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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모던 록'이 대체 뭔가요?

먹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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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던 록(Modern Rock)’이라는 장르의 정체다. “모던 록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대체 어떤 음악인가요?”


모던 록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모던 록 탄생 이전의 록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제는 ‘고전’이 되었다는 뜻에서, 이른바 ‘클래식 록’이라고 불리는 장르다. 이 '클래식 록'이라는 건 우리가 록에 대해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들을 생각해보면 그 실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의상부터 떠올려보자.

모던 록 탄생의 이전, 클래식 록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일단 딱 달라붙는 가죽바지는 필수다.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들을 곁들여주면 금상첨화. 헌데 중요한 건, 어떤 패션을 소화하든 바로 위의 사진처럼 자신의 ‘남성성’을 남김없이 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초’라고 일컫는 바로 그 이미지 말이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클래식 록에서는 고음역대의 보컬리스트가 전면에 나선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화려한 초절기교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낼 줄 아는 기타리스트가 거만한 자세로 연주에 몰입해있다. 베이스와 드럼은 또 어떤가. 그 두꺼운 베이스 줄을 내리칠 기세로 뚱뚱거리고, 드럼은 콘서트가 끝난 뒤 세트를 종종 박살내버리곤 한다.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따라서 탁월한 연주력은 클래식 록 마스터가 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즉, ‘아무나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닌 것'이다. 오랜 연습을 통해 가창력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악기의 가능성을 거의 극한대까지 밀어붙일 줄 알아야 비로소 클래식 록 필드에 가입서를 내밀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다음의 대표곡들이 이에 대한 증거다.

펑크, 평등주의를 입다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모던 록은 지금까지의 설명과는 딱 정반대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모던 록의 시작은 1970년대 후반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 시기에 영국에서 탄생한 ‘펑크(Punk)’가 1980년대를 거쳐 이름만 바뀐 것이 모던 록이라고 보면 거의 맞다. 그런데 펑크라는 음악은 ‘Anyone Can Do It!’이라는 모토가 말해주듯 숙련된 솜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코드 세 개만 알면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라는, 일종의 평등주의를 뼈대로 한다.


그래서 클래식 록은 관객들을 저 위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스타디움 공연을 선호하고(봤지? 내 연주 쥑이지?), 펑크 밴드들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는 클럽을 그 자양분으로 삼는다. 패션도 유사한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으로 펑크의 후계자라 할 1990년대 그런지 밴드들을 보라. (그런지, 얼터너티브도 따라서 모던 록의 부분집합이다.) 그 중에서도 1994년 사망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경우, 허름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선호한 것으로 유명했다.


즉, 위의 사진이 대변하듯, 패션에서도 일반 팬들과의 거리를 두지 않는 가치를 표출했던 것이다. 더불어 음악적으로 너바나(Nirvana)의 대표곡 'Smells Like Teen Spirit'는 기타 조금만 배우면 당신도 충분히 칠 수 있는 펑크에 해당된다. 뭐, 커트 코베인만큼 멋지게 칠 수는 없겠지만.

음악듣기는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모던 록, 펑크를 세련되게 다듬어내다

유투(U2)

클래식 록, 혹은 헤비메탈과는 다르게 상당히 ‘여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모던 록의 특징이다.(강성의 그런지 록 밴드들도 클래식 록 밴드에 비하면 약골이나 마찬가지.) 즉, 현격히 톤을 낮춘 스타일의 록인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영국 쪽에서는 오아시스(Oasis)를 시작으로 콜드플레이(Coldplay)나 트래비스(Travis)의 음악이 그러했고, 이제는 공룡 밴드가 된 유투(U2)의 출발도 실상 1970년대의 펑크였다.


이후 유투는 1970년대의 펑크를 세련되게 다듬어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고의 (모던) 록 밴드로 우뚝 섰다. 이게 핵심이다. 펑크를 세련되게 다듬어낸 장르가 바로 모던 록이라는 것.

여성 뮤지션, 모던 록을 입다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무엇보다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던 클래식 록에 비해 펑크와 모던 록 쪽에 여성 뮤지션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만 떠올려 봐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엘라스티카(Elastica), 홀(Hole) 등,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또, 커트 코베인의 다음과 같은 언급 역시 간접적으로 이를 증명해준다.


"우리 팬들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 중 어떤 식으로든 동성애자, 피부색이 다른 사람,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를 위해 이것 하나만 해주세요. 여기서 꺼져! 우리 공연에 오지도 말고, 우리 레코드를 사지도 마!"

라디오헤드, 심약한 남성의 모던 록

라디오헤드(Radiohead)

여기에 더해 라디오헤드(Radiohead)처럼 마초성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심약해보이기까지 하는 남성이 연주하는 록 역시 모던 록의 전형들 중 하나다.


2000년대 이후의 록 또한 펑크의 세례를 직접적으로 받았다는 측면에서 모던 록이라는 범주에 대부분 포함된다. 스트록스(The Stroke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킬러스(The Killers), 팅팅스(The Ting Tings) 등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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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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