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가 김대중 역할을? 영화 '이웃사촌'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조회수 2020. 11. 27. 10:1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모래시계를 만든 사람들 감독이나 피디를 용서할 수 없다" - 김대중 전 대통령
▲영화 ‘이웃사촌’ 포스터

가택 연금된 정치인과 안기부 도청팀을 소재로 한 영화 ‘이웃사촌’이 개봉됩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 오달수 씨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누리꾼은 고 김대중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정치인 ‘의식’역에 성범죄 재판을 받은 오달수 씨를 캐스팅했다는 것과, 영화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성범죄자 오달수? 무혐의 처분과 내사 종결

▲연극배우의 JTBC 인터뷰. 당시 발언과 자막이 달라 논란이 됐다. JTBC

2018년 2월 인터넷 기사에는 1993년에 오달수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일명 ‘오달수 미투’가 터진 것입니다. 이후 JTBC 뉴스룸에는 연극배우가 출연해 오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1993년 발생한 성폭행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고,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소명하지 않아 내사가 종결됐습니다. 2003년 성추행 의혹은 조사 결과 실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뚜렷하지 않아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연극배우가 JTBC에 출연해 ‘제 몸에 손을 대려고 했어요’라고 말했지만, 자막에는 ‘제 몸에 손을 댔어요’라고 표기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씨가 성범죄에 대해 무혐의를 받거나 재판 결과 무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직접적으로 성범죄자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따릅니다.



영화 캐스팅과 촬영은 2017년, 미투 사건은 2018년

▲영화 ‘이웃사촌’의 캐스팅과 촬영은 2017년에 시작했고, 오달수씨의 미투사건은 2018년에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미투 사건 이후에 배우 오달수씨가 영화 ‘이웃사촌’에 캐스팅 됐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오씨가 캐스팅되고 촬영이 시작된 시점은 2017년입니다. 2018년 미투 사건이 벌어지기 전입니다.


만약 영화 캐스팅 전에 미투 사건이 터졌다면 오씨가 정치인 ‘의식’역으로 출연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미 2018년 2월에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앞둔 시점인 3월에 미투 폭로가 나와 잠정 중단됐습니다.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 ‘이웃사촌’은 촬영 시작 3년 만에 개봉을 하는 셈입니다. 오씨도 시사회에 참석하면서 2년 만에 공식 석상에 섰습니다.


오씨는 “(영화 개봉 연기에 대해)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니 3년 전 고생했던 배우분들, 감독님, 스텝 분들 노고에 다시 한번 더 감사하게 됐다”면서 “‘행운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다행도 있다’라는 말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개봉 날짜가 정해져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짊어지고 갈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투리는 어디로?

▲사투리에 관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소신과 생각을 보여준 생전의 발언들

영화 ‘이웃사촌’에서 정치인 ‘의식’역의 오달수씨는 사투리를 쓰지 않았습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전라도 사투리로 대사가 적혀 있었지만, 오씨가 감독에게 ” 특정한 인물을 연상시켜야 할까. 정치 영화가 아니라 휴먼 드라마인데 굳이 콕 집어 누군가가 생각될 만한 걸 할 필요가 있나”고 제안하면서 사투리를 삭제하고 새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오씨는 “특정 인물을 콕 집어 하게 되면 저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그분을 자칫 욕되게 할 수도 있고.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 영화가 아니라 휴먼 드라마이기 때문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전라도 사투리는 굉장히 중요한 관계입니다.


김대중이라는 인물은 지역감정의 피해자입니다. 오죽하면 주변에서는 호남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조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투리도 쓰지 말라면 내 정체성을 부정하라는 것입니다”라며 거절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모래시계를 만든 사람들 감독이나 피디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모래시계는 1995년 방송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입니다. 김 대통령이 모래시계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유는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이 쓰는 말투가 전라도 사투리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깡패나 노동자, 도시 빈민들은 대부분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검사, 의사, 재벌 등은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합니다. 김 대통령은 지역감정과 지역 차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드라마의 실태를 지적한 것입니다.


영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는 배역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 ‘이웃사촌’은 ‘7번가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안정부(안기부) 도청팀장 대권역은 ‘응답하라1994’에 출연했던 정우씨가 맡았습니다. 영화는 25일 개봉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