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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내한공연이 확정됐습니다. 6월 10일 고척 스카이돔입니다. 많이들 ‘예전 같지 않다’, ‘전성기는 끝났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내한이 성사되고 여전히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녀의 리즈 시절이 너무도 화려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최전성기로 꼽히는 1집에서 4집까지의 명곡들을 모았습니다. 

브리트니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2살에 <미키 마우스 클럽>에 출연한 것이 그 예죠. 하지만 정작 가수로 데뷔하고 싶었을 때는 냉담한 외면을 받기도 했는데요, 많은 곳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자이브에서만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선 “또 다른 마돈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폄하했다고 하네요. 지금쯤 그 관계자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겠죠? 브리트니는 데뷔 싱글 ‘...Baby one more time’으로 빌보드 1위에 오르고 이후로 곧장 세계적인 스타가 됩니다. 

브리트니의 등장은 음악사적으로 중요합니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열풍이 잦아들고 찾아온 세기말의 틴 팝 열풍이기 때문입니다. 어둡고 무거운 음악에 지친 세대가 밝고 경쾌한 틴 팝에 목말랐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스파이스 걸스, 백스트리트 보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엔씽크 등이 정상에서 활동해 오랜 만의 아이돌 전성기가 연출됐습니다. 브리트니는 그중에서도 단연 선두였습니다. 

3집은 브리트니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입니다. 전체 앨범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전환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일단 작곡가부터 달라졌습니다. 예전이 틴 팝에 능한 맥스 마틴이었다면 이번엔 퍼렐 윌리엄스가 소속된 넵튠스였습니다. 정형화된 팝이 아니라 감각적인 팝을 들려주겠다는 거죠. 가사도 달라졌습니다. 1집 ‘Sometimes’에선 너무 빨리 다가오지 말라며 수줍은 풋사랑을 이야기하더니 ‘I’m a slave 4 u’에선 묘한 목소리로 "난 당신의 노예"라고 노래했습니다. 2001년 VMA에선 몸에 뱀을 두르고 나왔죠. 저는 이게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적 색깔은 당시의 생각과 취향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것이어야 합니다. 마음 속에선 더 이상 친근한 옆 집 소녀(Girl next door)가 아닌데 억지로 하려고 애쓰면 탈 나겠죠. 뮤지션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I’m a slave 4 u’는 넵튠스가 원래 자넷 잭슨에게 주려고 했다네요. 

음악만 변하면 상관 없는데, 브리트니의 행동이 2003년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세간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특히, 동창과 술김에 결혼하고 55시간 만에 이혼한 사건은 미국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죠. (미국 뿐이겠습니까만…) 브리트니는 3집 이후로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가득 담아왔는데, 이때부터 워낙 힘든 일을 많이 겪다보니 가사와 음악 모두 너무 어두워졌습니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곡들은 정말 많았지만 대중들에게 너무 어두운 면만 드러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녀들의 우상’이 아닌 ‘사고뭉치’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4집까지만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후 노래도 몇 곡 얘기 안 할 수가 없네요. 다들 사생활 얘기 뿐이고 차트 성적도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은 꾸준히 발표됐습니다. 그중 최고는 개인적으로 ‘Hold it against me’입니다. 2분 17초에 신시사이저 연주가 등장하는데 이게 당시 언더그라운드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덥스텝이었습니다. 덥스텝으로 빌보드 1위를 하자 다들 이게 무슨 장르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EDM 열풍의 예고편이었던 거죠. ‘Womanizer’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엔 해외에서도 후크 송이 인기였습니다. 정통의 드라마틱한 멜로디보다 짧은 훅의 반복이 유행이었죠. 그때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