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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갇힌 승객들 몰랐다"던 헬기 기장들 거짓말이었다

조회수 2020. 7. 1. 12: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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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수백명이 갇힌 것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세월호 안에 승객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던 해경 헬기 기장들의 증언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해경 헬기들은 갑판에 나와있는 소수의 승객만 구조 바구니에 태우는 방식으로 구조작업을 했다. 헬기 기장들은 "세월호 선내에 다수의 승객이 있는 줄 몰랐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조사 결과 당시 헬기에 장착된 장비에서 선내에 다수의 승객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교신이 수십 차례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참위 조사에 따르면 기장들은 세월호와 교신도 시도하지 않는 등 업무상 과실을 범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사참위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경찰 소속 헬기 기장들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세월호에 탑승했던 303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게 되었기에 업무상과실치사상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참사 당일 현장에는 해양경찰 소속 헬기 511·512·513기와 항공기 703호기 등 4대가 출동했다. 이들은 세월호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나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 조타실과 교신을 하지 않았고, 갑판에 보이는 승객을 헬기 바구니에 태워 4~6명씩 인근 서거차도에 옮기는 구조 방식을 택했다.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이들은 "세월호 안에 다수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고,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내로 들어가서 승객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참위 조사 결과, 헬기 및 항공기에 장착된 교신 장비들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350명', '450명', '세월호' 등의 구체적 승객수까지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장들이 선내에 수백명의 승객이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박병우 사참위 진상규명국장은 "3가지 교신 장치에서 수십 차례의 교신이 이뤄졌다. 특히 9시 10분부터 10시 사이에 '세월호'라는 선명과 다수의 승객이 탑승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교신을 수십 차례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기장, 부기장, 전탐사, 정비사 등이 모두 듣지 못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기 기장들은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세월호와 교신이 가능했지만 하지 않았고, 부기장 등에게 교신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항공구조사를 조타실에 보내 퇴선 조치를 취하도록 하거나 선실로 보내 직접 퇴선 지시를 내릴 수도 있었으나 그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참위는 기장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할 방침이다.


또 사참위는 갑판 위에 오른 항공구조사가 승객들의 추가 구조 요청을 묵살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 단원고 생존자 A씨는 세월호 우현 난간 계단에서 대기하면서 계단 쪽으로 내려온 항공구조사 김모씨에게 '안에 애들이 많다'는 취지로 소리를 질렀으나, 김씨가 (구조가) 안 된다는 식의 표정과 손짓을 했다고 진술했다.

한 화물기사 생존자의 증언도 공개됐다. 한 항공구조사가 난간 안쪽에 있던 다른 항공구조사에게 "(승객들이) 얼마나 돼?"라고 묻자 "몰라. 많아"라고 소리치며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종합해볼 때 당시 구조작업을 벌였던 항공구조사들은 세월호 안에 다수의 승객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참위의 판단이다.


다만 사참위는 당시 세월호 승객들의 구조나 구호 요청을 항공구조사들은 들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승무원 지휘감독 등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기장에 대해서만 우선 수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사참위 문호승 상임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진행 과정을 보면 선원들의 반복되는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가만히 선내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은 최초로 도착한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를 듣고 '이제 해경이 왔으니 살았다'라며 순간 안심했다"면서 "하지만 해양경찰 출동세력 그 누구도 퇴선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구조 세력이 현장에 출동했다는 사실을 승객들이 차라리 몰랐다면 승객들은 스스로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세월호를 통해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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