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창문에 새긴 '문구 한 줄'에 주민회의에 집값 걱정까지 난리

조회수 2020. 4. 28. 0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출처: yeonsu

아파트는 '주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제한적인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거주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국민의 7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할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한 편이다. 변하지 않는 인기 덕분일까. 첫 등장 이후 수십 년간 아파트는 국내에서 가장 간편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아파트 가격이 곧 재산과 직결되다 보니, 이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를 않는다. 실제로 개발, 정책 시행, 산업 단지 이전 등 부동산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아파트 소유자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최근 한 아파트 창문에 붙은 스티커도 비슷한 이유로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게 한 스티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소유자도 놀라게 한 문구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이 난감함을 표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에 '투신자살 방지 문구' 스티커가 붙었다는 내용이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앞 창문에는 "혼자 있지 말고 전화 주세요"라는 문구와 자살예방센터의 전화번호가 함께했다. 해당 스티커는 11개 동에 이르는 아파트 5층~15층 창문에 모두 붙어 있는 상태였다.

(우) 외부에서도 보이는 자살예방문구 스티커

글 작성자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작성자의 아파트는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한 곳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특정 단지에만 스티커가 붙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 "이 단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이 있나?"라는 오해의 소지를 풍길 수 있다. 이러한 오해는 아파트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번져나가, 집값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일종의 재산권 침해인 셈이다.

출처: gjdream, fpn119
집값 하락에 실효성까지 의문
참고 사진

집값뿐만 아니라 스티커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게시글이 퍼져나가자 사람들은 '문구가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히려 해당 문구가 자극제가 되어 극단적인 생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런 생각이 없던 주민들도 우울함을 느끼거나, 5층부터 부착된 스티커를 보고 투신이라는 자살 방법을 의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스티커가 제 기능도 하지 못하고, 괜히 창가를 보는 이들에게 불쾌감만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만하다. 지난 2012년 9월, 마포대교는 '생명의 다리'로 재탄생했다. 자살률 1위 다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합심하여 시작한 사업이다. 1.9km에 달하는 마포대교 난간에는 "밥은 먹었어?", "속상해하지 마" 등의 위로 문구가 적혀, 보행자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문구가 보이게 만들었다

출처: wsnews

안타깝게도 자살 방지 문구의 효과는 미미했다. 2014년~2019년 7월까지의 한강교량 자살시도자 현황에 따르면, 마포대교는 자살 시도자 수 1,012명으로 여전히 그 수가 가장 많은 교량이었다. 우스갯소리를 빙자한 "한 번 해봐요", "수영 잘해요?" 등의 다소 자극적인 문구가 역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게다가 해당 사업으로 마포대교가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위로를 받고자 온 이들의 외로움을 더 증폭시키는 꼴이 되기도 했다. 결국 자살 방지 문구는 '실패한 시설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설치 7년 만에 사라지고 만다. 이미 이런 전례가 있기에, 아파트에 붙은 스티커에 반대 의견을 건네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출처: nulnews
주민 동의 없이 시행해도 될까

그렇다면 불편함을 느끼는 거주자들을 위해 제거도 가능한 걸까? 자살 방지 문구가 붙은 곳은 엘리베이터 앞에 마련된 아파트 복도 창문이다. 이는 공용 시설물에 속하기 때문에 스티커 부착 여부에 대해 사용자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게시글 작성자의 경우 이미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 사용자 한 명만의 반대로는 스티커 부착이 철회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chungnamilbo
한 보건소가 공사장에 설치한 생명사랑 로고젝터

물론 자살 방지 문구는 그 취지만을 생각하면 매우 긍정적인 캠페인 중 하나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파트가 하나의 재산인 입주민 입장에선 동의 없이 부착된 자살 방지 문구 스티커에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방범창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부디 원만한 의견 교환을 통해 입주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