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참사로 끝난 이벤트들

조회수 2017. 9. 26. 1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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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5행시급 폭망 이벤트 모음

1. 걸그룹 이름 망치기 이벤트(11')


보통 연예인들의 흑역사는 데뷔 초기 신인 시절에 만들어진다. 하지만 데뷔하기도 전에 참혹한 흑역사를 생성한 특이 케이스가 있다. 


2011년 초, 연예기획사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새로 데뷔한 걸그룹의 이름 짓기가 귀찮았는지 네티즌 댓글로 팀명을 짓겠다는 신선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데뷔 전에 관심 좀 끌어보려고 한 마케팅이었겠지만, 당시엔 하루 걸러 하나씩 나오는 아이돌 그룹에 대해 평판이 그닥 좋지 않은 시기였다. 덕분에 데뷔를 앞둔 무명의 걸그룹은 다양하고 참신한 예명들을 무더기로 얻는다.

무리수 이벤트 덕분에 데뷔 전부터 은퇴까지 먹을 욕을 한꺼번에 얻어먹은 이 그룹은 결국 이벤트와 1도 상관없는 '에이핑크'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잘 살고 있다. 


문득 진짜 저 예명들 중 하나로 데뷔했으면 인기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 안녕하세요 부레옥잠 리더 박초롱입니다! 씨펄의 막내 오하영입니다!

2. 제 1회 이승만 세로드립 공모전(16')


2016년 3월, 자유경제원은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 '잊혀졌던 거인의 발자취를 다시 그리다'> 를 주최한다.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그냥 이승만 찬양시 짓기 대회다. 이벤트는 큰 탈 없이 진행되어 순조롭게 마무리되는듯했다. 하지만 한 달 뒤, 시상까지 마친 시점에서 주최측은 멘붕에 빠지는데...


문제가 된 작품은 입상작 <우남찬가> 였다. 이 시는 그냥 읽으면 ‘이승만 국부님 충성충성충성’이지만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


이라는 무시무시한 세로드립이 숨겨져 있던 것. 세로드립에 농락당한 자유경제원은 극대노하여 입상을 취소하고 형사고소를 비롯해 5700만 원의 배상금을 요구한다. (참고로 입상작 상금은 10만 원이었다)

그러나 법적 공방을 할 새도 없이 애초에 말이 안 됐던 고소는 각하된다. 민사소송 역시 명예훼손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청구 기각 판결을 받으며 행복하게(?) 끝났다. 


사실 이승만 시절이었으면 시를 쓴 작가건 그걸 올린 자유경제원이건 모조리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테니 어쩌면 양쪽 모두에게 해피엔딩일지도.

3. 파맛 첵스 부정선거 사태(04') 


모든 이벤트 대참사의 조상 격인 파맛 첵스 사태. (대파, 양파 할 때 그 ‘파’가 맞음)


2004년, 켈로그는 자사의 시리얼 홍보를 위해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라는 근본없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온라인 투표를 통해 첵스초코나라의 대통령을 뽑은 후 당선된 대통령 맛(?) 상품을 생산하겠다는 그로테스크한 이벤트.

사실 말만 투표지 눈이 예쁜 초코맛 체키와 못생기고 성질도 더러운데다 파맛(?)인 차카의 대립구도를 통해 초코맛 첵스를 만들려는 노골적인 이벤트였다.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파맛 나는 악당보다 착하고 예쁜 초콜릿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빈틈없이 완벽했던 켈로그의 계산은 처참하게 박살나고 만다.


첵스초코 나라에서 대통령을 뽑는다는 소문을 들은 네티즌들이 부산행 좀비들처럼 몰려가 파맛 첵스에 몰표를 행사한 것. 파 동호회나 영농협회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그냥 켈로그가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던 네티즌들이 대다수였다. 


누가 됐건 한일전에서나 볼 수 있는 단합 덕에 파맛 차카는 초코맛 체키를 압도적인 표차로 찍어누르게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눈물을 흘리며 파 농장을 매입해야 했던 켈로그는 결국 투표 조작을 감행한다. 무효표라는 명분으로 4만 2천여표 가량을 삭제하고 급히 ARS, 현장투표를 추가해버린 것. 


이렇게 현대사에 남을 만큼 비열한 부정선거를 통해 혁명의 아이콘 차카는 낙선하고 체키가 대권을 잡는다. 그 이후로 초코첵스 나라는 14년동안이나 부정선거 독재자의 통치를 받는 중이다.

4. 제네시스 능욕 사행시 대회(13') 


2013년, 현대차 마케팅팀은 14년형 제네시스 홍보를 위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제네시스’로 사행시를 지으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는 페이스북 이벤트였다. 현대자동차가 내건 상품이 고작 ‘다섯 명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제네시스 측에서 써준 예시가 더 흥미롭다.


누가 썼는지 인터넷 소설 쓰면 대성할 것 같다. 하지만 예시야 어찌됐건 ‘흉기차’로 이미지가 박힌 현대차 이벤트에 사행시든 육행시든 예쁜 말이 나올 리 없었다.


이렇게 제네시스는 말 그대로 욕을 ‘사서’ 얻어먹는 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열심히 이벤트 기획하고 기프티콘까지 줘 가면서 욕을 주워먹은 셈. 


결국 수백 개의 능욕 사행시들 틈에서 어찌어찌 평범한 응모작을 찾아 당선시켰지만 그것마저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이 아이디어를 기획한 담당자는 회사에서 먹은 욕 덕분에 이백살까지는 살 듯.

5. 평양 팬티 폭격 사건(13')


2013년, 비외른 보리라는 한 스웨덴 속옷 회사가 런칭 기념으로 속옷 수백 벌을 뿌리는 이벤트를 추진한다. 그것도 무려 항공기를 빌려 팬티를 투하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돈 좀 쓴 이벤트 정도였지만, 진짜 문제는 인터넷 투표 결과에서 나타났다. 비행기로 섹시 속옷을 투하할 도시로 북한의 ‘평양’이 선정된 것.


일반적인 기업일 경우 북한에 갈 바에야 사과문을 쓰거나 데이터를 적당히 조작할 것이다. 그러나 이 패기 넘치는 속옷 회사는 실제로 비자를 발급받아 평향으로 모험을 떠난다. 


물론 패기가 있다고 목숨이 여러 개는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를 쓰지는 못했고, 대신 호텔, 길거리, 건물 옥상 등 여러 군데 뿌려놓고 돌아왔다.


목숨 걸고 홍보한 마케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망할 뻔한 이벤트를 정면돌파한 유일한 케이스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은이 대노했다는 후문이 있다. (물론 말로만 대노했지 지금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6. 포카칩에게 쌍욕하기 이벤트(14')


2014년 포카칩 공식 홈페이지에서 '포카칩 별명 짓기 이벤트'를 실시했다. '포카칩은 OO이다, 이유는 OO라서' 처럼 포카칩의 특징을 나타낸 홍보 문구를 응모하면 추첨해 포카칩을 주는 이벤트였다. 


이쯤 되면 뭘 기대하고 이벤트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당연하게도 질소 과자의 대명사 포카칩답게 기획자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먼 문구들이 가득했다. 


이 외에도

포카칩은 망할 것이다, 양이 X나 적기 때문에

포카칩은 이순신이다, 내용물이 12개라서

포카칩은 새 폴더이다. (비어있음)

포카칩은 여자친구다. (없잖아)

등 다채로운 험한말로 넘쳐났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응모 결과가 자동으로 홈페이지에 연동되어 네티즌들이 쓴 문구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결국 사과와 함께 이벤트는 조기종료되었다.

7. 중앙선관위 사자성어 이벤트(10')


2010년, 선관위는 지방선거에 대한 네티즌 참여를 북돋우기 위해 네 글자로 투표에 대한 생각을 써보는 이벤트를 추진한다. 그리고, 포카칩 사건과 마찬가지로 문구를 작성하면 홈페이지에 그대로 올라가버리는 기능 덕분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나가며 


지금까지 대참사 수준으로 멸망한 이벤트 사례들을 살펴봤다. 자유한국당의 이벤트 기획자가 이 사례들을 통해 교훈을 얻었더라면 5행시 이벤트의 파국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유한국당 5행시 대참사
오늘의 교훈: 과거를 통해 배우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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