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뚱뚱하면 꼭 살을 빼야 할까요?

조회수 2021. 2. 22. 13:4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몸매 기득권 - 뚱뚱한 일상이 고된 이유
출처: 직썰만화

몸매 기득권 - 뚱뚱한 일상이 고된 이유


휴스턴 대학교 사회학과 사만다 콴(Samantha Kwan) 교수는 매킨토시가 제안한 백인 기득권 개념을 바탕으로 몸매 기득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백인 기득권이란 언어 폭력이나 차별적인 법률 제정처럼 명시적인 억압과 달리 백인들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일상에서 누리는 편리함과 안전함을 뜻합니다.


식료품 구매, 은행 계좌 개설,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적 활동을 할 때도 차별을 겪는 유색 인종과 달리 백인들은 어느 곳에서나 인종적 편견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백인들은 주류 인종으로 여겨지며 모든 것의 기준이 되지만 유색 인종은 철저하게 타인으로 인식되니까요.


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날씬한 사람들 또한 사회문화적 구조에 의해 일상적으로 몸매 기득권을 부여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날씬한 몸매가 정상적이고 매력적인 상태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미디어 때문입니다. 따라서 날씬함은 절대로 부정이나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모두가 따라야 할 보편적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소외되는 뚱뚱한 사람들은 교정이 필요한 비정상적 인간으로 여겨집니다.


저자는 23명의 여성과 19명의 남성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들 중 20명이 백인, 10명이 히스패닉, 7명이 흑인, 3명이 혼혈이었으며 아시아인과 북미 원주민이 각각 한 명 씩 있었습니다. 의학적 기준에 따르면 20명이 과체중이었고 22명이 비만이었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자신을 가난하다고 여겼습니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관리하는 이들


날씬함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공시설때문에 뚱뚱한 사람들은 언제나 본인의 신체를 의식하게 됩니다. 자넷(35, 여성, 백인)은 공공화장실의 좁은 칸막이 간격 때문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사용해야만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뚱뚱함은 곧 장애”라고 말했습니다. 몸매에 맞는 시설을 찾아 사용할 때마다 본인의 신체 사이즈를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창피함과 불편함을 참아내야 했습니다.


론다(40, 여성, 백인)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영화관이나 비행기에서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게끔 팔다리의 위치에 신경써야 했다고 론다는 답했습니다. 실제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도 뚱뚱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매를 의식하며 누군가가 당신을 쳐다보며 비난하고 있다는 일상적 공포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이러한 몸매 의식은 자기 관리 및 검열로 이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더 사회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브리트니(24, 여성, 히스패닉)는 턱살이 접히지 않게끔 늘 자세를 곧추 세우며, 알레나(33, 여성, 백인)는 살이 덜 노출되도록 언제나 옷매무새에 신경쓴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살이 찔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정당화하거나 본인의 외모가 비정상이 아니라는 자기 암시를 반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자기 검열이 심해질 경우 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 가는 걸 기피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합니다, 멜라니(27, 여성, 백인)는 외출 전 끊임없이 “괜찮아. 난 정상이야. 오늘 하루도 해낼 수 있어”라고 자기 암시를 해야만 하루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몸매 기득권에서 비롯된 차별은 백인 기득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인종적 특권층인 백인은 인종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몸매 기득권을 지닌 날씬한 사람들은 언제나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체중은 인종과 달리 개인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특성이라 뚱뚱한 이들에게 더 큰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의지가 부족하고 게을러서 살을 못 뺀다는 비난을 받기 쉬우니까요. 게다가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 인종차별과 달리 몸매차별은 아직까지 용인 가능한 농담 혹은 장난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젠더와 인종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몸매 차별


참가자들의 젠더와 인종에 따라 몸매에 대한 인식과 검열 정도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남성은 여성보다 뚱뚱함으로 인한 일상적 차별을 훨씬 덜 겪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부분의 남성 참가자들이 잘생겨지고 싶다고 답하긴 했지만 몸매 인식이나 검열에 대한 일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외식할 때 끊임없이 남들의 시선과 본인의 몸매를 의식한다고 답한 다수의 여성 참가자들과 달리, 남성 참가자들에게 식당은 정말 순수하게 음식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남성 기득권 입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공공장소에서 위협을 훨씬 덜 느낄 뿐만 아니라, 남성의 신체가 대상화되는 일도 매우 드물죠. 이러한 젠더 권력이 뚱뚱한 사람들의 삶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서구 문화권이 만들어낸 바람직한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이 차이를 만드는 데에 한 몫 거듭니다. 강인한 체력과 큰 몸집이 남성성을 대표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남성은 여성에 비해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 느낍니다.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인종에 따라 뚱뚱함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인상적이게도, 인터뷰에서 몸매 차별을 겪는다고 답한 여성들 중 흑인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흑인 여성은 실제로 다른 인종의 여성에 비해 몸매 인식과 자기 검열을 덜 합니다. 이는 날씬함을 정상화하는 사회적 기준이 백인을 중심으로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흑인이 아시아인이나 히스패닉보다 백인 중심 문화에 더 강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날씬한 몸매 기준에도 덜 순응한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회에서 날씬함은 분명한 특권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뚱뚱함을 지적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 입니다.


‘저렇게 뚱뚱한 건 본인 건강에도 안 좋잖아’


‘그러게 진작 살을 뺏어야지’


‘본인이 게을러서 살을 못 뺀 거면서 왜 불평이야’


이런 생각은 모두 다름을 용인하지 못하는 차별적 생각입니다. 이러한 몸매 차별은 뚱뚱한 사람 뿐 아니라 날씬한 사람에게도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정도만 다를 뿐 모든 이들에게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아름다움과 정상의 기준에 맞추어 나와 남들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글: 최호연 / 편집: 박정흠


*참고 문헌: Kwan, S. “Navigating Public Spaces: Gender, Race, and Body Privilege in Everyday Life.” Feminist Formations 22.2 (2010): 144-166. Project MUSE. Web. 7 Jun. 2016. <https://muse.jhu.edu/>.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