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건물마다 꼭 있던 '옥외계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이유

조회수 2020. 8. 3. 17:3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17년 6월 런던의 24층 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는 8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어서 8월 4일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두바이 86층 아파트 토치타워 화재 때는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고층 아파트의 화재 발생 상황은 비슷했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비상계단의 유무이다. 그렌펠 타워와 달리 토치타워 주민은 불길이 닿지 않은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해 인명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화재 시 옥외계단과 같은 비상계단이 없는 경우 그렌펠 타워와 같은 인명피해는 사실상 막기 힘들다. 국내의 경우 부산 골든스위트 화재, 의정부 대봉 그린 아파트 화재 등이 유사하다. 이렇듯 화재 시 옥외계단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옥내 계단 VS 옥외계단

옥외계단이란 비상탈출 용이나 피난대피형으로 건물 외벽에 만들어진 야외형 계단을 뜻한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내 계단은 평상시에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고장이나 화재 발생 등 비상상황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화재 시 옥내 계단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모든 사람이 옥내 계단으로 탈출하려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대피가 지연되면 연기로 인해 질식 사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옥외계단은 어떨까? 고층 건물 화재 대책 측면에서 옥외계단은 만능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효과적인 비상 장치이다.

우선 옥외계단은 화재의 영향을 완전히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개방된 옥외계단은 옥내 계단과 같이 폐쇄성이 없다. 또한 야간 피난 때에도 조명 없이 자연채광으로 피난이 가능하다. 소방 활동 또한 옥외계단이 옥내 계단보다 수월하게 이뤄진다.


고층 아파트 화재 시 소화활동의 가장 큰 문제는 소방대의 화재층 이상의 층으로의 진입이다. 옥내 계단의 경우 계단 실내에 연기가 있어 소방대원들이 호흡기를 장착해야 된다, 또한 장착해야 하는 장비의 무게로 인해 1개 층을 오르는데 최소 1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옥외계단은 야외에서 공기 보급을 받기 때문에 장비의 부담감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화재층이나 위층에서 화점 접근에 훨씬 유리하다.

있어도 무용지물인 옥외계단

법 제49조 제1항에 따르면 5층 이상 또는 지하 2층 이하인 층에 설치하는 직통 계단은 국토 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으로 설치된다. 그중 옥외계단은 법적으로 공연장, 집회장, 아파트처럼 사람들이 집중해 있는 시설이나 피난 상황이나 움직임 및 판단의 명료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3층 이상의 건축물에 설치해야 한다.


과거에는 학교나, 세대 수가 많고 복도식 형태인 주공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옥외계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신 소방시설이 발전하기 이전이라 옥외계단이 재난 발생 시 유일한 비상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최근에는 옥외계단이 실질적인 대피 시설이 아닌 그저 구색만 갖춘 구조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위치한 충암 중고는 2014년 서울시 학교시설 안전실태 조사 당시 재난위험 시설로 선정됐다. 각 층에서 옥외계단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철문이 폐쇄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총 32학급이 생활하고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도 옥외계단에 급식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였다.

최근 아파트에서 비상계단 찾아보기 힘든 이유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건설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소방법을 무시하고 옥외계단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단이 들어갈 공간을 최소화하면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이후에 지어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옥외계단 대신 완강기를 설치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문제는 완강기의 활용도가 옥외계단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완강기는 몸에 밧줄을 매고 땅으로 내려오는 기구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5층 이상만 되더라도 공포심에 사로잡혀 사용을 못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상 상황에서는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추락사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2011년 경기도 한 오피스텔에서는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던 2명이 모두 사용법 미숙으로 추락사했다

두 번째로 옥외계단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법의 이원화 때문이다. 애초에 건축물을 지을 때 건설업체가 소방안전을 고려해 지어야 하는데 현행 건축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소방관련 건축 규정을 건축법이 아닌 소방안전 법이 정해 법적 강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건축법 문제가 바뀌지 않는 한 소방 안전 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건축물을 모두 규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안전과 직결된 건축법 규정을 소방안전 법과 묶어 애초부터 건설사가 소방안전을 고려해 건축물을 짓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