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당신의 외모는 평균 이상입니까? "

이 질문을 받았을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십니까? 당당하게 "네!" 라고 대답하시나요, 아니면 "그냥 평균 정도에요"라고 대답하시나요? 만약 이 쑥스럽고 난감한 질문을 사람들이 많은 대로 한복판에서 받는다면,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모두가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올해 3월, 샌프란시스코, 샹하이, 델리, 런던, 상파울로의 여성들은 실제로 길 한복판에서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바로 샴푸, 비누, 바디로션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미용 브랜드, 도브(Dove)의 마케팅 캠페인 때문이었습니다.

도브의 마케팅팀과 에이전시인 Ogilvy & Mather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건물의 입구에 "Beautiful(아름다움)"과 "Average(평균)" 이라는 표지가 붙은 두 개의 입구를 만들어 놓고 여성들이 어느 문으로 통과하는지를 촬영하였습니다. 이 건물에 들어가려는 여성들은 뜬금없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이 곳을 지나가는 여성들은 난감한 얼굴로 잠시 주저했습니다. 그리고는 각자 선택을 했습니다. 관찰 결과,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Average" 입구를 선택했습니다. Beautiful 입구 방향으로 오다가, 간판에 쓰여진 글씨를 보고서 Average 입구로 돌아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Beautiful 입구로 들어가는 여성들은 대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부리나케 뛰어들어가곤 했습니다.

도브의 마케팅 팀은 Average 문을 지나온 여성들에게 선택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들이 돌아왔습니다.

"아름답다라는건... 나에겐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아요. 그래서 Average 문으로 향했어요. "

"글쎄요... Average문을 통과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남들이 내게 평범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Average를 선택한 걸까? 아니면 내가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걸까?"

이 대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아름다운지 아니면 평범한지를 선택한 많은 여성들은 과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고른 걸까요, 아니면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움직인 걸까요? 인터뷰에 응한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이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도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도브는 전세계 20여개국에서 6,400여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조사에서, 무려 96%의 여성들은 스스로를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다른 여성들이 아름다운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여성은 80%에 달했습니다. 이상한 결과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 아닌 다른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도, 스스로의 아름다움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캠페인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이 캠페인은 며칠간 진행되면서 작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걸음이 조심스럽긴 했지만, 점차 Beautiful 문으로 향하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어난 겁니다. 며칠째 Average 문을 통과하던 여성이, 어느 날 수줍은 표정으로 Beautiful 문을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늘 고개를 숙이고 Average 문을 지나가던 한 여성이 웃으며 Beautiful 문을 통과하던 날, 그 모습을 지켜본 스태프들 역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Beautiful 문을 통과하는 순간... 난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난 아름다워. "

"다음에 거울을 보게 되면, 아름다운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것 같아요 "

"아름답다는 말은 정말 위대한 말인것 같아요. 나를 아름답다고 말하는 문 뒤의 세상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위 사진은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모녀입니다. 관찰 카메라에서, 엄마는 수줍어하며 Average 문 쪽으로 가는 딸을 끌고 가 Beautiful 문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뒤따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Beautiful쪽으로 오라고 손짓합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주변 사람들이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주는 힘입니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선택한 여성들은 문을 통과하면서 더 많은 자신감과 행복함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Choose Beautiful이라는 이름의 도브 캠페인은 지난 4월 7일 유튜브에 공개된 이후 6백만 건 이상 조회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Choose Beautiful이라는 단어는 구글에서 한 주에 백만 건 이상 검색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남들이 판단하도록 하지 말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선택하라는 도브의 메시지. 이 메시지는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도브의 이런 메시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아름다움에 관한 우리의 인식에, 도브는 지난 수년 간 일관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것은 어떤 것이죠?  여러분이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는 건 누가 결정짓는 거죠?" 

이 질문을 놓고, 도브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다른 미용 용품 회사들이 늘씬하고 아름다운 모델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전세계 여성들에게 "이렇게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아?"하는 메시지를 던질 때, 도브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지속했습니다.

이 광고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겁니다. 이것은 2004년 Real Beauty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도브의 캠페인으로, 도브가 아름다움에 관한 질문을 했던 첫 광고입니다. 당시 유럽의 주요 거리와 벽면을 도배했던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늘씬하고 예쁜 모델들에 둘러싸여 아름다움의 개념을 세뇌당해온 소비자들은 처음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어디서 온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도브는 이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일반 지면광고의 30배가 넘는 효과를 거두며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였고, 경쟁사들을 추격했습니다.

도브는 Real Beauty 캠페인의 후속작을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2005년 소개된 도브의 샴푸 광고, "Flip your Wig"에서는 헐리우드 스타들의 긴 금발 머리를 동경하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머리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긴 금발 머리를 동경하던 수많은 여성들에게 똑같이 긴 금발머리 가발을 쓰게 하고 한 자리에 모은 뒤, 그 여성들이 자신의 본디 머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는 모습을 담은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를 보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 사진은 "Tested on Real Curves"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엄청난 반응을 받았던 도브의 바디샴푸 광고입니다. 도브의 마케팅 메니저인 Jo Riley는 전 세계 여성의 66%가 광고에 나오는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모델들의 모습에 우울함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적인 몸매의 여성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이 광고는 미용용품이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에 관한 환상과 동경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당시의 마케팅 풍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비인형같이 생기지 않은 모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다는 것은 큰 모험이었습니다. 이 용감한 시도는, 도브의 ‘아름다움’에 관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다시 한 번 보여 주며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2006년, 도브는 Real Beauty 캠페인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며 "Little Girls"라는 광고를 출시합니다. 세상이 만든, 획일화된 아름다움의 기준에 의해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자는 이 캠페인 광고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광고는 도브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다음은 2006년 전 세계 최고의 광고 중 하나로 꼽히는 "Evolution"입니다. 2006년 10월 6일 캐나다에서 이 75초짜리 광고가 방영되었을 때, 수천만 캐나다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No wonder our perception of beauty is distorted"라는 마지막 자막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스스로 되묻게 되었죠.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누가 나에게 알려 준 걸까.

이 영상은 공개 첫날 4만건, 첫달에 170만건, 그리고 공개 1년만에 1200만건의 view를 기록하며 다시한번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 모든 공중파 방송의 주요 프로그램과 뉴스가 이 광고를 풀버전으로 보도했고, 광고가 상영되는 기간 동안 도브의 매출은 5.9%나 증가했습니다. 칸느 영화제 광고부문의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그 외 수많은 광고제에서 여러 차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도브는 "Onslaught", "Amy"등 좀더 직설적이고 과감한 영상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려 노력했습니다.

다음 영상은 재작년에 인터넷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도브의 캠페인 영상, Real Beauty Sketches 입니다.

"Your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

영상 마지막의 이 자막이 인상 깊은 광고입니다. 영상에는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는 전문가가 등장합니다. 목격자들이 이야기하는 범인의 특징을 듣고, 그 모습을 실제에 가깝게 그려내는 훈련을 수십 년 간 해 온 사람들입니다. 여성들은 얼굴을 가린 채, 이 전문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들려줍니다.

"엄마가 그러는데 제 턱이 좀 큰 편이래요."

 

"전 얼굴이 조금 둥글둥글해요." 

몽타주 전문가는 여성의 이야기만을 듣고 그 여성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여성의 얼굴을 처음 본 다른 사람이, 몽타주 전문가에게 이 여성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몽타주 전문가는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한 말을 듣고 그린 것과, 다른 사람이 그 여성에 대해 말한 것을 듣고 그린 두 장의 그림을 완성해서 내놓습니다. 이 두 그림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스스로를 묘사해서 그린 그림보다 타인의 묘사를 토대로 그린 그림이 훨씬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게다가 타인이 묘사한 그림이 실제 모습에 더 가까웠죠. 이 영상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스스로를 덜 아름답게 생각한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요. 2013년 4월 14일에 공개된 이 영상은 다시한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은 1억6천만이 넘게 조회되었고, 다시 한번 칸느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도브는 소비자들에게 아름다움의 본질에 관해 10년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남들이 당신에게 강요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내려놓고, 당신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듬어보세요." 수많은 다른 미용용품의 마케팅들이 아름다움의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반면, 도브는 그 기준이 당신에게 있으니 거울을 보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이야기 해 왔죠.

도브의 마케팅을 보면서 상대방과 공감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름다움은 V라인과 8등신, 흰 피부에 있다고 강요하는 광고들과 다르게, 소비자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파격.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설득 하려는 꾸준한 노력. 이 과정의 진정성을 보면서, 소비자는 기업의 생각에 공감하고 제품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러니, 도브의 광고를 본 우리는 이제 이렇게 대답하는 연습을 해 봅시다.

"네. 저는 아름답습니다."

by 두루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