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원정대는 사실 환불에 재능이 없다

조회수 2020. 9. 3. 09: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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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환불원정대,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출처: MBC '환불원정대'

린다G(이효리)가 농담삼아 펼친 상상의 나래가 정말 현실이 됐다.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한 명씩 떼어놓고 봐도 최고인 네 사람이 하나의 팀으로 뭉친다니,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다.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 아닌가. 말하는 대로 이뤄내는 MBC <놀면 뭐하니?>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환불원정대', 영리한 기획자 김태호 PD의 지휘 아래 역대급 걸그룹이 탄생했다.


'한국의 마돈나'라 불리며 최고의 섹시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엄정화가 '맏언니' 역할을 맡았다. '여자 솔로 가수'로서 그 이름이 도전과 동의어였던 엄정화는 같은 길을 걷는 이효리에게 등대와도 같았다. 존재 자체가 위로였다. 놀라운 건 여전히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다. 자타공인 최고의 롤모델인 엄정화가 든든히 뒤를 받치니 후배들이 얼마나 든든할까.


'슈퍼스타' 이효리는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몸짓 하나도 화제가 된다. '싹쓰리'에서도 이효리는 단연 돋보였다. 퍼포먼스면 퍼포먼스, 입담이면 입담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이효리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환불원정대'를 불러모았다는 책임감에 잇몸 미소가 잠시 사라지긴 했지만, '천옥'으로 활약할 이효리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

출처: MBC '환불원정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제시의 매력은 '환불원정대'에 활력소처럼 기능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은 대중의 속을 뻥 뚫어준다. 한국어가 조금 서툰 점은 약점이라기보다 오히려 예능적 소재로 활용도 가능하다. 당장 '한국어 배우기'로 웃음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거침없는 제시와 그런 제시를 유일하게 제어 가능한 유재석의 호흡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Come on, jessi"


막내 화사는 가장 트렌디한 멤버이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활약하며 예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또, '마리아'를 히트시키며 솔로 가수로서의 역량도 보여줬다. 무엇보다 대선배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캐릭터라 더욱 매력적이다. 먹을 때는 먹고, 할 말은 꼭 한다. 제작자 지미유(유재석) 앞에서 습관성 하품을 할 만큼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이다.


'환불원정대'의 결성에 가요계는 벌써부터 초흥분 상태이다. '싹쓰리(린다G, 비룡, 유두래곤)' 열풍이 여름을 강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걸그룹'이라니! 이들이 과연 어떤 노래로 어떤 무대를 만들지 기대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다. 물론 <놀면 뭐하네?>의 음원 싹쓸이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가요계의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볼 수 없었던 가수 엄정화의 무대를 다시 영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주저하던 유재석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바로 그 포인트였다. 또, 이런 엄청난 멤버들로 구성된 기획은 지상파 예능의 참여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기에 <놀면 뭐하니?>의 순기능은 분명 존재한다. 대중이 보고 싶어하고 갈망했던 꿈의 조합을 계속해서 실현시키고 있지 않은가.

출처: MBC '환불원정대'

"언니 환불 그런 거 잘 못하잖아요?" (이효리)


"되게 못해." (엄정화)


"난 밥 먹다가 식당에서 반찬이 떨어지잖아? 그럼 그걸 말 못해서 그냥 안 먹어." (이효리)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정작 '환불'에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엄정화는 이미지와 달리 여려서 환불을 할 때마다 심장이 뛴다고 했다. 이효리는 식당에서 반찬을 더 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화사는 사이즈가 안 맞아도 한숨 한번 쉬고 환불을 포기했고, 제시는 귀찮아서 아예 바꾸지 않는 쪽이었다. 환불 못하는 환불원정대라니! 그룹의 이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처럼 순한(?) 네 명의 여성 가수들이 왜 '환불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뭉쳐야만 했을까. 그건 그들이 '센 언니'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센 언니'와 '환불'의 연관성은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으리라. 달리 말하자면 여성 가수들이 지상파 방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려면 그들이 '센 언니(걸 크러쉬)'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대를 초월한 여성 가수들의 조합을 성사시키고, 그들의 당당함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놀면 뭐하니?>의 '여성관'은 충분히 진보적이다. 그래서 환불원정대의 탄생이 반갑고, 그들이 가요계(를 넘어 방송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응원하게 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저들을 '센 언니'로 소비하고, 그 캐릭터를 '환불'로 연결지어 버린 섣부른 시선이다.


그건 여성의 정체성을 '쇼핑'과 같은 소비활동에만 제한시킨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답습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 그것도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예능인 <놀면 뭐하니?>이기에 그 아쉬움이 조금 더 진하게 느껴진다. 만약 <놀면 뭐하니?>에게 '센 언니'가 백화점에서 '싸가지 없게', '막무가내로' 환불을 해내는 여성일 뿐이라면 저 원정대의 출발이 영 찜찜하기만 하다.


by 버락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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