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아파트는 다 '센트럴'이죠? 외국인 궁금증 풀렸다

조회수 2020. 5. 8. 1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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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유행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아파트 이름 세탁이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 자연앤이편한세상자이 주민들은 최근 ‘자연앤’을 아파트 이름에서 뺐다. 이렇게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서 개명을 추진한 이유는 단순히 이름이 길어서가 아니다. 아파트의 얼굴 격인 이름이 아파트의 가치 즉, 집값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앤’은 경기도시공사의 공공 분양 아파트 이름으로, 민간 참여 공공 분양 아파트에는 자연앤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따라서 주민들이 나선 이름 변경에는 ‘자연앤’이 가진 공공 분양의 이미지를 지우고, 1군 건설사의 브랜드만 남겨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려 한 속내가 담긴 것이다. 이런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과연 어디일까?

위례 부영 → 위례 더 힐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아예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의 존재를 지우는 사례도 있다. 바로 서울 위례 부영 아파트이다. 위례 부영 입주민은 지난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아파트 이름을 ‘위례 더 힐 55’로 바꿨다. 해당 단지는 그간 임대 주택을 주로 건설해 온 부영이 처음으로 민간 부양에 나선 지역이다.

이러한 부영 아파트는 부실시공 논란이 된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국토 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건설사별 아파트 부실시공 현황 중 부영 주택이 12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부영 주택은 2017년 10월 부실시공으로 입주민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했으며 국토부 특별전검에 따라 264건의 시정 지시를 받기도 했다.

신정 뉴타운 아이파크 위브 →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

2019년, 신월동에 지은 아이파크 위브 아파트는 단지명에 목동을 넣어 변경했다. 2017년 6월 초기 분영 당시에는 ‘신정 뉴타운 아이파크 위브’로 분양되었지만 올해 3월 이주를 앞두고 아파트값 상승을 위해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 위브로’ 변경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름을 변경한 아파트로는 우성아파트, 목동 파크자이가 있다.

아파트들이 행정구역과 다른 목동으로 이름을 짓는 이유는 아파트값 때문이다. 목동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히는 데다 대치동, 중계동과 더불어 서울 대표 학원가가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부동산 시장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단지명에 ‘목동’을 넣으면 시세 상승 등의 프리미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파트 이름 바꾸기, 편법일까?

아파트 이름 바꾸기는 한때 불법 논란을 빚고 정부가 불허 방침을 밝힌 적이 있지만, 지금은 어렵지 않다. 주민 80%가 찬성하고 해당 시공사가 브랜드 사용에 동의하면 건축물 관리 대장 표시 변경(구청), 변경 등기(법원)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만 이미 상표권이 등록된 명칭으로는 바꿀 수 없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아파트 이름 세탁이 향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파트 이름 변경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제재나 행정 조치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말한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의 사례처럼, 실제로 해당되는 동의 명칭이 아닌 다른 동의 명칭을 사용하면 실제 지역 거주자의 아파트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이름을 변경한 후, 브랜드 아파트인 줄 알고 입주한 이들이 브랜드 가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름 세탁에 목매는 이유

한편 부산 해운대에서는 초고층 빌딩과 고급 주거 단지의 대명사인 센텀시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파트에 ‘센텀’ 명칭을 넣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해운대구의 발표에 따르면 센텀 시티가 설립된 10년 이후로 이름에 센텀을 넣어 개명한 아파트는 총 22개이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동임에도 불구하고 센텀시티에 해당하는 재송 1동의 집값은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재송 2동은 집값은 소폭 상승했다.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라도 학군에 따라 집값이 차이나는 만큼 이름이라도 동일하게 진행해 집값을 따라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파트 가격 문제가 심화될수록 아파트 이름을 주민들 임의로 바꾸는 사례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파트 이름 세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이름 바꾸기에 동참하는 주민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아파트 가격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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