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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백화점 맞아요? 사진 한 장으로 화제 된 서울 도심 속 백화점 실모습

조회수 2020. 7. 18.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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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에는 백화점 붐이 일기 시작했다. 경제 발전 덕에 국민 소득에 변화가 생기면서, 상품에 대한 기준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백화점이 호황을 이루자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백화점을 개점한다. 특히 1970년대 아파트 건설로 호황을 누렸던 건설·부동산 업계의 백화점 진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도심에는 백화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기회를 엿봐 지하상가와 같은 유사 업종도 빠르게 늘어갔다. 이 속에서 유통업계에 대한 전략이 부족한 이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매출이 둔화한 일부 백화점들은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래서일까, 서울에는 다소 정감 있는 형상에도 '백화점' 간판을 단 곳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젠 추억이 돼버린 서울의 옛 백화점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직 국내 주요 상권을 차지한 이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상 서울 유일 지역 백화점

동작구에서 가장 발달한 상권으로 꼽히는 이수역에는 무려 2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물이 있다. 바로 1992년 개점한 '태평백화점'이다. 태평백화점은 미도파, 뉴코아, 동아백화점 등 추억의 장소들이 모두 몰락했음에도 명맥을 유지 중인 사실상 서울 유일의 향토 백화점이다. 실제로 2019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태평백화점은 적자 없이 탄탄한 재무 상태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태평백화점이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태평백화점은 사당동과 방배동 상권이 맞물린 이수역에 자리한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즐비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수요도 꾸준하다. 특히 지하 2층은 지하철 통로와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게다가 백화점과 맞붙은 뒷골목에는 노래방, 바, 음식점 등이, 주변에는 재래시장이 존재해 모든 연령층을 백화점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주변에 큰 경쟁 상대가 없다는 점도 '롱런' 비결이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이 이수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백화점이긴 하나, 대중교통으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특정 브랜드를 이용할 계획이 아니라면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태평백화점을 방문하는 게 더 편리한 셈이다.


태평백화점 역시 식품관을 비롯한 각종 의류 매장 등이 입점해 있어, 어느 백화점 못지않은 층별 구성을 자랑한다. 반면 가격은 기본 세일과 각종 세일 행사 등을 통해 아웃렛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골 고객층을 형성하도록 도움으로써, 태평백화점의 롱런을 가능케 했다.

2번의 부도 끝에 상가로 전락

빌딩 숲으로 뒤덮인 여의도에도 원래는 백화점이 존재했다. 현재 맨하탄 빌딩으로 불리는 건물이 바로 과거 '여의도 백화점'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여의도 백화점은 1983년 12월 연면적 7,300평, 지하 3층~지상 13층 크기로 개점했다. 당시 국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이 중 백화점은 지하 1층~지상 8층을 사용하였는데, 볼링장과 같은 레저시설과 문화센터, 전시관 등을 갖춰 화제를 모으기도 했

안타깝게도 영업 1년이 지나자 위기가 찾아왔다. 여의도 백화점은 250억 원의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로 인해 개점 이후 자금 압박에 시달리다 부도를 겪고 만다. 다행히 약 6개월 만에 재개장할 수 있었으나, 이번엔 여의도 백화점 지분을 인수한 김태수 회장이 개인적으로 부도가 났다. 결국 다시 한번 경영난에 휩싸인 여의도 백화점은 1987년 2월 공매 입찰을 통해 지금의 상가 형태인 '맨하탄 빌딩'으로 탈바꿈한다.

과거 백화점으로 쓰였던 건물인 만큼 맨하탄 빌딩(구 여의도 백화점)은 쾌적한 내부를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해당 빌딩은 5·9호선 여의도역과 9호선 샛강역 사이에 위치한 더블 역세권으로, 여의도 내에서도 뛰어난 입지로 유명하다. 덕분에 오래된 연식에도 불구하고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현재는 평범한 상가 건물이자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이 새로 들어섰어도 큰 인기를 누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여의도는 업무지구라는 특성으로 인해, 대형 쇼핑몰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맨하탄 빌딩 입점 식당과 상가들은 기존 여의도 백화점의 인지도를 토대로 직장인과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무늬만 백화점? 찜질방, 학원까지 들어서···

건영백화점 또한 노원구 주민들의 추억의 장소 중 하나다. 건영백화점은 건설회사 건영이 세운 백화점으로, 1991년 '건영옴니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개점했다. 당시 백화점에서는 흔치 않았던 사우나, 수영장, 극장 등의 각종 문화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못 갖춘 것이 없는 백화점'으로 유명세를 떨쳤었다. 이를 눈치챈 건영은 인근에 건영아파트와 건영상가까지 개발함으로써, 주거와 상권의 균형을 꾀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영옴니백화점은 일반 백화점과 달리 상가 형식으로 운영되었다. 상인들이 백화점에 임차해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였기에, 인근 미도파·한신코아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정 상태가 불안했던 건영이 1996년 부도를 맞으면서, 건영옴니백화점 역시 몰락을 면치 못하게 된다.

현재까지도 건영백화점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진지 오래다. 학원, 동물 병원, 사우나 등 일반적인 종합상가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을 떠올리게 하는 낡은 외관도 백화점과는 매우 동떨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02년에는 건영옴니백화점의 경쟁사였던 미도파 백화점 부지에 롯데 백화점이 생겨나면서 인기는 더욱 시들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영백화점은 노원구의 랜드마크로서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방문이 이뤄지고 있다. 

한때 내로라하는 대형 백화점만큼의 매출을 자랑했던 그들. 비록 과거의 명성은 무색해진 지 오래지만, 옛 모습은 그대로 남아 사람들의 '추억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태평백화점의 경우 아직까지 운영을 유지하며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백화점이 들어섰다는 건 최고의 입지를 선점했다는 뜻과 같으니, 그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활을 노려봐도 좋을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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