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육아로 직업 잃은 10년차 개발자, 눈 돌리니 이렇게 됐어요

조회수 2019. 9. 4.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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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전공자 역시 프로그래밍, 데이터 분석을 배우며 이직을 노리고 있다. 물론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 10여 년간 개발자로 근무하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로 눈을 돌린 이가 있다. 인프런의 지식 공유자 박조은 강사를 만났다.

육아에 지쳐 찾은 취미 생활이 직업으로

오랜 시간 동안 백엔드 개발자로 근무하여 수도 없는 야근을 겪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야근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일하는 엄마’에 대한 불만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사회가 엄마에게 요구하는 것은 많았죠.” 결국 그녀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2년의 육아 휴직을 택했다. 

육아 휴직이 끝나고 광고 회사로 이직했지만, 걱정은 끊이지 않았다. 일과 육아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열등감만 생겨났다. 마음의 스트레스가 쌓여가자 그녀는 '1년만 쉬어보자'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휴식 시간이 생기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만큼 경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엄습했다. “경력 단절을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일일 커밋으로 매일 코드를 써 내려갔고, 집안일을 하면서 여러 기술 콘텐츠를 시청했죠."


아이에게 영어 동요 영상을 매일 찾아주는 게 어려워 영어 동요 앱도 개발했다. “아쉽게도 수익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버 비용을 내가면서 앱을 서비스했죠. 그래도 이 앱을 통해 파이썬을 처음 사용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는데 어떤 개발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런 것도 모른다면 개발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박조은 개발자는 ‘이런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혼자 공부할 때는 어떤 코드가 잘못된 건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유튜브에 영상을 게재하게 되면 댓글을 통해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죠.” 그렇게 그녀의 채널은 조금씩, 천천히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인프런의 연락을 받아 온라인 강의(http://bit.ly/2lTQXFq)도 진행할 수 있었다. 유료 전환에 대해 걱정도 많았지만, 오히려 유료로 진행되다 보니 지식 공유자로서 책임감도 짙어졌다. 콘텐츠를 보완하고, 성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힘도 생겼다.

데이터 사이언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

출처: NBT

박조은 개발자는 게임 회사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다 광고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게임과 광고는 많이 다른 분야가 아닌가?’였다. “게임 회사와 광고 회사에서 개발자의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주된 업무는 개발이 맞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가공해 팀원들과 고객에게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해 주는 작업도 개발자가 하게 될 때가 있죠. ”

▶ 어떻게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회사가 작으면 인력이 부족해 개발자의 업무 영역이 칼같이 나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회사부터 마지막 회사에 근무할 때까지 매번 작게나마 데이터를 다뤄왔죠. 특히 개발자는 데이터를 잘 다룰 수 있으면 사용자가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 많이 본 콘텐츠 등을 분석할 수 있어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이전부터 쭉 데이터 분석을 해오다 보니 자연스레 더 큰 분야인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 비전공자가 데이터 사이언스에 다가가기 어렵지 않나?

“실제로 많은 수강생이 데이터 사이언스를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어렵게 배우고 난 후에 ‘어떻게 쓸지’를 더 막막해하곤 하죠. 그래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어디에 활용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배우면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습니다. 강의 역시 단순히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구별 입지 분석, 아파트 분양가 분석 등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예제를 이용하려고 노력합니다.”


▶ 데이터 사이언스가 커리어 역량 강화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특히 엑셀을 많이 다루는 직군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은 데이터를 다루게 되면 엑셀 컬럼 수가 수백 개에 이르게 되죠. 이때 데이터 사이언스를 이용하면 엑셀을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추가로 파이썬을 익히게 되면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 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죠. 무엇보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데이터를 바라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기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잘 알게 되면 회사 매출이나 서비스 개선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죠.”

호기심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 가능

그녀는 개발자와 데이터 분석가·엔지니어에게 필요한 덕목을 ‘호기심’으로 꼽았다.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계속 바뀌고, 데이터 라이브러리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중요하죠. 물론 개인마다 시작점이 다르겠지만, 이 분야에서 늦었다는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조은 개발자 역시 자신의 역량을 의심했었다. 그러나 꾸준히 유튜브 콘텐츠를 올렸고, 여가 시간에도 늘 핸드폰으로 지식 탐구에 몰두했다. 꾸준함은 통했다. 퇴직 후 금전적인 문제를 걱정했지만, 온라인 강의(http://bit.ly/2lTQXFq)를 진행하면서 저절로 수입이 생겼다. 유튜브 구독자를 대상으로 무료 오프라인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때문인지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분석한 뒤, 이를 통해 간단한 예측을 해보는 작업을 진행하면 비전공자도 즐거움을 느끼죠. 그래서 오프라인을 통해 실생활 예제로 직접 데이터 사이언스를 알려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모임을 자주 열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글 최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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