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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하는데, 사실 요즘 같은 날씨에도 책을 읽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꿀잼보장 음악 관련 도서 Top 5'를 소개한다.
<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음악 평론가 강헌씨가 쓴 신해철 평전이다. 생전 신해철과 가깝게 지내며 여러 기획을 함께 한 만큼 신해철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강헌 평론가의 화려한 글빨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때론 과한 수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흡사 무협지를 읽는 듯 탁월한 가독성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1990년대에 그가 신해철과 가졌던 인터뷰 전문을 강추한다. 말 그대로 최고의 인터뷰다.
<Jazz It Up!>
<Jazz It Up!>은 일본에까지 진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초유명 음악 만화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며 음악 책으로는 유례없는 판매를 기록했다. 재즈평론가인데 만화도 잘 그리는 남무성씨가 그림을 그리고 글도 썼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명확하다. '무지 재미있다'는 거다. 만화이기에 읽는데 있어 훨씬 부담이 덜한 책이기도 하다. 재미있으면서도 내용이 충실해 이 책 한 권 다 읽으면 어디서 재즈 좀 안다고 충분히 행세할 수 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낸 책.
<라디오헤드 OK Computer>
음악평론가이자 홍대 쪽에서 음악 바를 운영하고 있는 권범준씨가 낸 책이다. 제목 그대로 '라디오헤드 팬이라면 필수 구매각'이라 단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부디 'Creep' 정도로 라디오헤드를 속단하지 말기를. 1990년대 이후 그들만큼 깊고, 광대한 세계를 완성한 밴드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꼼꼼하게 기술된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땡겨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거라고 확언할 수 있다. 다름 아닌 내가 그랬다.
<광기와 소외의 음악>
음악 평론가들 중 번역 쪽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이경준씨가 새로 낸 책이다. 우선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라는 부제에 겁먹지 말기를 바란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긴 했지만, 워낙 글을 친철하게 잘 썼고, 번역도 좋아서 어려울 것이 1도 없다.
그래도 겁이 난다면 이경준씨가 직접 쓴 서문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위에 언급한 라디오헤드와 마찬가지로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라면 서문에 반해 어느새 구매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참,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들 중 'Interstellar overdrive'라는 곡, 어쩌면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초반부에 차 타고 가다가 사고날 때 주인공이 감상하고 있던 음악이다.
<모던 팝 스토리>
맞다. 내가 번역한 팝 역사책이다. 장장 900페이지에 달한다. 대중음악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파고 싶은 분들이 혹시 있다면 권한다. 절대 책 팔려는 게 아님을 확실히 해둔다. 이미 이 책, 팔릴대로 다 팔렸다. 밑의 노래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곡들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흑인 음악으로 골랐다. <모던 팝 스토리>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음악(혹은 다른 특정 분야)의 역사를 모른다면 전문 서적 번역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싶다. 일단 다음의 문장을 보라.
"The second song a certain sideburned Memphis cat cut (in 1954) was Arthur Big Boy Crudup's "That's all Right".
번역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1954년 발표한 2번째 곡은 아서 빅 보이 크루덥이 작곡하고 불렀던 "That's All Right"이었다."
한창 맑은 날의 연속인 요즘.
너무 더워지기 전에
위에 소개한 책들 그리고 음악과 함께
이 좋은 날씨를 마음껏 누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