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민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아파트 1층을 기피할까요?
"아파트 1층은 피하는 게 상책?"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찾아보는 건 쉽다. 좁은 면적과 반비례하는 인구 덕분에, 아파트는 첫 등장부터 많은 이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주거 환경이 쾌적한 것은 물론, 단지 내 마련된 고급 커뮤니티 시설은 입주민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퀄리티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 사랑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아파트는 재테크 수단으로도 아주 유용하다.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라도 무조건 인기가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의 2/3 지점에 해당하는 층, 즉 로열층은 저층에 비해 더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층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거주자가 말하는 아파트 1층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아파트 1층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앞으로 거주민들이 지나다닌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야 할 집이지만, 누군가 쳐다볼 수도 있다는 걱정에 마음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하루 종일 커튼, 블라인드를 쳐 놓을 수밖에 없다.
1층에 놀이터나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면 걱정은 배가 된다. 아래층에 사는 이가 없어 층간 소음 걱정은 덜한 편이지만, 낮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와 행인들의 말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준공된 지 꽤 오래된 아파트일 경우 지하 주차장이 없어 자동차 소리와 매연에 고생을 할 수도 있다.
더위와 추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보통 아파트 지상에는 조경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덕분에 1층은 다른 층보다 시원한 여름을 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만큼 벌레도 자주 들어와 고생을 하기도 한다. 장마철 습기 문제도 심각하다. 화단이나 지하 주차장의 찬 공기가 그대로 전해져 습기가 생길 수 있다. 채광이 부족해 습기가 잘 마르지도 않아 금방 곰팡이가 번지기도 한다.
채광 부족은 겨울철에 더욱 문제가 된다. 땅에서는 계속해서 찬 기운이 올라오는데, 햇빛은 잘 들지 않으니 집 안이 추워질 수밖에 없다. 동 간 거리가 좁을수록 일조권을 침해받기는 더 쉬워진다. 다른 층에 비해 추위가 더 잘 느껴지니 난방비 지출이 많아질 수도 있다.
아파트 최저층이다 보니 하수구가 역류할 가능성도 있다. 위층 주민이 싱크대에 막힐 만한 음식을 버리거나, 화장실 정화조가 다 찬 경우 하수관이 막히게 된다. 이때 1층 주방이나 화장실에서 물이 역류하며 피해를 볼 수 있다. 겨울철 한파로 인해 배관이 얼어 물바다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관 청소를 통해 역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청소하는 날이 다가오기 전 배관이 막힌다면 역류로 인해 고생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한파로 인한 역류 현상은 주민 간의 배려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1층은 이러한 단점을 계속해서 극복해나가고 있다. 조경 특화로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가 하면, 동간 거리를 넉넉하게 설정하여 채광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저층부만 따로 배수관을 설치해 역류 현상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1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1층이라는 이유만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도 생겼다. 별도의 테라스를 설치해 마당처럼 사용하면서, 아파트임에도 단독 주택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특화 설계가 적용된 1층이 많아지면서 이제 1층은 골칫거리가 아닌 새로운 로열층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다른 층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년 부부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층에 살지 말라며 말리는 실제 거주자들도 있지만, 사실 1층을 살기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 번 1층에 산 뒤로 계속해서 같은 층을 고수하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이다. 어떤 층이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므로, 자신의 생활 습관에 맞는 층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거주 환경이 만족스럽다면 선택한 층이 바로 로열층이 될 것이다.
글 최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