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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을 과다흡입하면 왜 위험할까?

<자전차왕 엄복동> 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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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차왕 엄복동, 2018]

감독:김유성

출연: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김희원, 고창석


줄거리

일제강점기, 일본에서는 조선의 민족의식을 꺾고 그들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조선자전차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엄복동의 등장으로 일본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가고, 계속되는 무패행진으로 ‘민족 영웅’으로 떠오른 그의 존재에 조선 전역은 들끓기 시작한다. 때맞춰 애국단의 활약까지 거세지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엄복동의 우승을 막고 조선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최후의 자전차 대회를 개최하는데...

개봉전부터 논란과 비난의 도마위에 앉은 영화여서 이제는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여러 매체에서 이 영화의 과도한 애국심 강조, 실존 인물에 대한 미화 등 외부적 요인을 중점적인 문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의 진짜 문제는 개봉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영화적 완성도에 있었다.


사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지금과 같은 비판을 받을 이유를 찾기 힘든 장점 많은 작품으로 보였다. 주연인 정지훈을 비롯한 출연진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대중에게 익숙하면서도 안정된 연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조연들의 배치도 훌륭했다. 영화 초반 엄복동의 순박한 인성과 가족, 형제애가 강조된 대목이 잘 그려져, 이 영화가 지향하고 있는 정서와 흥미 요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리 영화계에서 생소한 일제 강점기 시대 자전거 경주라는 소재 역시 특별했고 그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 완벽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대중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롭게 지켜 볼 요소들이 충분했던 영화였던 셈이다.

제작진 또한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이 점에 주목했을 것이다. 하지만 높으신 누군가의 결정이었는지, <자전차왕 엄복동>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그것은 바로 이 영화를 '애국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시대가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대였던 만큼 '애국'이 주제로 들어가고, 일제에 맞서 싸운 항일의 역사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상의 모든 의도와 설정은 개연성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제아무리 모든 국민이 지니고 있는 감정이라 해도 그것이 과도하게 사용된다면 '최루성, 국뽕'이라는 비아냥으로 직결되며, 그로 인해 나라를 사랑하는 가치 있는 감정은 낭비로 치부된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영화의 주제와 개연성의 기본을 무시한 채 애국 아닌 국뽕을 남발한다.


하나의 인간이자 자전차 선수인 엄복동의 업적보다도 독립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 영화의 절반을 넘는다. 엄복동의 이야기가 계속 전개되어야 할 상황에도 난데없이 독립군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이를 잡으려는 일본군의 계획까지 이어지면서, 드라마에서 첩보 스릴러로 장르를 바꾸는가 하면 이후 영화는 더 나아가 엄복동과 독립군 캐릭터 간의 로맨스, 순수 청년을 애국지사로 만드는 무리한 설정을 등장시킨다. 불과 116분 동안 한 청년의 삶과 운명을 3, 4번 넘게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했으니 이 영화의 전개가 온전할 리 없다.

애초부터 <자전차왕 엄복동>은 애국이란 소재를 집어넣거나 비중 있게 다뤄서는 안 되는 영화였다. 그는 독립운동과는 거리가 먼 오로지 가족과 자신의 꿈을 생각하는 순수한 청년이었다. 물론 실제 그가 자전차 경주로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독립군과 연계되었다는 점과 항일 투쟁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제작진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영화를 항일투쟁과 애국으로 연결하기 위해 억지에 가까운 설정을 밀어붙이는 제작진의 의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꼭 항일투쟁의 역사를 다뤄야 했다면, 2002년 영화 < YMCA 야구단 >수준정도로 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스포츠 드라마를 중심으로 하고 애국을 뒷배경으로 넣었다면 조금 과하더라도 볼만한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자전차왕 엄복동> 제작진의 선택은 주인공보다 애국을 더 강조하는 시대착오적 영화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 패착은 결국 영화 마지막에 뜬금 없는 애국가 열창과 엄복동의 우승이 3.1 운동에 영향을 줬다는 궤변에 가까운 한글자막으로 이어지는 '참사'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라도 괜찮은 볼거리라도 보여줬을까? 슬프게도 그마저도 없다. 긴박하게 느껴져야 할 자전차 경주는 이상하리만큼 스펙타클함이 전혀 없고, 역동성을 무시한 평이한 촬영기법으로 동네 자전거 경주 보다 더 재미없는 자전차 경주를 선보인다. 제작진은 애국적 설정에 신경쓸게 아니라 이러한 기초적인 요소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시각효과다. 정지훈과 강소라가 다정하게 하천가를 배경으로 걷는 장면은 왠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 이유는 뒷배경 장면이 너무 흐릿하게 구현된 탓이며, 시각효과가 불완전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아직 후반 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더 우려스럽다. 개봉 한 달 전까지 후반 작업이 계속 진행중이라면 그만큼 그동안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자전차왕 엄복동>은 대중에게 보여질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된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에 오래전 촬영이 완료된 영화였기에 하루속히 개봉해야 하는 고충은 이해하지만, 비용을 내고 볼 관객과 영화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주요 출연진이 열심히 영화 홍보를 하며 책임을 다하고 있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이 그 노력에 대한 보답을 줄 수 있을지 안타까움이 앞선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2월 2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damovie2019@gmail.com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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