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뜯기는 노력으로 '변호사'되어도 부자되긴 정말 힘들어요"

조회수 2020. 7. 8. 0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른바 '사'자 직업은 전 세계를 통틀어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공부량과 비례하는 전문성 덕에, 다른 이들은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직종이기 때문이다. 문·이과로 구분된 우리나라에서는 문과 1등은 법과대학, 이과 1등은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려할 것만 같은 전문 직업에도 당연히 고충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변호사는 '면기난부(굶지 않을 수는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라는 말이 민사실무 교재에 적힐 정도로, 현실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고 한다. 다른 사자 직업 사이에서도 유달리 변호사에게만 '전문 직종=고소득'이라는 보편화된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걸까? 그들의 속 사정을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변호사 3만 명 시대 개막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변호사 수는 빠르게 증가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등록 변호사가 2만 명을 돌파하면서, 변호사 협회에서는 2022년이 되면 '변호사 3만 명'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예상과 달리 그 시기는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2018년 2만 6,000명에 달했던 변호사는 2019년이 되자 곧 3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치러진 제9회 변호사 시험 역시 응시자 3,529명 중 1,768명이 합격해, 일각에서는 변호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매년 1,500명에 이르는 변호사가 나오면서 이들의 취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이전처럼 로펌 취직에서 사내 변호사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전문성을 보유한 일종의 '직장인'으로서, 워라밸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람들이 몰리면서 변호사의 몸값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세무사, 변리사 등 다양한 법조인접직역 종사들도 이 경쟁에 가세하면서 변호사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져 가고 있다.

몸값, 수입도 천차만별

같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로펌 규모, 개인의 영업 전략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김앤장, 세종 등 국내 대형 로펌은 신입이라도 월급이 7~800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견 로펌은 이보다 적은 3~400만 원 선으로, '고액 연봉 직업'이라는 변호사를 향한 편견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개업 변호사의 경우 대형 로펌 연봉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같은 직종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만연함을 드러냈다. 

지하철 역에 게재된 광고의 모습

물론 지금의 수입이 꾸준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변호사의 수입을 결정짓는 건 '수임료'로, 사건을 꾸준히 맡기 위해서는 일종의 영업이 필요하다. 기존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해 새로운 의뢰인을 끌어모을 수 있어서다. 


경력이 다소 부족한 젊은 변호사들은 영업을 위해 직접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소속 변호사의 월평균 수임 건수가 2건도 채 되지 않는 지금, 변호사들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MBC 드라마 <마녀의 법정>

MBC 드라마 <마녀의 법정>

갈수록 낮아지는 선임료도 변호사를 '면기난부'의 직업이라 표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변호사 협회 조사 결과, 2007년 변호사들이 가장 많이 받는 선임료 500만 원 이상~1,000만 원 미만 수준이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절반 이상의 변호사가 300만 원~500만 원의 선임료를 받는다고 밝히며, 변호사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미생들

경력 변호사의 현실도 이러한데, 인턴 변호사들의 사정이 더 좋을 리는 없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을지라도 6개월간의 실무 수습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2019년 변호사협회 취업 정보 센터에 게재된 공고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인턴 변호사의 월급을 세전 150만 원 수준으로 결정한 곳이었다. 당시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인턴 변호사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블랙 로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블랙 로펌이란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변호사를 고용한 뒤, 잡일을 시키다 해고하는 악덕 로펌을 의미한다. 인턴은 월 350만 원의 월급이 나가는 정식 변호사보다 비용은 저렴해, 로펌 입장에서 이득일 수밖에 없다. '6개월 실무 교육'의 실효성과 열정 페이가 문제가 되자, 해당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좌) 실제 사법시험 합격생이 수험 생활동안 공부한 책들

모든 직업이 그렇듯, 노력 없이 원하는 결실을 맺기는 힘들다.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매번 화려하게만 비치던 직업이지만, 그 화려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오랜 공부 끝에 법률 전문가로 거듭난 만큼, 변호사가 앞선 어려움들을 딛고 성실함의 대가를 이뤄내기를 기대해본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