우리’, ‘사랑을 응원해' 같은 구절은 맥락 없이 들어도 깊이 잠재된 무언가를 툭 건드린다.
혁오가 지금껏 발표한 앨범들 중 최고다. 올해 한국에서 나온 앨범들 중에서도 손꼽힐 만하다. 가사만 보면 어두운 앨범이지만 음악성 만큼은 어느 때보다 빛난다. 혁오가 이렇게까지 선전할 줄 몰랐다. 기대 이상의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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