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안 받는다'라는 부동산은 어떻게 운영될까?

조회수 2020. 6. 26. 12: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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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중개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는 중개사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로 한국에서는 거래 당사자 양측 모두에게서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매도인, 매수인 양측으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 국가는 한국 외에도 독일, 일본, 프랑스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오직 매도자만 중개수수료를 내고 있다. 매입자는 사실상 중개수수료 없이 거래를 하는 셈이다. 중개수수료율 또한 7~10% 받는 프랑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집값이 급등하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말이 많은 요즘, 미국 부동산은 어떻게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고도 운영될 수 있는 걸까? 그 비결을 조금 더 알아본다.


1. 해외 부동산 특유의 높은 수수료율

미국의 중개수수료율은 2~6%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미국 중개사들은 6%를 수수료 기준으로 잡고 있으나 기준일 뿐 한국처럼 법정 수수료율이 아니다. 때문에 타사와의 경쟁 그리고 협의하에 수수료율이 결정되어 변동이 크다. 그러나 2%라 해도 사실상 한국의 최고 수수료율 0.9%보다 높은 수치이다.

법정 수수료율이 없는 미국의 부동산 중개인은 한국의 부동산 중개인보다 같은 건물을 중개해도 더 많은 중개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이 같은 논리만 적용하자면 미국 부동사 중개 업체가 매도인에게서만 중개수수료를 받아도 생활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다른걸까.

2. 이유 있는 수수료율 차이

우선 중개업체의 책임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그 역할에 비해 높다고 평가된다. 대만민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미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중개사의 역할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거래 사고시 책임 소재 불분명)고 다수가 응답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부동산의 서비스 수준이 크게 다르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는 사실상 전속계약으로 부동산 컨설팅 자료 제공부터 금융 시장, 임대차, 세금, 법리를 모두 중개회사에서 처리한다. 매물의 하자 역시 중개업체가 책임지고 해결한다.

반면, 국내 작은 부동산들은 부동산 중개 거래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며 다른 동네로 이전해 버리는 이른바 '유령 부동산'들이 종종 있다. 부동산 매물 소개 및 계약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국내와 달리, 미국 중개업체는 높은 수수료율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2015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설문조사 응답자 81.9%가 한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이에 공인중개사 측은 엄연히 국내 공인중개사도 거래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확인 서류도 10개 미만으로 적고 이마저 거래에서 법적인 부분은 법무사가 처리하고 있다. 

3. 높은 수수료율만큼 수준 높은 서비스, 운영 비결은?

미국 부동산 중개 업체는 중개수수료율이 한국보다 높지만, 사실상 그 이상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되는 전문 서비스, 책임 수준을 비교하면 사실상 미국의 2~6% 수수료율이 한국보다 마냥 높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경쟁이 치열해 최근 미국의 한 부동산 중개 업체는 첫 거래 무료 서비스까지 제안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부동산 중개 업체가 2~6%의 수수료율에도 운영될 수 있는 까닭을 미국의 부동산 중개 업체 운영 방식으로 보고 있다. 개인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주력인 한국 부동산에 비해 미국의 중개 업체는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위의 전문 서비스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분업하여 처리할 수 있어, 개인 중개 업체와 비교할 때 한 건의 거래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

반면 한국의 개인 부동산은 플랫폼에 자신의 매물을 노출시키기 위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모든 부동산이 사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부동산 플랫폼들은 일정 광고비를 받고 매물을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4. 변화하기 시작한 한국의 부동산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만큼, 개인 부동산 중개 업체가 중개 수수료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또한 우선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위해 허위매물을 등록하고, 플랫폼은 그 허위매물을 분별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하며 광고비를 높이는 등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부동산 플랫폼 앱은 2019년 광고비를 인상했다. 

소비자는 각종 앱, 포털을 통해 쉽게 매물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매물을 등록하기 위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본래 협의가 가능한 중개수수료가 사실상 법정 최고 수수료율에 고정된 것이다. 이 같은 개인 부동산의 한계에 대응해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기업형 부동산 중개 업체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형 부동산 중개 업체에는 대표적으로 공짜방, 집토스, 트러스트 부동산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 개인 부동산과 달리 분업 및 자체 플랫폼화를 통해 한 건당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이들 기업은 '반값 수수료'부터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며 중개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매물 유통과정을 줄이고 분업화, 플랫폼화를 통해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아도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짜방과 집토스는 세입자에게 부동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는 '반값 수수료'로 운영해 세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아파트 중개업체 '바니조아'는 양측에서 각각 절반의 수수료만 받으며, '부동산 다이어트'는 거래금액 상관없이 수수료율을 0.3%로 고정했다. 트러스트는 변호사, 공인중개사의 협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수수료율이 아닌 45만 원, 99만 원 정액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수료를 적게 받고 있음에도 오히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의 의의는 부동산 중개업계의 불문율인 '중개수수료'를 건드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불문율을 건드린 만큼 각 업체에 대한 견제와 압박도 상당하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 업체에 대한 관련 협회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업계와 스타트 업체의 경쟁 속, 정체했던 부동산 업계가 요동치며 한국의 부동산 업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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