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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의 '동성애 설문지'에 한 중학생이 날린 일침

조회수 2020. 10. 18.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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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마저 부끄러게 한 우문현답

온 세상 사람들이 연애를 혐오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령 학교나 회사에서 구성원들끼리 연애하는 게 일반 상식에 반하는 수치스럽고 비도덕적인 일로 여겨진다면?


누가 누구랑 연애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위험한 괴담처럼 퍼지고, 한 사람의 연애 이력이 들통나면 모두가 그를 슬금슬금 피하며 헐뜯을지 모른다. 좀 더 심각하게는 학교, 회사 등 조직 차원에서 ‘연애자’들을 색출해 엄벌에 처하거나, 구성원들에게 절대 연애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려 할지도 모른다.

출처: 123RF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동성 간의 연애를 대하는 데 있어서 한국 사회는 위와 같은 혐오적 분위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육군 동성애 색출 사건을 생각하면 쉽다.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집단 내 동성연애를 혐오하는 분위기나, 나아가 조직적 차원에서 이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초, 중, 고등학교가 있는데, 청소년 학생들에 비해 교사들의 권력이 강력한 학교 내에선 종종 동성 학생들 간의 연애가 벌 받아야 할 일 따위로 취급된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던 한 중학교의 ‘동성애 설문조사’를 그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중학교 교장이 동성 커플 학생들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


중학교 ‘동성애 설문조사’는 자신을 여자중학교의 담임교사라 밝힌 한 커뮤니티 회원이 자신의 학교에 배포된 설문지를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출처: 뉴욕AP/연합뉴스
동성애는 당신을 헤치지 않는다.
이야기인 즉 교내에서 유명했던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가 교장의 귀에 들어갔고, 그 이야기를 접한 교장이 분개(?)하여 “범인들을 잡아 단단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동성 커플 색출을 위한 설문조사를 지시했다는 거다. 교장은 “(동성애 이야기가) 학교 밖까지 나가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설문지의 문항은 총 네 개로 다음과 같았다.


(1)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2) 우리 학교에도 동성애자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3) 있다면 몇 학년이 가장 많다고 생각합니까?
(4) 동성애 학생에 대하여 학교에서 취할 조치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동성애에 대한 사상검증과 더불어 교내 동성 커플을 색출, 통제하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엿보인다. 교내 성소수자들에 대해 낙인 효과를 발휘하고, 아웃팅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질문들. 이런 질문을 다수 학생들에게 돌리는 행위만으로도 성소수자들에겐 위협이 가해지며, 교내의 성소수자 혐오 정서 또한 부추겨질 수 있다. (그러니까 줄여 말하면 일종의 선동이다)
출처: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설문이 화제가 된 이유는 교장의 시대착오적 질문에 참교육을 시전한 한 중학생의 답변 때문이다.


그 학생은 이 설문지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될” 것이라 했다.


그는 2개의 객관식 답변에 대해 “(동성애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학교에 동성애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동성애자가 몇 학년에 가장 많겠냐는 질문엔 아예 답변 체크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성애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겠느냐는 주관식 질문엔 마침내 장문의 일침을 남겼다.

사진 아래로 전문을 옮겨 적는다.

출처: SNS 갈무리

질문)


동성애 학생에 대하여 학교에서 취할 조치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답변)


“없다. 동성애는 학교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그 학생의 개인적 성향이다. 이것을 처벌한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이 설문지조차 터무니없다.


내성적인 아이가 남들보다 대인관계를 맺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깔끔한 사람이 남들보다 청소빈도가 높은 것처럼 (동성애 또한) 그저 본인의 특정한 성향인 거다. 학교의 건전한 생활풍토를 마련하기 이전에, 학생들의 배움터인 이곳의 정신적 수준 향상에 힘쓰는 게 어떨는지.


이곳은 분명 진보되기를 희망하며 운동장에 새 잔디를 마련하고, 교실에 최첨단 칠판을 설치했다. 또, 백일장에선 차별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지적하고,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주된 제목으로 분류해놓는다.


그러나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될 것 같은 이 설문지는 매우 구시대적 발상이며, 심하게 차별적이다. 정말, 이렇게 모순일 수가 없다.”



학생의 답변을 소개한 커뮤니티 회원(담임교사)은 (학생의 답변을 보며)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문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학교가 내려야 할 진짜 조치일 테니, 이해가 가는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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