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동안 장신구 버리러 가는 영화? '반지의 제왕' 복습 및 예습

조회수 2021. 3. 2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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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반지의 제왕> 삼부작

판타지 장르, 더 나아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금자탑 <반지의 제왕> 삼부작이 재개봉했다. 어느새 개봉 20주년을 맞이한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가 3월 11일,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과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3월 17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 이미 영화를 충분히 즐긴 팬들도, 영화의 명성만 듣고 찾아온 관객도 모두 만족할 만한 이 위대한 영화를 간단하게 예습 겸 복습하는 포스트를 준비했다.


※ 편의를 위해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반지의 제왕>으로, 각 편의 이름은 부제를 딴 <반지원정대>, <두 개의 탑>, <왕의 귀환>으로 지칭한다. 용어 또한 영화 자막의 단어들을 사용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도입부 한 문단 요약

호빗 빌보 배긴스는 111살 생일 파티 때 떠나겠다고 선포한 후 사라진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는 그에게 수상한 물건이 있음을 눈치채고, 그 물건이 악의 군주 사우론이 남긴 '절대반지'임을 알게 된다. 간달프는 빌보의 조카 프로도 배긴스와 그의 정원사 샘와이즈 갬지에게 절대반지를 엘프들의 거주지 리벤델까지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두 호빗이 반지를 리벤델까지 옮긴 후, 각 종족의 대표자들은 반지를 파괴하기로 결정하고 프로도를 비롯한 9명의 원정대가 절대반지 파괴를 위해 모르도르에 위치한 운명의 산으로 향한다.

한국어판 기준 2500페이지 가량의 원작 소설, 극장판 기준 9시간 17분의 이 방대한 시리즈를 정말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이 정도가 될 것이다. 이것도 심지어 1편 <반지원정대>의 절반 정도까지의 이야기. 1편 후반부는 반지원정대 일행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분열하는 과정이 그려지니 시리즈의 방대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편 <두 개의 탑>은 프로도-샘, 메리-피핀, 아라곤-레골라스-김리 이렇게 세 가지 멀티 플롯으로, 3편 <왕의 귀환>은 프로도-샘, 아라곤 두 가지 플롯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물론 이렇게 요약하기도 한다.

<반지의 제왕>은 각 캐릭터의 고뇌와 위기를 앞둔 변화하는 세계의 풍경을 담아내 '판타지 장르는 유치하다'는 선입견을 부순 일등공신이자, 전쟁의 스케일이나 중간계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웅장한 세계를 완성해 원작 팬까지 사로잡았다. 영화 외적으론 삼부작을 따로 제작하지 않고 1편부터 3편까지 한 번에 촬영해 제작비를 줄이고 작품의 통일성을 다진 제작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이번 재개봉은 극장판, 확장판?

<반지의 제왕> 재개봉 소식에 많은 이들이 '확장판' 개봉인지 관심을 가졌으나 이번엔 극장판으로 상영한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은 극장판 대비 각 편마다 30분에서 최대 50분이 늘어나 감독판이나 무삭제판을 얘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대표 사례. 다만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은 확장판이 감독판은 아니라는 것. 피터 잭슨 스스로 극장판이 최종본이며 확장판은 <반지의 제왕>의 여분의 촬영본을 보존하고 보여주기 위한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확장판을 두고 '디테일해서 좋다'는 평과 '지나치게 세세해서 지루하다'는 평이 갈렸으니 이번 개봉이 확장판이 아니라서 고민 중이라면 극장에서 즐기길 추천한다.

물론 확장판은 보르미르나 사루만 등 일찍 퇴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랜싱 포니 vs. 달리는 조랑말

절대반지의 언어도 톨킨의 작품

<반지의 제왕>은 웬만한 원작 팬들도 모두 만족할 정도로 원작을 적절하게 옮긴 사례이다. 그러나 한국의 톨키니스트(톨킨의 중간계 작품 팬덤명)는 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자막과 번역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작가 J. R. R. 톨킨은 작품 속 언어를 직접 만들기도 한 천재적인 언어학자 겸 번역자로 생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번역 지침을 남겼다. 자신의 모든 작품은 프로도 배긴스가 남긴 <붉은 책>을 그저 영어로 옮긴 것이므로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에도 음차 번역이 아닌 고유명사로 옮겨달라고 요청한 것(실제 번역 지침은 훨씬 디테일한 요구가 많다). 원래대로 한다면 원작의 번역 지침을 어긴 영화 자막 버전 번역이 가장 유명한 번역이 됐으니 톨키니스트가 보기엔 아쉬울 따름. 인명이야 넘어가도 '프랜싱 포니' 대신 '달리는 조랑말', '리벤델' 대신 '깊은골'처럼 지명은 고유명사였다면 어땠을까.

본문에 쓴 중간계도 사실은 틀린 말. 최근 출간된 판본은 '가운데땅'이라고 한다.

아마존에서 제작하는 <반지의 제왕>은 우리가 아는 그게 아니다?

이쯤에서 짚어보는 신작 소식. 아마존프라임에서 <반지의 제왕>을 드라마로 제작한다. 하지만 이 <반지의 제왕>은 우리가 극장에서 본 <반지의 제왕>과 완전히 다르다. 배우가 다르고, 스토리가 다르고 이런 수준이 아니라 영화 속 시대가 아예 다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 이야기 중 3시대에 해당하는 '제2차 반지전쟁'을 그린다. 3시대는 무엇인가. 톨킨은 중간계의 역사를 태초의 아이눌린달레, 등불의 시대, 나무의 시대, 태양의 시대로 구분했다. 그중 제2차 반지전쟁을 비롯해 우리에게 익숙한 빌보와 프로도의 모험은 태양의 시대 중 3시대에 해당한다. 이로부터 수천 년 전, <반지원정대> 오프닝에서 나오는 이실두르가 사우론의 반지를 획득한 '제1차 반지전쟁'이 2시대 끝에 해당한다.


드라마 <반지의 제왕>이 그릴 시기는 바로 이즈음, 2시대다. 2시대 중 정확히 어떤 사건을 그릴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톨킨의 펜에서 나온 가장 위대한 악당'이나 '가장 두려워한 악의 재림'이란 표현을 보면 사우론과 중간계의 국가들이 대립하는 과정을 그릴 듯하다. 아직 방영 전이지만 이미 시즌 5까지 제작할 예정이며, 톨킨 재단에게 작품에 필요한 고문을 구한다고 밝혔으니 적어도 원작 훼손의 위험은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반지의 제왕>(왼쪽)보다 톨킨의 다른 작품 <실마릴리온>에 가까운 작품이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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