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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은 '며느라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12. 14. 09: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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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는 딸 같아서 좋아요".. 내가 우리 엄마한테 하는 식으로 한번 해봐?

평소 부모님 생신 한번 제대로 챙기지 않던 아들이 결혼 후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전화도 자주 하고, 찾아뵙는 횟수도 늘어난다. 그뿐인가, 생일 등 기념일도 살뜰히 챙긴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혼자'서 그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개 자신의 아내, 그러니까 '며느리'를 앞세운다. '아들은 결혼만 하면 효자가 된다.'는 말에 담긴 함의는 며느리의 대리 효도인 셈이다.


결혼과 동시에 너무도 당연하다는듯 남편 가족의 식구가 되는 며느리는 시댁 식구들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 그 불합리한 대리 효도에 적극 동참한다. 시어머니가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딸 같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부당하게 느껴지는 일조차도 기꺼이 나서서 하게 된다. 이런 말들이 시댁에서 며느리의 디폴트값이다. "제가 할게요.", "저한테 주세요." \


생각해보면 '시월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천지다. 이제 막 '며느라기(期)'에 진입한 며늘아기 민사린(박하선)도 마찬가지이다. 사린은 결혼 후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의 첫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하루 전부터 시댁으로 향한다. 아침부터 일어나 미역국을 끓이고, 잡채 등 여러 음식을 내놓았다. 정작 남편 무구영(권율)은 늦잠을 자고, 생일상을 제안했던 시누이 무미영(최윤라)은 해장하기 바쁘다.

사린은 시댁 식구들이 먹을 과일을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시댁 식구들은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사린이 느끼는 감정은 자신은 이방인이라는 이질감이다. 그런 사린에게 시어머니는 "이거 우리가 한 개씩 먹어치우자. 남기면 아깝잖니."라며 먹다 남은 키위를 입에 넣어준다.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며느라기에 갓 접어든 사린은 "나만 잘하면 며느라기 같은 거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 거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 생채기내는 일이 곧 터졌다. 사린은 시부모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는 열의(!)를 보이지만, 돌아오는 건 신혼 초에 굳이 집을 비우고 출장을 가야하냐는 핀잔이다. 그 이유는 아들의 아침을 차려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장을 다녀왔다는 딸의 말에는 몸보신에 좋은 음식을 해주겠다고 화답하던 시어머니가 딸 같은 며느리에게는 남편 밥이 중요하다며 출장을 만류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뿐인가. 남편과 아들에게는 따뜻한 밥을 먹이면서 사린에게는 "우리 이거 먹자"며 아침에 해둔 밥을 주고, 백화점에서 사 온 선물이라며 앞치마를 건넨다. 그렇게 사린은 '딸 같은 며느리'의 모순을 깨닫는다.

"그놈의 딸 같다는 소리 아주 치가 떨린다. 부릴 수 있는 일은 다 부려먹으면서 말끝마다 우리 며느리는 딸 같아서 좋아요. 진짜 딸 같은 게 뭔지 가끔 보여주고 싶다니까. 내가 우리 엄마한테 하는 식으로 한번 해봐?"


수신지 작가의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리기>(극본 이유정/연출 이광영)는 '21세기 시월드'를 과장되지 않게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2017년 연재 당시 SNS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작품답게 드라마에 대한 반응 역시 뜨겁다. 지난달 21일 처음 공개된 이후 매회 10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1회 145만, 2회 137만, 3회 143만)


이러한 뜨거운 반향은 결국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만큼 <며느라기>는 평범하지만 가혹한 시월드와 그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게 되는 며느리들의 고충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가부장제 하의 시월드는 여전하다. 막장 드라마가 그려내는 것처럼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일상 속에서의 차별은 만연하기만 하다.


<며느라기>는 21세기 시월드는 과거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손윗동서 정혜린(백은혜)처럼 용기있게 며느라기에서 벗어나 할 말을 하는 며느리의 모습도 눈에 띤다. "자식들은 가만히 있고 갓 결혼한 동서만.. 다들 너무 했다."며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는 그의 존재는 현실에서는 워너비일 뿐 대다수의 며느리들은 민사린에 가까울 것이다.

이제 시청자들의 관심은 과연 민사린은 그의 손윗동서가 그랬던 것처럼 과감하게 며느라기를 깰 수 있을지로 모아지고 있다. 더 이상 시댁 식구들로부터 예쁨받기를 거부하고 할 말은 당당히 하는 며느리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결혼하면 사린이는 다를 거예요. 사린이는 착하니까."라고 확신했던 무구영의 말처럼 착한 며느리로 남게 될까.


다만, 명절에 시댁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아내를 지지했던 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과 교통정리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사린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구영은 어설픈 중립을 지키며 민사린을 통한 대리 효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이기 떄문이다. 제삿날의 풍경과 갈등을 그려낼 <며느리가> 4회가 기대된다.


BY 버락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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