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부자들이 아파트 버리고 단독주택으로 되돌아오는 이유

조회수 2019. 12.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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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올랐어? 그게 뭐"

어중간한 부자는 강남 아파트에 살고, 진짜 부자는 단독주택에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타워팰리스를 기점으로 하는 고급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이건희를 포함해 다양한 재계 인사들이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건희 등 소위 0.01% 재산을 가진 부자들의 현 거주지를 살펴보면 대부분 아파트보단 단독주택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 더 힐, 갤러리아 포레 등 새로운 개념의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아파트로 이동한 부자들도 점차 단독주택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대체 왜 부자들은 한강뷰도 없고 생활 편의성도 낮은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걸까? 그 이유를 조금 더 알아보자.


1. 한국에서 부자 소리 듣는 사람들

한국에서 부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을까? 한 시중은행 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이 한국에서 부자라고 기준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 부자는 32만 3천 명가량이다. 이들의 평균 연 소득은 2억 2000만 원(일반 가구의 평균 연 소득 57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순수 생활비로 월 1040만 원을 소비하고도 월 550만 원의 저축 여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설문 결과 이들 중 자신을 부자라고 답한 사람은 46%에 불과했다. 한국인 자산에서 부동산이 평균 75%를 차지하고 있음을 고려해 금융자산이 25%라 가정하면 이들의 총자산은 최소 약 40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총자산이 30억 원~50억 원인 이들은 고작 3명 당 1명꼴로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부자로 인정하는 평균 자산은 약 67억 원으로 나타났다.


2. 낮은 곳에 사는 부자들

아파트는 분명 인기 있는 주거지다. 청약 경쟁률이 기본적으로 수백 대 일이고 누군가는 서울 아파트 거주가 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재산 규모가 커질수록 지향하는 주거지의 고도는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물산 대표이사, 이티앤제우스 회장, 뱅뱅어패럴 회장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들은 서울과 가까운 서판교에 모여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는 판교역을 중심으로 서판교와 동판교로 구분된다. 아파트 중심인 동판교와 달리 서판교는 각종 고급 타운하우스가 모여 부촌을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더샵포스힐, 코오롱 린든그로브, 베스트하우스, 판교운중아펠바움, 판교산운아펠바움, 르씨트빌모트, 금강펜테리움레전드 등 각 건설사가 자존심을 걸고 지은 고급 타운하우스 단지가 밀집해 있다. 정원과 테라스를 갖추어 개인, 가족 공간이 일부 보장되고 강남으로 이동이 편리해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이수빈 전 삼성 회장이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고급빌라를 선호한다. 유엔빌리지로 대표되는 한남동의 빌라촌은 부촌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도 가장 선호하는 주거 형태는 단독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3. 신흥 부자들까지 아파트를 떠나는 이유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 부자들의 수도 증가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한 부자의 수는 2014년 23만 7000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27만 1000명으로 2년 새 3만 4000명 증가했다. 2018년에는 금융자산 10억 원의 부자가 32만 3000명으로 5만 2000명 증가했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신흥 부자로 한남동, 성북동에 자리를 튼 전통적인 부자와는 달리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세대다. 그러나 신흥부자들도 아파트보다 서판교 등 고급 빌라, 타운하우스, 단독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자들은 집값 상승보다 사생활을 중시한다"라며 "자산이 많을수록 세대수가 적어 신분 노출이 적고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매체는 이에 대해 "아파트는 재산 증식이 목적이다. 반면 고급 빌라나 주택은 거주가 목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고급 빌라나 주택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요층이 얇아 투자가치가 적다. "매달 2억씩 들어오는데 아파트가 5년 동안 10억 원 상승한 게 무슨 소용"이냐며 부자들의 거주 심리를 대변했다.


4. 부자들이 생각하는 거주공간의 가치

고급 빌라 전문 부동산 관계자는 특성상 부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부자들이 "아파트를 옮기며 재산을 불리기보다 사생활을 최대한 보호받고 가족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고급 빌라 수요는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점차 연령대가 낮아져 최근에는 30대 후반과 40대 중반이 주 고객층임을 밝혔다.


세계 부자 랭킹을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포브스>에서 미국 최고 갑부로 선정된 폴 케티는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가 하는 대로 따라 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언론매체는 이를 "부자는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자 한다"로 해석했다. 즉, 부자는 그들끼리 어울린다는 것이다.


초고급 아파트에 살면 사생활 보호에 남들이 갖지 못하는 뷰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자를 겨냥한 롯데의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여전히 공실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고급이어도 아파트인 이상 타인과 부대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정원, 나만의 건물에서 나의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부자들의 속내가 단독주택으로 표출되는 셈이다.

글 임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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