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하나 없는 불편한 동네지만 부자들이 몰려산다는 곳

조회수 2020. 3. 20.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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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살아?"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사회경험이 많아질수록 이 질문 하나에 참 많은 의미가 담긴다. 어쩌면 재산의 70%가 부동산에 몰려있는 한국에서나 이 질문이 통용되는지도 모른다.

이를 방증하듯 옛 드라마 속 부잣집은 전화받는 것도 남달랐다. "여보세요"가 아닌 "평창동입니다"가 그들의 인사말이다. 특정 지역에 산다는 것이 신분과 재력을 나타내는 척도기 때문이다. 당시 평창동, 가회동, 구기동 등 종로의 세 지역은 정재계 핵심 인사와 전통 부자들의 거주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종로는 과거 조선 왕실부터 청와대가 모두 위치해 있었기에 정재계 인사들이 종로에 거주한다는 것은 직주근접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굳이 넓은 종로에서도 이들 세 개 지역에 모여살았던 걸까? 정재계 인사들이 세 지역을 사랑했던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전통의 부촌이 어느덧 관광지로, 가회동

가회동은 행정구역 상 북촌 한옥마을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북촌 한옥마을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상류층이 모여살던 부촌이었다. 부촌으로 유명한 평창동, 성북동보다 먼저 형성된 전통 부촌으로 전두환의 사돈인 동아원그룹, 아시아나를 매각한 한화그룹 등이 과거 둥지를 틀기도 했다.

다만 가회동은 한남동, 평창동, 압구정동 등 신흥 부촌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소 이전의 명성을 잃은 감이 없잖아 있다. 관광지가 되기 전 한옥마을은 전통 한옥 가옥 특유의 분위기와 타 도심지와 다른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로 정재계 인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지로 북촌 한옥마을이 주목받으면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하나둘씩 가회동을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상권 인기에 맞춰 부동산 시세차익을 위한 매입만이 이뤄질 뿐 실제 거주하는 정재계 인사는 드물다.

2. 왕의 기가 서린 땅, 평창·구기동

지역의 65%가 개발제한구역인 평창동은 소문난 부촌이었다. 청와대 뒤편에 위치한 지역으로 대통령 보좌관 등 청와대 근무자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와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1970년부터 성북동과 부촌으로 양대 부촌으로 자리 잡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장관, 국회의원급 정재계 인사가 20명 이상 모여살았다.

생활 편의 시설이 적고 전철역 하나 없을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평창동이지만, 자차 사용 시 20~30분 내에 국회의사당에 닿을 수 있다.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아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정재계 인사들의 사랑을 받아 이낙연 국무총리,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몽준 현대중공업 이사장, 서태지, 차범근 등 각종 유명 인사가 평창동을 거쳐갔거나 여전히 머물고 있다.

평창동과 맞닿은 구기동은 1968년 1.21 김신조 일당 침투 이후 평창동과 함께 주택단지로 개발된 곳이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평창동에는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형우, 서석재 등 핵심 국회의원이, 구기동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이 자리 잡으며 서울 권력의 중심지가 되었다.

다만 땅값은 과거의 명성이 다소 바랬다. 144평 평창동 집을 팔아도 25억 원에 불과해 강남 아파트 입성하기도 힘든 것이 평창동의 현주소다. 


평창동의 평당 가격은 1200~2200만 원 선으로 언덕과 도로 등 입지에 따라 평당 가격이 크게 차이 났다. 구기동은 외려 평창동보다 낮은 수준에 평당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평창동, 구기동의 낮은 땅값에 대해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토지 가격은 낮지만 대규모 주택 부지를 찾기 어려워 건축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비용이 높아 부지 가격이 낮아도 거래 가격 자체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전현직 대통령과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인들이 머물렀거나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이들 종로구 일대는 '왕의 기가 서린 땅'으로 불리며 정치 1번가로 30년 넘는 세월을 지켜왔다. 그러나 세상이 왕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늙어가는 건물처럼 정치 1번가의 명성도 퇴색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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