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랜드

다른 곳의 집값은 떨어져도 백화점 근처에 있는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부동산 업체는 현대 백화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절대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의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요즘, 그의 주장은 힘을 잃은 듯하다.

하지만 지금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계속 떨어지리란 법은 없다. 대출 규제는 언제가 풀릴 것이고 떨어진 집값은 다시 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날을 대비해 백화점 근처에 위치한 집이 어떤 면에서 유리한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화점 인근의 집이 정말 좋은 선택일까? 조금 더 알아보자.

자본주의 시장에서 시장가격은 언제나 수요와 공급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기 좋아 보이는 집은 남에게도 좋아 보인다고 했다. 그 지역에서 살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집값은 올라가고, 사람들이 몰리니 상가나 전철역과 같은 인프라가 생겨난다. 살고 싶은 사람은 많고 나가는 사람은 적으니 웃돈을 주고 들어오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자는 거주가 아니라 집값이 올라갈 것을 예상하고 부동산을 매입한다. 그들은 주택 수익 비율(집값과 비교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 비율, 월세, 전세 등)을 보고 집값의 변동을 분석하거나 재건축, 전철역 신설 등으로 집값 상승을 예상한다. 이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면서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어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이 경직되기 전, 한창 유행했던 부동산 테마는 '몰세권'이었다. 몰세권은 쇼핑몰, 백화점, 영화관 등의 시설 인근을 말하는 것으로, 분양이 잘되고 인프라가 좋아 집값 상승이 예상되었다. 하남 스타필드가 위치한 하남미사신도시와 삼송신도시의 삼송시티가 대표적인 예이다. 

몰세권 중에서도 가장 부동산 투자로 인기 있던 지역은 백세권이다. 백화점은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다. 고소득층은 그 지역에서 거주하기 위해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로, E마트와 같은 대형마트 인근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백세권이 인기 있는 이유로는 백화점의 입지 선정에도 있다. 과거 백화점은 60만 ~ 70만의 인구가 매장 3~5km 내에 갖춰진 지역에만 진출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통 여건이 바뀌고 신도시가 생겨나는 등으로 인해 신도시 계획 초기부터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선정된 백화점 입지는 교통이 편리하며 핵심 상권이 인근에 형성될 거라는 일종의 보증이 되는 것이다

한때 스타벅스가 상권분석을 통해 입점하면 그 옆에 이디야가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디야가 굳이 별도로 상권 분석을 할 필요 없이, 철저하게 상권을 분석하는 스타벅스 인근에 자리잡는 것만으로도 좋은 상권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벅스가 백화점으로, 이디야가 부동산 투자자로 바뀐 것뿐이다. 부동산을 몰라도 일단 백화점 근처 집을 사라는 말이 영 근거 없는 말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