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에게 '대리효도' 요구하는 남편, 박하선의 선택은?

조회수 2020. 12. 23.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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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발점은 할아버지 제사였다.
카카오TV '며느라기'

"난 연해할 때 구영이가 효자인 줄 모랐는데, 결혼해 보니까 엄청 효자다? 자기 부모님 생각 아주 끔찍이 해."


'시월드'에 입성한 민사린(박하선)은 친정 엄마(강애심)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연애할 때는 남편 무구영(권율)이 '효자'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다. 효자인 게 뭐가 문제일까. 부모님께 잘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사린이라고 그걸 모를까. 사린이 속상한 이유는 구영의 효도가 '며느리'인 자신에게 전가되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대리 효도' 말이다.


갈등의 시발점은 구영의 할아버지 제사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던 사린은 오늘 제사가 있는 걸 깜빡했다는 구영의 말을 듣고 자신이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사린의 집은 제사를 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 기일이 되면 산소에 가는 게 전부였다. 사린은 밤에 가면 되냐고 물었고, 구영은 미리 가서 음식 만드는 걸 도와야 하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착한' 사린은 한번 해보자며 의욕을 보였다.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됐으니 집안 행사에 참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진 구영의 말은 사린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구영은 지인 결혼식에 들른 후 가겠다며 "먼저 하고 있으면 도와줄게"라고 말했다. 도와준다고? 안 하던 사람이 나서면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게 구영의 논리였다.

카카오TV '며느라기'

황당해진 사린은 얼굴도 본 적 없는 구영의 할아버지 제사를 준비하는데 어째서 도와준다고 할 수 있냐고 되물으며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구영은 "내가 다 할 테니까, 당신은 조금만 도와줘."라고 큰소리쳤다. 과연 구영은 자신의 호언장담을 지킬 수 있을까. 사린은 구영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었지만, 구영의 '본심'은 따로 있었다.


정작 시댁에 가자 구영은 주방에 얼씬거릴 수도 없었다. '남자가 뭘 할 줄 아냐'는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의 만류에 주방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구영은 군소리 없이 거실로 향했다. 결국 남자들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며 놀고, 여자들은 주방에서 제사 음식을 만드는 가부장제의 풍경이 재현됐다. 사린은 시어머니가 선물했던 앞치마를 입고 끝없는 노동에 시달렸다.


"일하기 싫어서 그런거야, 귀찮아서?"

"솔직히 좋았던 거 같아. 좋았어, 네가 엄마를 돕는 모습이."


구영의 진심이 궁금했던 사린은 어째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이어진 구영의 대답은 사린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었다. 구영은 형이 결혼하고 며느리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엄마가 '며느라기' 졸업을 선언한 형수 때문에 실망이 컸다며, 싹싹한 둘째 며느리가 들어와 당당해하는 부모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며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카카오TV '며느라기'

그러니까 '대리 효도'를 보며 흐뭇했다는 얘기였다. 부모가 만족한다면 얼마든지 아내를 고생시킬 수 있는 못난 남편임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사린은 정말 구영이 효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 사실 조짐은 여러차례 있었다. 연애 시절 사린은 "나중에 결혼하고 네가 우리 애들이랑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면서 구영에게는 어떤 기대가 있는지 물었다.


"아, 얼마 전에 백화점 갔을 때 엄마랑 딸이랑 같이 쇼핑하는 거 보니까 사린이 네 생각나더라. 나중에 울 엄마랑 너랑 같이 백화점 가서 쇼핑도 하고 둘이 만나서 내 흉도 좀 보고. 그런 모습 보면 되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사린과 달리 구영의 대답은 그 결이 사뭇 달랐다. 구영은 사린이 '딸 같은 며느리'가 되길 바랐고, 자신도 하지 않는 일을 해주길 원했다. 사린은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한테도 못하는 일을 왜 남이 해주길 바라"냐고 따졌다. 사린은 그때 이미 눈치챘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구영이 남친이 아니라 남편이 되면 얼마나 돌변할지 말이다.


한편, 사린의 친정엄마는 속상해하는 사린에게 결혼을 하면 여자가 좀더 고생을 하기 마련이라며, 당장 억울할지 몰라도 잘 참아내면 나중에 복으로 돌아올 거라고 위로(?)했다. 정말 며느리는 참아야 하는 걸까. 견디고 나면 좋은 날이 오는 걸까. 아니면 '며느라기'에서 과감히 손절한 손윗동서처럼 할 말은 하는 게 맞는 걸까. 사린에게는 여전히 헷갈리고 어려운 문제였다.

며칠 후, 사린은 찜질방에 가자는 시어머니의 제안을 마지못해 승낙했다. 옆에서 통화를 들으며 등떠미는 구영이 얄밉기만 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처럼 기뻐하는 시어머니를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 나만 조금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부모님 만나는 날만, 그날은 그렇게 있어주면 안 될까?"라는 구영이 말을 따라주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린과 구영의 부부 갈등은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카카오TV <며느라기>에 격하게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사린이 느끼는 지금의 평온은 착시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태풍의 눈 속의 고요는 진정한 안정이 아니다. 사린은 곧 그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BY 버락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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