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탄생이래 가장 무서운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생물들

조회수 2020. 10. 31.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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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아프리카 전역과 남유럽, 중동, 인도 북서부에 걸쳐 살던 동물이다. 이제 그 대부분 지역에서 사자를 볼 수 없게 됐다.

과학자들이 최근 수십 년간 야생동물 종의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건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규모 멸종이 진행 중인 증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통해 흔한 동물종과 희귀종을 모두 분석한 결과, 수십억에 달하는 개체 수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인구가 급증하고 사람들의 씀씀이가 덩달아 커지면서 자원이 고갈되는 위기가 빠르게 찾아왔다는 분석과 함께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 연구는 과학 논문이 택하는 절제된 문체 대신 직설적이고 무섭기까지 한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했다. 논문은 야생동물의 대량 멸종을 가리켜 “생물학적 몰살”이라고 표현하고, 이는 “인류 문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졌기 때문에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강력한 언어로 충분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헤라르도 세바요스 교수-


2010년 멸종 생물 지도

지구상의 여러 생물종이 지난 수백만 년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선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생물종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종이 사라지는 속도는 그렇게 빠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멸종 위기인 희귀종 대신 지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지역에 따라 개체 수가 급감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을 연구한 것.


연구진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기재된 육지 척추동물 27,500종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난 수십 년 사이 전체 종 중 1/3 정도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체 수가 줄어든 동물 대부분은 우리가 익히 아는 동물들이다. 세바요스는 제비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제가 자란 멕시코시티 근처에서는 매년 제비가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한 10년쯤 전부터 멕시코시티 근처에서 제비가 사라졌어요.”


또한 연구진은 서식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사례로 사자를 꼽는다. “사자는 역사적으로 사실상 아프리카 전역은 물론 남유럽, 중동을 지나 인도 북서부에 걸쳐 살던 동물이었어요. 지금은 방금 언급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자를 볼 수 없게 됐죠.”

현재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는 동물은 수천여 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1/3가량은 멸종위기종으로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지구상의 모든 동물종의 절반 정도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육지 포유동물의 개체 수와 서식 환경 등을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 세기 포유동물의 절반가량이 서식지의 80%를 빼앗겼다.


지구 곳곳에서 사라진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동물의 개체 수가 수십, 수백억 마리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진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물학적 몰살은 생태계 전반은 물론이고 인류의 경제 활동과 사회 활동도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


과학자들은 멸종을 멈출 방법이 아직 없지 않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확인되는 징후를 종합해 보면 향후 20년간 생물종 다양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협 앞에 놓일 겁니다. 모든 생명체의 미래가 불투명하기만 합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되고요.”


야생 동물이 멸종에 이르는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서식지가 줄어들거나 남획, 환경 파괴, 외래종의 침입으로 인한 도태, 기후 변화 등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예외 없이 “인구 폭발과 절제 없는 소비”다. 1968년 논란의 역작 <인구 폭발>을 쓴 스탠포드 대학교의 폴 엘리쉬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이 던지는 경고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류 문명은 결국 지구의 동식물과 미생물로 이뤄진 생태계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어요. 작물이 열매를 맺는 것도, 바다에서 식량을 건져올릴 수 있는 것도,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기후가 유지되는 것도 결국 온전히 지구의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엘리쉬 교수는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슬프게도 문명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구를 다시 줄이는 일은 무척 어려울뿐더러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반면에 소비에 관한 문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는 법을 만들어 지키는 일 같은 건 지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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