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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이어티 게임2'에서 정치인이 가장 먼저 탈락한 이유

조회수 2017. 9. 26. 11: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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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얍삽해"

높동 : 전원 투표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장동민(개그맨), 엠제이 킴(MMA 선수), 줄리엔 강(방송인), 고우리(연기자), 정인영(방송인), 학진(연기자), 김회길(피트니스 모델), 유리(모델), 박현석(대학원생)


탈락자: 캐스퍼(래퍼), 이준석(정당인)

마동 : 소수 권력에 의한 독재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회

이천수(전 축구선수), 조준호(유도 코치), 박광재(연기자), 김하늘(외국 변호사), 정은아(대학생), 손태호(취업 준비생), 권민석(MMA 선수), 알파고(기자), 구새봄(방송인), 유승옥(모델)


탈락자: 김광진(전 국회의원)

tvN <소사이어티 게임2>의 세 번째 탈락자는 정당인 이준석이었다. 높동과 마동은 '러시아 장기'라는 종목으로 대결을 펼쳤다. 룰은 간단했다. 두뇌 팀이 장기 대결을 하고, 신체 팀이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버티는 식이었다. 장기에서 패배하면 진 팀의 양동이에 5L의 물이 추가된다.


승부는 일방적으로 갈렸다. 믿었던 장동민이 첫 판을 허무하게 내주자 높동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필승법이라 여겼던 가장 큰 말을 가운데 놓는 전략은 마동의 파해법에 산산조각났다.

마동은 '러시아 장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손태호를 중심으로 두뇌 팀인 정은아, 알파고가 선전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왔다. 높동의 신체 팀은 강한 정신력으로 두뇌 팀의 열세를 만회하려 애썼지만, 쌓여가는 물의 무게를 견뎌낼 초능력은 없었다.


패배한 높동의 리더 정인영은 게임에서 부진했지만, 리더이기 때문에 탈락자에서 제외됐다. 장동민은 사실상 리더와 다름 없는 '대주주'였으므로 탈락의 가능성이 낮았다. 결국 존재감이 없었던 이준석이 탈락하게 됐다. "엠제이와 내가 불안하다"던 이준석의 불길한 예감이 여지없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엠제이의 경우에는 두뇌와 신체, 두 분야에서 활약이 가능하기에 이준석에 비해 생존의 가능성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준석은 장동민과 이미지나 캐릭터가 중복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선택은 오히려 쉬웠다.

이준석마저 탈락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스토리가 하나 생겨났다. 출연자 가운데 직업이 '정치인'이었던 두 명이 모두 원형 마을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 2회의 탈락자는 전 국회의원 김광진(마동)이었다. 그들에게 빨리 '(본업인) 정치로 돌아가라'는 신호를 보낸 것일까.


김광진의 탈락은 이천수가 주도한 측면이 있다. 그는 "정치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얍삽해"라고 끊임없이 주입시켰고, 주민들도 이천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김광진은 탈락을 맞이하면서"'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존해야지'라고 하는 것에는 100%를 투자하지 못한 것 같아요. 정치인이니까 '이중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하는 두려움? 제 스스로가 자처한 실패인 것 같아요."라고 자성했다.


하지만 <소사이어티게임2> 제작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제작진은 김광진에게 '피아식별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가 자신을 제거하려고 했던 이천수를 과도하게 믿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적을 모르고 나를 몰랐던' 김광진은 마동 생활에 있어서도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줘 주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그는 먼저 나서서 궂은 일을 하기보다 뒤로 물러서 지시하는 데 익숙한 듯 보였다. 이러한 태도들은 집단 생활이 요구하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두뇌와 신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그의 능력을 어필하지 못한 것도 실패의 요인이었다. 야심차게 예능에 뛰어들었던, 각광받던 젊은 정치인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의 말처럼 자처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튀지 않아야 오래 산다고. 하지만 견제가 두려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언젠가 필요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힌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편, 이준석은 어땠을까. tvN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그는 '두뇌' 영역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소사이어티 게임2>에서도 그의 분야(혹은 대중들의 기대)는 뚜렷했다.


하지만 이준석의 활약은 미미했다. 장동민과의 직접적 경쟁 관계로 돌입하는 게 부담스러웠던 그는 최대한 몸을 사렸고, 그 때문에 존재감은 더욱 약해졌다. '굳이 이준석이 아니라도 괜찮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준석의 탈락 뒤에는 고우리의 모략이 있었다. 감옥에 갇혀 탈락을 피할 수 있었던 고우리는 박현석에게 "(네가) 탈락될 수 있겠다. 이준석을 찍어야 탈락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감을 심어줬다. 위험을 감지한 박현석은 이준석에게 투표했고, 결국 탈락자는 고우리의 생각대로 이준석으로 결정됐다.


그렇다고 해서 고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궁지까지 몰리는 상황을 만든 건, 결국 지나치게 몸을 사렸던 이준석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광진과 이준석의 탈락은 '정치인의 탈락'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원형 마을에서 주민들이 정치인을 먼저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건, 현실에서 우리들이 정치인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그들의 직업이 '정치인'이라고 해서 매사에 '정치적'으로 임하진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이천수나 고우리가 훨씬 더 '정치적'이지 않았던가. 또, '정치인'이라고 해서 남다른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이준석이야 두뇌를 활용하는 예능의 단골 손님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남다른 포부를 안고 예능에 뛰어든 김광진의 경우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작별을 고하게 돼 스스로도 아쉬움이 클 것이다.


진짜 정치인들이 사라진 <소사이어티 게임2>는 앞으로 더욱 '정치적'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겐 생존을 위한 특유의 정치적 DNA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정치인들로부터 그것을 야무지게 배워 청출어람 했는지도.. 

* 이 글은 외부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님의 기고 글입니다.

원문: http://wanderingpoet.tistory.com/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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