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 을로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세상은 법으로 돌아간다"
원룸에서 퇴거하며 임대인과 갈등을 겪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집주인이 그에게 청소비를 내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한번 입주하면 2년 정도 거주하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에 손때가 묻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접 청소하겠다는 세입자의 제안을 거절하는 집주인도 많다. 곧 나가는 세입자의 청소를 믿기도 힘들뿐더러 시간과 돈만 더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집주인은 만만한 세입자에게 원상 회복의 의무로 압박하기도 한다. 이 경우 새로 구한 집에 보증금을 내야 하는 세입자가 20만 원가량의 청소비를 입금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청소비를 중요시하는 집주인은 이전에 악성 세입자를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 보증금을 돌려주고 보니 집이 쓰레기통이 되어 있더라 하는 이야기가 집주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업체 청소비를 받고자 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소비는 정말 필수인 걸까? 조금 더 알아보자.
퇴거 시 청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같은 갈등은 사실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시 청소 비용에 관한 특약을 넣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약은 '특별한 조건을 붙인 약속'으로 임대차계약에서는 반려동물 사육 금지, 월세 선불제 등이 있다.
특약이 없을 경우 임차인 A은 청소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청소 비용을 원하는 임대인의 경우 임대차 계약서에 '퇴실(거) 시 임차인이 청소비 XX만 원을 부담한다'라는 항목을 넣어 청소비 청구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단, 특약이 없더라도 악성 임차인 C처럼 고의나 부주의로 해당 집의 가치를 떨어트린 경우에는 해당 부동산을 원상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동산 관련자는 "임대차 관련 청소비는 따로 규정하지 않는다. 특약사항을 걸지 않으면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 반면 청소비 특약사항이 기재된 계약서에 임차인이 사인을 했다면 짐을 뺀 후 기재된 청소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러나 전·월세 임대차 계약관계에서 임차인이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훼손했을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당연히 보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민법 623조(임대인의 의무)에 따라 다음 세입자를 위해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가진 것은 임대인이지 임차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월세 보증금을 볼모로 청소비를 요구하는 임대인이 많다. 보증금이 필요한 임차인의 사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일부 임차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청소비를 주고 나오기도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이사를 가게 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한다. 이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기 때문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상실 없이 임차주택에서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다. 임차권 등기 명령이 시행되면 임대인 건물에는 빨간 줄이 그어지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임차권등기 명령을 신청하겠다 전했음에도 전월세 보증금 지급을 미룬다면 '이사 시기 불일치 대출'을 활용할 수 있다. 이사 시기 불일치 대출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을 위해 서울시가 운용하는 제도다. 중개업자가 작성한 임대차 계약서만 가능하며 서울시 내에서 이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제한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된다면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을 하지 않는 대신 이자를 임대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글 임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