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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베란다에서 바구니 한가득 담아와 이불을 꽁꽁 싸매고 하나 둘 까먹는 귤은 왜 그렇게 맛있을까요? 겨울에 손끝이 노래져 있지 않으면 괜시리 서운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 1위를 차지한 귤은 1인당 평균 소비량이 14.3kg에 달할 만큼 모두가 좋아하고 쉽게 접하는 과일입니다.
그런데, 귤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귤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무슨 말이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우리가 먹은 귤 중에서는,
우리가 보통 겨울에 한 두 박스씩 쟁여두고 먹는 주황빛의 동그스름한 귤은 대부분 '온주밀감'입니다. 온주밀감도 재배방법, 수확시기에 따라 타이벡 감귤, 하우스 감귤, 비가림 감귤, 노지 감귤 등등 많은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
온주밀감은 주로 가을에 수확하는데, 온주밀감보다도 더 늦게 수확을 하는 귤이 바로 '만감류'입니다. 늦을 만(晩), 귤 감(柑), 무리 류(類)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주밀감보다도 더 수확을 늦게하는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귤입니다. 흔히 알고있는 한라봉이 만감류에 속하지요.
만감류를 만나는 계절
대부분의 만감류는 겨울에서 봄이 시작될 무렵까지 맛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황금향은 여름부터 맛 볼 수 있다하니 거의 1년 내내 만감류를 만날 수 있는 셈입니다.
오렌지와 귤의 만남, 청견
만감류 대표는 나야 나, 한라봉
봄에 만나요! 진지향
청견과 온주밀감류인 홍진조생을 교배하여 만든 품종입니다. 모양은 감귤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얇고 매끈합니다. 크기는 감귤보다는 크고 청견보다는 작습니다.
과즙밀도가 높아 과육이 단단한 편인 진지향은 다른 만감류에 비해 저장성이 좋습니다. 다른 만감류에 비해 늦은 2월에서 5월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맛 평균 당도는 11 Brix 이상으로 오렌지향이 진합니다. 먹어보면 감귤에 오렌지를 더한 맛이라는 말이 딱 떠오르는 진지향은 과즙밀도가 높아 씹을 때마다 알맹이가 터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쭈글쭈글 반전의 맛, 카라향
오렌지류 카라만다린과 길포폰칸을 교배하여 만든 품종으로, 유일하게 따뜻한 4~6월 봄철에 수확하는 품종입니다. 다소 생소한 만감류인 카라향은 국내에는 2008년 도입되었으며 남진해라고도 불립니다. 겉껍질이 쭈글쭈글 못생겨서 맛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반전의 단맛을 가진 만감류입니다.
맛 평균 당도는 13~14 Brix로 한라봉만큼 달콤합니다. 산도 1.3% 정도로 신맛도 적절히 섞여 새콤달콤한 맛이 좋습니다.
향기는 내가 최고야, 천혜향
'향기가 천 리를 간다', '향이 천 가지가 있다', '하늘이 내린 향이다' 등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천혜향은 향기가 매우 좋습니다. 청견과 앙콜을 교배하고 다시 마코트를 교배하여 만든 품종인 천혜향은 껍질이 얇고 벗기기 쉬우며 모양이 둥그스름한 것이 특징입니다. 1~4월에 만날 수 있습니다.
맛 한라봉과 당도가 비슷한 13 Brix 내외이며 비교적 신맛이 적은 편이며 부드러운 단맛이 특징입니다.
발그레해지면 만나요, 레드향
만감류 중 가장 진한 주황빛을 띠는 레드향은 잘 익을수록 그 색깔이 붉습니다. 한라봉과 온주밀감류인 서지향을 교배시켜 만든 품종으로 모양은 감귤에 가깝지만 크기가 더 크고 납작하며 표면이 약간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입니다. 12~3월에 만날 수 있습니다.
맛 한라봉과 당도가 비슷한 13 Brix 정도로 과육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만감류계의 금수저, 황금향
태어나보니 아빠가 한라봉, 엄마가 천혜향인 황금향! 베니마돈나, 만감류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황금향은 매끈하고 둥그런 모양에 껍질이 매우 얇은 것이 특징입니다.
만감류 중에서도 유일하게 여름부터 만날 수 있는 황금향은 여름에는 연둣빛에 가까운 노란색을 띠다가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주황색으로 변합니다. 물론 맛이나 품질과는 관련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안심하고 드세요!
맛 평균 당도는 12 Brix 이상으로 신맛이 적으며 과즙이 풍부합니다. 과육알갱이가 통통하여 씹는 맛이 좋습니다.
만감류 뉴페이스, 진지휘
탐나향이라고도 불리는 진지휘는 청견, 흥진조생 그리고 앙콜이 교배되어 만들어진 만감류 신품종입니다. 껍질이 오돌토돌하며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붉은빛을 띄며 배꼽부분인 아랫쪽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습니다.
진지휘는 뼈건강에 좋은 베타크립토산틴이 레몬의 160배 정도로 함유되어 있다하니 단지 맛만 좋은 것이 아닌 효능까지 갖춰진 그야말로 탐나는 만감류입니다.
맛 보통 13 Brix 내외의 당도로 달콤한 과즙이 풍부한 편이며 산도가 낮고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오렌지와 귤 사이의 맛이 납니다.
만감류, 너의 힘을 보여줘
옐로 푸드인 만감류는 항산화 물질인 카르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습니다. 상큼한 맛만큼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회복과 감기예방에도 탁월합니다. 만감류의 하얀 속껍질에는 식이섬유, 펙틴 등의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만감류는 당도가 높아 칼로리 또한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100g당 40~50 kcal 내외로 낮은 편 입니다. 대부분의 귤 품종이 갖고있는 헤스페리딘 성분은 지방세포 분화를 48% 이상 억제해 준다고 하니 살이 잘 찌는 겨울철에 꼭 챙겨먹어야 되겠죠?
만감류도 손을 노랗게 만들까?
귤을 많이 먹고나서 손이 노래지는 이유는 귤에 함유되어 있는 카로틴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 때문입니다. 귤의 한 종류인 만감류도 많이 먹게 되면 혈액에 카로틴의 농도가 짙어져 혈관에서 비치는 피부가 노랗게 보입니다.
이 현상은 귤 뿐만이 아닌 카로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당근이나 호박을 많이 먹어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만감류 더 맛있게 먹으려면
만감류는 후숙과일로 너무 신맛이 강할 경우 1~3일 정도 상온에서 후숙시켜 주세요. 단맛이 차오르면 냉장고나 베란다처럼 시원한 곳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후숙할 경우 만감류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새콤달콤한 맛을 잃을 수도 있으니 너무 오래 후숙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