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1boon

클린 밴딧은 최근 하우스 팀들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독특한 그룹입니다. 디제이 셋이 아니라 라이브를 지향하는 것도 모자라 클래식 현악기들을 무대 위로 가져오니까요. 물론 하우스에 현악기가 사용된 적 없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시사이저 속 전자음을 조연 배경음으로 활용했죠. 클래식 느낌 가득 살린 솔로 연주가 등장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그렇다고 하우스 느낌이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하우스에 주로 사용되는 드럼, 베이스, 피아노 패턴이 그대로 쓰입니다. 완성도 높은 퓨전입니다. 

특히 대중적 보컬 멜로디를 잘 만듭니다. 멜로디 중심의 하우스는 비트 위주의 하우스와 비교해 라디오 지향적이라 플로어에서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잘만 만들면 영향력 면에서 클럽 씬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차트에 오르고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클린 밴딧의 음악은 클럽에선 거의 나오지 않지만 차트에 자주 등장하고 대중적으로 훨씬 사랑받습니다.

이런 장점은 때로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디제이 씬에는 플로어 지향 하우스가 ‘오리지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니까요. 하지만 그걸 인정한다 해도 클린 밴딧의 음악이 하우스 대중화에 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그룹의 첫 번째 1위 곡 ‘Rather Be’가 차트를 휩쓸었을 때가 2014년인데, 그때만 해도 하우스가 전 대중적 사랑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아비치, 듀크 듀몽, 클린 밴딧 등이 1위를 석권하며 영국 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죠. 이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지금의 EDM 열풍도 ‘열풍’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로 비쳤을 겁니다. 

클린 밴딧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는 객원 시스템입니다. 제스 글린, 자라 라슨, 루이자 존슨, 숀 폴 등, 대부분의 히트곡이 동료 보컬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워너 측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본인들이 노래를 할 수는 있지만 썩 잘하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곡에선 리드 보컬도 맡고 좋은 노래 실력도 가졌지만 기본적으로는 작곡과 연주에 집중합니다. 디스클로저도 비슷한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그룹은 계속 승승장구 중입니다. ‘Rather Be’ 이후로 한 곡을 제외하면 모든 싱글이 영국 차트 탑 5 안에 들었고, 빌보드 탑 10 싱글도 두 개나 배출했습니다. 감각이 녹슬지도 않습니다. 얼마 전 발표한 신곡 ‘Disconnect’도 훌륭한 멜로디와 뛰어난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팝과 접목시킨 완성도 높은 퓨전도 대단하고요. 그룹의 장기인 클래식 현악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오히려 신선하게 들리고, ‘우우우~’ 하는 후렴구 중독성도 상당합니다. 솔직히 ‘Rockabye’ 이후로 최근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 조금 실망했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네요. ‘믿고 듣는’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