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가 말해주는 진짜와 가짜는 무엇일까?

조회수 2020. 10. 6. 16: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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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무한도전의 '논두렁 레이싱'이었다.
출처: 유튜브 '가짜사나이' 캡처

가짜사나이는 민간군사기업 무사트(MUSAT)와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채널이 합동으로 기획하여 사전제작한 대형 프로젝트이다. 유튜브 프로그램 중으로는 최초로 왓챠에 업로드 되는 기염을 토하는가 하면 가짜사나이의 리뷰 영상마저 50만 뷰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가짜사나이는 2020년의 확고부동한 대세다.


많은 사람들은 무사트의 이근 이사에게 주목했지만, 사실상 가짜사나이를 여기까지 만든 것은 엄연히 김계란의 역량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컨텐츠 참가자는 모두 유튜버였으나 실제 신청자는 물경 1,200 명 가량에 육박했는데 이는 결국 피지컬갤러리와 이를 이끄는 김계란의 힘이라고 본다. (3Y 코퍼레이션도 아마 김계란의 프로듀싱 회사일 듯하다.)


가짜사나이는 과연 군대 문화와 폭력을 ‘미화’ 하는가? 엄연히 볼 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군대 문화를 미화하는 쪽은 지상파 예능인 진짜사나이 쪽이다. 현역과 예비역을 가리지 않고 진짜사나이를 보며 코웃음을 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군대 문화를 연예인을 내세워 웃음으로 가리고 ‘미화’ 한 것은 사실 지상파가 먼저 시작한 일이었다.


가짜사나이의 진짜 문제점은 바로 기획의도에서 드러나는데, 가짜사나이 1기의 출범 자체가 정신 못차리는 유튜버 공혁준을 김계란이 갱생시키기 위해 이루어졌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가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인간을 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강함에 대한 오해와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즉 가짜사나이에서 말하는 ‘갱생’은 가짜이며, 가짜사나이의 문제점은 ‘미화’가 아닌 ‘정당화’이다.

출처: 유튜브 '가짜사나이'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사나이는 왜 성공했을까? 가짜사나이를 시청하며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무한도전의 ‘논두렁 레이싱’ 이었다. 당시 무한도전은 출연진 그 누구도 점잖빼지 않는 그야말로 날것의 예능이었으며, 거름 똥물과 빗물이 뒤섞인 논두렁을 달리고, 슬랩스틱 경쟁을 하듯 폭우 속에 뒹굴며 그 유재석이 ‘저희 열심히 했으니 꼭 봐주세요’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 지상파는 이러한 날것의 예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사회가 빠르게 복잡해지며 다양한 가이드라인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반면 유튜브는 방통위의 간섭도 없으며 그러한 가이드라인 역시 없다. 결국 복잡미묘한 가이드라인 속에서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지상파 예능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날것’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사나이를 이야기할 때 단지 군대문화의 어떠한 전시라는 측면만으로 논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분명히 가짜사나이는 폭력과 가학을 정당화하고 전시하지만 그것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 안에 내재된 군국주의 또는 가학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출처: 유튜브 '가짜사나이' 캡처

PMC인 무사트의 공익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는 있겠으나, 모든 민간군사기업이 공익성이 아예 없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사조직이 영리를 위해 무력수단을 보유하는 것은 현대 국민국가의 존립목적과 일부 상호배타적일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영리가 결국 National Security Service 의 제공에서 창출되는 것이라면 그 국가체계 안에서는 이들의 공익성도 담보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PMC 보다 더 공익성이 없는 쪽은 소위 ‘학교 수련회’ 교관들이라고 본다.)


가짜사나이는 상당히 불편한 프로그램이다. 트렌드 추적을 위해 시즌 1은 억지로 참고 시청했지만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시즌 2는 시즌 1에서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나마 내세웠던 목적들도 다 흐려졌다고 보인다. 아마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짜사나이에 환호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이 보여주는 어떠한 리얼리즘에 매력을 느낀다는 진짜 사실을 우리가 직시하지 않으면 결국 가짜사나이 논란은 모두 수박 겉핥기가 될 뿐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짜사나이는 한국 기성 방송계의 예능 쇠퇴기와 맞물려 등장한 리얼리즘에 대한 갈망, 김계란의 개인적 역량 그리고 유튜브 채널의 성장기라는 세 가지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일 뿐이다.


by 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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