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1boon

프로듀서 아비치가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지금의 EDM 열풍을 만든 대형 스타의 컴백이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정상의 자리에서 갑자기 투어 은퇴를 선언하고 은든한 뒤 내놓는 첫 앨범이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비치 새 앨범의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새 앨범 <AVĪCI (01)>는 2016년을 기점으로 투어를 중단한 뒤 발표되는 첫 앨범입니다. 끝없는 스케줄로부터 해방된 그가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손에 얻은 뒤 처음 한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프리카 여행입니다. 아비치는 디제이 피트 통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처음 했던 일은 세 달 동안의 아프리카 여행이었다. 휴대전화도 그 무엇도 가져가지 않았다. 나도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걸 느낀 게 지난 8년 이래 처음이었다.” 

앨범 제목 옆에 괄호 치고 ’01’이라고 적힌 것이 보이실 겁니다. 1번이니까 2번도 있겠죠? 아비치에 의하면 2번 뿐만 아니라 3번도 있을 거라 합니다. 이번 앨범은 총 세 개의 EP로 나뉘어 발표되며 이것을 모아 한 장의 풀 앨범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공연을 쉬고 있어 프로듀싱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세 장의 EP가 나오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 내년 안으로 풀 앨범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투어 은퇴 선언과 이어진 아프리카 여행. 인생의 전환점과 힐링 여행까지 마쳤으니 음악적으로도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개인사의 전환점과 음악적 전환점은 꼭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새 앨범 <AVĪCI (01)>은 그동안 아비치가 들려준 ‘어쿠스틱 팝 EDM’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타이틀곡 ‘Without You’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클럽 트랙보다는 팝에 가깝고, 그렇지만 EDM의 요소가 공존하는 음악입니다. 이런 퓨전은 첫 번째 정규 앨범 <True>와 당시 타이틀곡 ‘Wake Me Up’에서 이미 보여준 방식입니다. ‘Wake Me Up’은 발표 당시 ‘컨트리와 EDM의 결합’이라며 상당한 화제를 끌었죠. 흙냄새 나는 기타와 팝 형식으로 편곡해 팝 씬에서는 물론이고 EDM 씬 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죠. <AVĪCI (01)>는 사운드 혁신의 야심보다는 원래 잘하던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앨범입니다.

다른 곡들도 스타일 면에서 전작들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는 ‘Friend Of Mine’은 포크 기타를 EDM에 도입한 ‘Wake Me Up’의 파격을 닮았습니다. 신스가 중심에 있지만 팝에 어울리게 소프트하게 구사한 ‘Lonely Together’도 EDM 차트보다는 빌보드 차트를 노리는 그간의 행보와 닮았습니다. 클럽 음악에 자주 쓰이는 형식을 뒤로하고 전통적인 팝 구조를 취한 것도, 다른 프로듀서와의 협업보다는 노래를 맡아줄 보컬 콜라보가 많은 것도 여전합니다. 

팝과 EDM 사이를 조율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는 앨범입니다. 사운드도 훌륭합니다. 이런 점에선 잘 만든 앨범입니다. 하지만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아비치가 3집에서도 같은 걸 들고 나온 건 조금 아쉽습니다. ‘Waiting For Love’, ‘Wake Me Up’ 같은 히트곡들에 비하면 멜로디 흡인력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고요. 두 번째 EP에선 이런 단점들이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