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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집값 자랑하지만 "사람 사는 곳 맞아요?" 소리 듣는 아파트

조회수 2020. 7. 1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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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발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용산은 한강과 남산을 낀 배산임수 지역으로, 국내 대표 '노른자 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입지를 토대로 오래전부터 개발이 추진되어왔지만, 각종 법규와 주민들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번번이 사업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개발이 좌초된 지역에는 인근의 드높은 빌딩과 달리 낡은 아파트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띠고 있었다.


다행히 최근 11년간 방치되어 있던 정비창 부지 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단지들의 기대감이 싹트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 단지들은 노후화된 내·외관과는 다른 가격으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을씨년스럽던 분위기마저 풍기던 용산 아파트들의 반전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용산의 마지막 진주, 원효 산호 아파트

원효 산호 아파트는 1977년 준공된 단지로, 강변북로와 맞닿아 편리한 교통을 자랑할뿐더러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성심여자중·고등학교 및 용산·배문고등학교 등과도 인접해 교육 입지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단지는 개발 호재가 엄청나다. 바로 옆쪽으로는 48층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며, 뒤쪽에 자리한 용산전자상가 일대 역시 '용산 혁신지구'로의 변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원효 산호 아파트의 인기는 다소 시들하다. 세월의 풍파를 맞은 내·외관 때문이다. 뜯겨나간 외관과 갈라진 벽은 이미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마쳤지만,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더 허름한 모습을 띠고 있다. 오래된 중앙난방 시설로 인해 수도관 교체와 수리도 어렵다.


특이한 구조 또한 문제다. 단지 건설 당시, 한강에는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원효 산호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모래가 올라와 건설사는 소형 평수를 한강변 전면에, 대형 평수를 단지 배후에 배치했다. 이로 인해 대지 지분이 큰 뒷동이 재건축 시 조망권을 더 많이 차지하게 되면서, 앞 동과 뒷동 주민들 간의 의견 차이로 조합 설립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전 세대를 한강 조망권으로 설계하는 방향이 추진되면서, 2017년 8월 조합설립인가가 승인되었다. 덕분에 6억 원 중반대를 기록하던 34평의 매매가는 단숨에 8억 중후반대로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9월에는 '원효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되어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되었다. 원효 산호 아파트는 최고 35층 규모, 총 672세대 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아직 각종 심의 절차 통과가 남았지만, 원효 산호 아파트는 34평 매매가가 단숨에 15억 원에 거래될 정도로 시세가 뛰었다.

동부이촌동 재건축 3 대장

동부이촌동에서도 재건축 소식이 들리고 있다. 한남동과 인접한 동부이촌동은 한강 조망권에 평지라는 장점이 더해져, 과거부터 전통 부촌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동작대교와 한강대교 사이에 자리해 서울 주요 업무 지구로의 이동이 편한 것은 물론, 경의중앙선·4호선과도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좋다. 이미 래미안 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의 등장으로 동부이촌동의 몸값은 높아진 상태다.

용산구 내 1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도 바로 이 동부이촌동에서 등장했다. 1979년 최고 12층 규모로 준공된 '한강삼익아파트'가 가 주인공이다. 2개 동이었던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4개 동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로 바뀌게 된다. 한강삼익아파트는 준공 30년을 훌쩍 넘은 노후·불량 공동주택단지로, 그간 주민들은 주차난과 낡은 배관으로 고생해왔다.


다행히 용산구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면서, 주민들의 마음고생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인가와 함께 해당 단지 48평형대 매매가는 2016년 10억 원에서 2020년 21억 원으로 두 배 넘는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34평 역시 2016년 9억 2,000만 원에서 3년 만에 16억 4,500만 원에 거래되었다.

한강삼익아파트 양옆에 자리한 한강맨션아파트(1971년 준공)와 왕궁맨션아파트(1974년 준공)도 재건축이 예정되어 있다. 두 단지 모두 초고령 아파트로 인해 노후화된 시설을 자랑하던 곳이다. 사업시행인가를 앞둔 한강맨션아파트의 경우, 삼성물산이 2017년 방배 5구역 이후 처음으로 현장 설명회에 나타나면서 '알짜 단지'라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의 건설사도 알아본 덕분일까, 한강맨션아파트는 34평 1층 매물이 27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동부이촌동 재건축 3대장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시세를 기록했다. 왕궁맨션아파트는 이보다 저렴한 16억 후반대를 호가하고 있다.

중산시범아파트, 정비창 부지 덕 톡톡히···

같은 이촌동이지만, 부촌으로 유명한 동부이촌동과 달리 서부이촌동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건물들이 즐비하다. 1970년 준공된 중산시범아파트가 그중 하나로, 지난 2017년에는 안전 등급 D 등급을 받으며 위험시설물 보수 공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물론 해당 단지 역시 2005년 재건축 추진 위원회 승인 이후 변화의 기대감이 싹텄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추진으로, 2007년 3.3㎡당 1,495만 원이었던 개별 공시지가는 10년 만에 2,531만 원으로 뛸 정도였다.

최근 정비창 부지 개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중산시범아파트를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단지 앞 정비창 부지는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쭉 공터로 남아,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그늘을 드리우게 했었다. 아쉽게도 중산시범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간접적으로나마 개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앞선 단지들은 노른자 땅이라 소문난 용산 내에서도 알짜배기로 꼽히는 곳들이다. 한강삼익아파트를 제외하고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한강 프리미엄과 용산 개발 호재로 일대 부동산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서 있던 용산이 재건축 사업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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